최근 근거중심진료가 강조되면서 여러 학회에서 각종 진료지침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이를 잘 따르지 않아 지침 개발 목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암스트롱환자안전및질연구소 Peter J. Pronovost 박사는 5일 JAMA에 기고한 평론에서 "미국에서는 12년 전부터 지침 사용을 늘릴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비율이 낮다"고 지적하고 가이드라인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제정위원회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권고했다.

그는 지침을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로 예방 가능한 손해 발생과 차선적 예후, 자원 낭비 등을 꼽았다. 미국의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매년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20만명이고 △팀워크 실패 12만명 △원내 감염 10만명 △정맥혈전색전증과 폐색전증 10만명 △진단오류 8만명 △욕창 6만8000명 등으로 나타난다.

물론 열거한 모든 상황이 예방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Pronovost 교수는 상당수가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라며 의사가 확실하게 근거 중심 치료를 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중심정맥 카테터 관련 혈류감염과 같이 한때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위험도 대부분 예방 가능하다는 근거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조사 결과에서는 예방 가능한 손해가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전체 의료 비용 지출의 3분의 1 가량은 환자의 건강을 개선시키지 않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Pronovost 교수는 "의사는 엄청난 개인적 책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침을 항상 따르진 않는다"면서 "가이드라인 제정 시 목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ronovost 교수는 먼저 입·퇴원처럼 시간이나 공간과 관련된 인터벤션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체크리스트는 반드시 경험적 근거에 기반한 임상에서의 키 포인트를 전달하고, 환자의 위험과 비용은 낮추면서 혜택은 극대화할 수 있는 인터벤션에 대한 중요도 순위를 매기도록 주문했다. 학술적 요약도 중요하지만 이보단 현장에서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을 담으라는 것이다.

현재는 학회별로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가 만들어져 각각 따로 활동하지만 협력해 통합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보는 환자는 가이드라인에서처럼 특정 만성질환이나 합병증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증상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의사의 행위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전체 치료 시스템을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들어 중환자실(ICU)에 입원한 환자나 복합만성질환자는 하루에만 근거 기반 인터벤션이 80~200개씩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학제 팀을 통한 가이드라인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ronovost 교수는 "지나치게 많은 환자들이 예방 가능한 손해를 경험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며, 최선의 치료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면 이는 개선되지 않을 것"고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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