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A, 신의료기술평가 가이드라인 개발

들쑥날쑥한 신의료기술평가 절차 및 세부기준을 명료화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은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일관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여전히 관련 업계는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11일 신의료기술평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사례별로 이뤄지다보니 도입된지 7년이 지나도록 평가가 복잡, 난해하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NECA는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해외 의료기술평가 제도를 조사하고, NICE, AHRQ 등 현지기관도 방문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내 유관기관들의 지침도 검토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1000여건의 신의료기술 평가 사례들을 분석했고, 대략적인 지침이 나온 올해 4월부터 전문가 자문회의, 관련 학회 발표,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이같은 절차를 토대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은 크게 △중재 △체외진단 두가지로 나뉘었다.

우선 중재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거나 △사용목적 및 대상이 바뀐 경우, △수술경로, 기법, 절차 등 사용방법이 달라진 경우에서는 기존의 신의료기술처럼 모든 부분이 평가된다.

즉 관혈적 시술에서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 경피적 시술, 최소침습적 수술로 변경됐거나, 경막 외에서 경막 내로 시술이 바뀐 것, 경막외나 경두개에서 대뇌운동피질로 시술 경로가 달라진 것들이 모두 포함된다.

예를 들어 기존에 '체외적 냉각'을 혈관 내 카테터를 이용한 체온조절요법인 '체내적 냉각'으로 경로가 바뀐 사례나, 하비갑개 용적 감소술이 기존에 외과적인 절제술에서 중재적 기법인 코블레이션(고주파치료)으로 변경된 것 등은 모두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사용방법 중에서 레이저의 종류만 변경됐거나, 기존시술에서 시술방법이 추가된 경우, 수기요법에서 자동으로 바뀐 시술 등은 신의료기술 평가대상에서 제외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가 조정만 이뤄진다.

특히 교과서나 가이드라인 등에 이미 언급돼 있으며 임상적 유용성이 이미 확인된 의료기술이지만, 급여목록에만 등재되지 않은 기술이라면 소위원회 평가 없이 안전성 및 유료성이 있는 신의료기술로 심의한다.

또한 사용방법 중 에너지원이 변경됐거나 치료재료가 바뀐 2가지 사례에 한해서는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신설할 방침이다.

이는 △동일 원리의 시술이지만 레이저시술에서 냉동치료, 광역동치료, 고주파 시술로 변경되는 등 사용되는 '에너지원'만 달라졌거나, △피부이식에서 동종이 이종 인공피부로 '치료재료'만 바뀌었다면, 기존의 신의료평가가 아닌 보다 간소한 루트로 평가되는 것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대한 구체적인 틀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는 방식을 구상한 상태다.

신의료기술평가에 있어서 반드시 등장하는 '안전성·유효성'에 대해서도 원칙과 기준을 공고히했다.

NECA에서는 안전성·유효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내외 연구문헌을 바탕으로 체계적 문헌고찰 방법론을 이용해 평가할 것이며, 근거수준이 높고 양이 많은 연구결과가 있는 기술 등에 한해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안전성에 있어서 기존 기술과 비교했을 때 안전성이 수용 가능하거나 더 우수한 경우만 승인되고, 기존 기술 보다 유효성이 월등히 뛰어나도 안전성이 불확실하면 승인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유효성 평가에서는 기존기술과의 비교연구, 적합한 비교자 설정, 대상자 규모, 눈가림의 적용, 충분한 추적관찰, 적절한 통계분석 등 11가지를 토대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명시했다.


중재에 이어 체외진단 가이드라인도 공개됐다.

체외진단검사법 중 표적분석물질이나 결과보고 방식, 검사법 관련 특성, 검사 원리 등이 다른 경우에만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이 되며,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기존기술'이나 '조기기술'로 묶이게 된다.

만약 방법이나 원리만 변경된 검사라면 신속한 평가와 검토가 이뤄지는 '간이검사'가 이뤄지도록 규정했고, 분야별 전문평가위원회 대신 10이내의 소위원회에서 안전성·유효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 개발된 검사는 중재와 마찬가지로 안전성·유효성 평가가 이뤄지는데, 환자나 검사자에게 미치는 위험이 없고 임상적 유용성, 진단 정확성, 분석적 타당성에 부합해야 심의를 통과할 수 있다.

진단 정확성 평가기준에는 연구대상군 스펙트럼, 연구대상자 선정, 질병진행, 차별화된 확증 등 10개 항목이 제시됐다.


의료계 '단순화하면 위험' vs 업계 '더 단순화'

NECA는 이같은 중재법 및 체외진단 신의료기술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한편으론 많은 지적과 비판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선희 의료기술분석실장은 "아직 많이 부족하며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민감하며 위험성이 많이 내재돼 있으므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천향의대 이유경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간의검사는 업계에서는 신속성, 편의성에 있어서 찬성하겠지만, 환자에게 주는 사회적 영향이나 경제적 부담, 법적 문제 등을 따져봤을 때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부분을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화의대 김동준 정형외과 교수도 "새로운 것에는 늘 양면성이 존재한다. 가끔 새것이 더욱 좋지 않은 경우가 많고, 특히 척추분야가 가장 심각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프로토콜화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의학은 과학이 아니므로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환자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제정 후에도 끊임 없이 추적, 관찰, 평가를 통해 개정해 나가야 한다"고 견지했다.

이에 대해 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이상돈 이사는 "패스트트랙 마련이나 간이검사 등을 도입하는 점은 환영할만하다"면서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통해 절차를 단순, 간소화했다고 하는데, 여전히 복잡하고 규제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전문가 소위나 치료재료평가위원회 등 다양한 평가위원회를 통합, 협력해서 과정을 단순화해야 한다"면서 "시장 접근 빠르게 할수혹 환자들의 접근성이 향상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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