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 문제

유급으로부터 자유로운 의대생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유급여부를 결정해야 할 입장에있는 의학자나 의사들 중 대학시절 유급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개인적인, 나아가 대학의 자존심때문에 노출이 금기시돼 있던 유급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양질의 의사배출이 사회적으로 요구됨에 따라 이 문제는 대학담장을 벗어나 공론화되고 그 존속여부와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더욱 뜨거워질 낌새다.

최근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와 한국의학교육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학생평가 주제 토론회에서는 사상초유의 의대생 유급문제를 공론화했다. 그동안 단 한번도 대학이외의 공개적인 자리에서 공식 논의되지 않았던 점에 비춰 볼 때 그 의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유급제에 대한 공식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향후 의학교육과 나아가 의사의 질 향상을 위해 이 제도를 개선 보완을 할 때가 됐다"는 것이 이번 토론회의 주제선택취지다.

토론회에서 약식으로 실시한 참석자 대상 유급제 찬반 여부확인 결과 90%이상이 찬성,존속에는 특별한 이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의 이유는 의대생의 질 저하 우려 때문이었다.

문제는 현행 유급제의 개선 보완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 보완돼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대의 경우 "의대생 선발시 자격은 이미 검증된 것으로 유급제를 시행 해야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외에 반대 이유는 없었다.

한 참석자는 교수들이 학생 지도에 만전을 기하더라도 유급은 나올 수 밖에 없겠지만 과연 관심을 갖고 유급대상 학생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교수가 얼마나 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점 때문에 학생유급은 상당부분 교수들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따서 유급대상 학생들을 지도하는 전담 지도 교수를 두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학자들이 유급제와 관련 중요하게 인식하는 개선 방안은 유급 적용 기준과 유급 회수 제한, 고정화된 학점제,유급률 등이다.

이들은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해당 학생의 자살 기도까지 벌어지는 심각한 수준이고 이를 피하기 위해 휴학하는 사태도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유급 적용 기준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급제는 현재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한 과목 과락 점수에 해당되면 나머지 과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더라도 모두 다시 이수해야 하는경우도 있다.

가톨릭의대의 경우 한 과목이 과락에 해당되면 80점 이상을 받은 과목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과목을 재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급 후 제적을 당하고 다시 입학시험을 치르고 재입학 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

유급 자체의 문제이외에 적용방법상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유급대상이 되면 과락학점이 아닌 과목도 재수강 하도록 하는 대학이 전국 41곳의 61.1%인 25개 대학이나 된다.

F학점을 받지 않은 과목까지도 무효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이론을 제기하는 참석자들은 유급을 예방하고 이 제도의 본래 목적인 학생 질 향상을 위해 이 방법외에 새로운 기준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또 일정횟수 유급하면 제적시키는 유급 회수 제한제도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유급제 도입대학과 같은 25곳이다.

고교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 이들을 휼륭한 의사로 양성할 책임이 있는 대학이 유급을 제적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유급률을 미리 정하는 점도 문제중의 하나로 손꼽혔다.

ㅇ 의대의 경우 현재 유급률을10% 이내로 정하고 있으며 ㄱ 대학은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유급률 제한선은 명목상의 기준일 뿐 고무줄이라는 게 한 대학 관계자의 지적이다.

유급률 제한점을 정해 놓기는 했지만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 이를 조정함으로써 실효성이나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외에 유급제와 관련되어 논의된 사항은 F학점에 대한 기준, 재학 연한 등이다.

아무튼 유급제도에 대한 이번 토의는 공개적인 토론장에 선을 보였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진정 유급제도가 학생의 질과 의학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많은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공론화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남의 집안일"처럼 의학 관련 단체들이 논외로 해 왔던 유급제가 공론화된 이번을 계기로 각 의대 모든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올바른 방향을 숙의하고 고민해야할 것이다.

또 의사의 질을 성적으로만 평가, 유급시키는 방법이 과연 의사 및 의료의 질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고 앞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학생과 교수 그리고 사회가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유급제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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