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 근무시간 상한제]
1. 교수들도 어려워진다
2. 당직인력 빠진 근무 공백 '골머리'
3. 중소병원 타격 & PA제도 부각
교수들이 우려하는 더 큰 문제는 업무 공백이다.

전공의 당직 인력이 빠져나가면 교수들이 그만큼의 당직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전공의가 부족한 외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은 그야말로 직격탄이다.

전공의든, 교수든 너나 할 것 없이 당직을 서던 응급의학과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한외과학회 이길연 부총무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면 아침 7시 출근 오후 5시 퇴근해야 하고 평일 한번, 주말 한번 당직하면 평일 한번 주말 한번 휴일을 줘야 한다"며 "현재 외과 전공의 평균근무시간을 주당 120시간이 넘는 상황이고 결국 약 40시간의 공백이 생기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임상에 있는 교수들도 이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C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때 이미 지겨울 만큼 당직을 섰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리려고 하니 다시 당직을 서라고 한다. 전공의는 전공의라 보상받고 교수들은 대체 누가 대우해 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다른 교수도 "교수들이 좋은 시절은 다 갔다. 힘들면 쉽게 도망가기도 하는 전공의들이 이제는 모셔야 할 중요한 인사가 됐다"며 "위에서 치이고 아래서 치이고 논문에 진료에 교육까지 신경 쓰다 보니 그야말로 너무 힘이 든다"고 하소연 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상도 진료부원장은 "전공의의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연쇄적으로 교수, 병원에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서 업무 공백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며, 병원의 문제로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3·4년차 희생양 안 돼"
 
이 문제의 대상자인 전공의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1~23일 열린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외과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중앙대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서상균 외과 전공의는 이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공의의 근로와 수련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며 우려했다.
 
서 전공의는 "환자를 진료할 때 어디까지가 근로자이고 어디까지가 교육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련시간이 줄어들면 나머지 시간을 전문간호사로 대체하려 하고 있는데 전문간호사의 업무를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근로시간 상한제를 포함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장성인 회장은 보건복지부의 추진안에 대해 1~2년차의 로딩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지, 3~4년차의 업무를 과중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새누리당과의 논의 하에 전공의의 모든 수련과 근로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전공의 특별법'을 추진하는 데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장 회장은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안은 기본적으로 찬성이지만, 지난 1~2년차에 100시간 이상씩 근무해왔던 지금의 3~4년차에게 면허시험 준비기간을 없애면서 80시간을 모두 채워 근무하라는 병원의 입장에는 반대'라고 밝혔다.
 
실제 일부 병원에서는 각 전공의에게 '당직을 더 서야 한다', '전문의 시험 공부하러 못 들어 갈 수 있다'는 등의 압력을 넣고 있다는 후문이다.
 
장 회장은 "전공의 1~2년차 기간 동안 말도 안 되는 업무에, 낮은 보상 등으로 희생해 왔는데, 이제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심지어 전문의 시험공부를 위한 기간조차 제공받을 수 없다고 협박(?)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또 처음부터 적정 근무와 함께 교육을 시켰어야 옳지만, 이미 과도한 노동으로 희생된 현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자율학습 기간은 물론 적극적 교육 등을 통해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병원들의 이러한 행태가 지속되면, 성명서를 통한 압박과 전공의 1~2년차 시기의 초과근로수당 소송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대의를 위한 일부의 희생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전체 전공의를 위해 일부 전공의가 희생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뚤어진 보건의료체계의 유지를 위해 전공의가 희생돼서는 안 되며, 따라서 지금의 현실은 개선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대전협은 전공의 복지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새누리당과 국회의원들과 접촉 중이며, 근무시간 외에도 폭력, 교육시간 등 전반적인 복지 향상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vs. 교수 삶의 질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정하면 전공의의 삶의 질은 올라가지면 교수들의 삶의 질은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인제의대 노혜린 교수(의학교육학교실)는 "외과 전공의의 근무시간 상한제와 관련된 논문을 리뷰한 결과 근무시간 상한제는 전공의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직업만족도가 높아졌고, 의대생의 외과 선호도도 증가했다. 또 과외활동이 늘고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근무시간 상한제가 환자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논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교수들은 업무량이 증가했고, 특히 외과 계열 교수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탈진과 직업만족도가 감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논문 양이나 근무시간에 차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근무시간 상한제를 계획하면서 교수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다. 교수 업무량이 많아지지 않도록 대체인력 양성과 교수의 삶을 보장하려는 노력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제 시작단계이므로 전공의의 삶의 질과 환자 진료의 질, 교수의 삶의 질 등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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