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분석산업이 원격의료 등 ICT융합에 이은 의료 분야 창조경제 후속타로 등장했다. 9년간 910억원 등 범부처 차원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으며, 동시에 대기업에서도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2021년까지 총 10만명 한국인 유전체자원을 확보하고, 암·만성질환 등 14대 주요 질환군별로 한국인의 유전적 특징에 따른 질병예측, 유전체기반의 한국인 맞춤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엔 주요 질환별, 유전체 유형별 임상시험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유전체해독 기술 발달로 유전체기반 신산업의 비약적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유전체 분야 핵심기술 역량 제고를 위해 한국인 게놈표준지도를 기반으로 유전체 자동 분석, 해독 SW 개발을 집중 지원하고, 차세대 NGS(염기서열 시퀀싱 장비) 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내년 예타사업으로 '차세대 NGS 대형 R&D과제'를 기획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마련한 '제1차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과 창조경제 국정과제인 IT·SW융합을 통한 산업고도화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산업부가 제시한 다부처 포스트게놈프로젝트(2014~2021년) 수립과도 일치한다. 산업인프라 조성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으로 여기에는 무려 910억원을 할당하기로 한 계획이다.

사실상 산업부가 주도하면서 유전체 분석에 따른 질병 치료 목적보다 기업 중심의 상용화의 목적이 가장 커 보인다. 실제로 유전정보의 생산, 분석, 처리를 위한 IT인프라와 의료기관의 검체, 의료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임상을 연계한 협력모델 창출이 주요 과제다.

이에 별도 시설없이 유전체서비스 기능을 통합해 최고 수준의 분석능력을 확보하는데 2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 유전체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인이 자신의 유전체형(type) 분석정보를 저장 관리하고, 병원진료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전체정보 온라인포탈시스템'도 구축한다. 유전체서비스업체, 제약사, 병원, IT기업 등이 함께 모여 다양한 시장창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유전체 산업포럼'도 발족하기로 했다.

SK. 삼성, KT 등 유전체분석 시장 진입 준비 중

정부의 사업방향은 대기업의 신사업모델 추진 분야와도 맞물린다.

SK텔레콤은 최근 서비스 전문기업인 랩지노믹스, 분자진단 시약 전문기업인 제놀루션, 휴대용 분자진단 기기 전문기업인 나노바이오시스, 그리고 현장검사(POCT) 면역진단 전문기업인 바이오포커스 등 4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

이들 업체는 ▲차세대 체외진단 플랫폼 ▲중국 시장 특화 제품 및 기기 ▲한국인 특이 유전자 분석 제품 등의 분야에서 공동 개발을 진행하며, 제품 상용화 이후에는 중국,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으로 본격적인 사업화 모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은 이미 피부에 부착하는 얇은 센서를 통해 진단하고 나노로봇으로 치료까지 할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질병 치료 분야를 뛰어넘어 현대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으로, 갤럭시 S헬스 등과 연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는 유전체분석 전문가를 영입하고 삼성서울병원 등과 함께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T에도 유전체는 매력적인 신사업 아이템이다. 지난해 이미 클라우드 인프라 기반에서 유전체(genome) 분석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 게놈클라우드(GenomeCloud)를 출시한 바 있고, 웹에서 쉽게 유전체 결과를 도출하고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모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신사업 추진 발표에 청와대에까지 관심갖자 허가 절차 간소화 등 규제완화까지 이뤄지고 있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아무리 건의해도 회의만 수차례 진행되고 관계부처간 진전된 논의가 없었다. 공교롭게 대기업에서 관심갖는 분야인 원격진료용 의료기기,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체외진단기 허가 절차가 완화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과연 대기업이 주도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질 수 있을지, 예산 낭비를 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들도 새로운 생존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고령화를 필두로 의료 분야를 신사업으로 대거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기술력있는 중소기업은 대기업 연합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리를 짓고 있으며, 내년부터 아예 새로운 판이 짜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의료계는 난색이다. 정작 의료기관의 유전체분석이나 연구는 의료법에 막혀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기업들의 유전체분석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대학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병원은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고 기업에는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자칫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환자, 국민들을 현혹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유전체 업체인 23AndMe의 안전성 문제로 인해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며 "산업의 논리만이 아닌 의료계 전문가, 소비자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유전체 검사와 맞춤치료를 위한 발전적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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