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뿐 아니라 의료인도 위험한 상태

지난 2012년 5월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안이 입법예고되면서 그동안 관리대상에서 빠졌던 이동형투시장치(C-ARM)가 11가지 특수장비에 포함됐다.

그러면서 수면 아래에 있던 C-ARM의 피폭량 문제와 관련 종사자 관리가 물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C-ARM은 피폭관리 대상 장비가 아니었고 또 X-ray나 CT 등과 달리 피폭량이 크지 않다는 의견으로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특수장비 대상에 포함시키고 보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C-ARM은 척추성형술이나 신경차단술 등을 할 때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할 수 있어 많이 쓰는 영상장비다. 특히 시술을 하면서 인체 내부의 영상을 확인하면서 수술 중 병변 유무와 크기, 위치 등을 손쉽게 투시 촬영할 수 있어 의사들이 선호하는 장비이기도 하다.

대한영상의학회 품질관리이사 정승은 교수(강남성모병원 영상의학과)는 "수술중 C-ARM을 사용하면 수술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또 정확한 시술이 가능해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과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수술실이나 공간이 좁은 곳에서 이용할 수 있어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병원이나 개원가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하기 편리해지면서 많은 병원에서 C-ARM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덩달아 환자나 수술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도 같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상황이 커졌다.

사용 편리한 만큼 위험에 더 노출

정 교수는 C-ARM은 영상의학과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아 관심을 두지 못했는데 최근 실태를 파악하니 문제가 심각해 관심을 두고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근의 치료 트렌드가 최소침습으로 가고 있고, 환자들도 외래에서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해 C-ARM의 이용률은 급상승하고 있다"며 "문제는 C-ARM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정부 등이 장비의 피폭 문제와 관련 종사자 관리를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C-ARM이 이동형이라 피폭량 관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규모가 작은 병의원에서의 환자, 의사, 간호사 등의 방사선 노출이다. 그나마 대학병원 등 규모가 있는 병원에서는 납복을 입거나 방사선 차폐도구 등을 사용해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중소병원이나 개원가 등에서는 이런 인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C-ARM이 허술한 상태로 노출된 배경에는 정부의 부실한 정책도 한몫 하고 있다.

정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2012년 5월 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C-ARM의 운용인력기준에서 영상의학과전문의와 간호사 등을 배치하지 않아도 되고 방사선사도 비전속 1명 이상을 규정하는 이해하기 힘든 법을 만들었다"며 "이런 법 때문에 작은 병원들은 C-ARM을 사용하면서도 관련 종사자들을 등록하지 않고 있고 게다가 비용이 들어가는 피폭 관리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전국에는 약 3000대의 C-ARM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C-ARM 제품을 출시하는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가격대에 맞는 C-ARM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대학병원은 주로 고가제품을 사용하지만 작은 병원은 저가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며 "환자나 관련 종사자들의 피폭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마다 저선량 솔루션을 기획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해당하는 얘기이고 작은 회사에서는 방사선 피폭 문제에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C-ARM이 시술을 하면서 의사가 필요한 만큼 촬영을 하게 되므로 방사선 노출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다"며 "각각의 수술에 맞는 C-ARM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심평원 대처 안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건강보험심평원의 인식도 안이한 편이다. 심평원의 한 관계자는 "3년마다 장비 평가를 해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삭감하면 되고, 관리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해야 하는 일이다"며 "심평원이 모든 사항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C-ARM의 방사선 피폭 문제를 해결하려면 CT,나 MRI 등처럼 품질관리를 하고 사용할 수 없는 장비 등은 퇴출해야 한다. 그럴려면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 개장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지난 2012년 5월에 입법예고 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당시 이 법이 입법 예고 됐을 때 한국의료영상품질관리원도 속도가 날 것이라 예측하고 C-ARM에 대한 품질검사 준비를 했다고 한다. 의료영상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법이 시행될 것을 대비해 C-ARM 품질검사에 대해 준비했지만 1년을 훨씬 넘기고도 제자리 걸음상태라 그냥 대기하고 있다"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나 국회에서 해결해야 풀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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