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한국식 전문병원 '그랜드메드' 11월 17일 개원
현지 기업 JG그룹 100% 투자, 한국 의료수출 쾌거


【몽골=임 솔 기자】몽골에 한국식 척추관절 전문병원 그랜드메드병원(GrandMed Hospital)'이 들어섰다. 몽골 현지기업의 100%투자와 한국의료 컨설팅, 한국인 의료진, 한국 의료기기기업 등이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한몽 합작품'이다.
겨울이 오는 첫 보름달이 뜨는 몽골 전통의 '길일'이라는 지난 17일 일요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개원식에 직접 참석했다. 몽골의 매서운 겨울 추위는 일찌감치 시작돼 온도계가 무려 영하 19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개원식 현장에서 만난 150여명의 병원 직원들은 몽골 국민들의 치료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차 있었고, 그만큼 표정도 한층 밝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있었던 진료 첫날에는 CT, X-ray 등의 필름을 들고 관절에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대거 몰려왔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이들도 많아 수술 예약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사 2명이 건너간 사실이 현지 방송에도 알려지자 환자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간 병원 설립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됐고, 몽골 국민들과 우리나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수한 한국 의료시스템 몽골에 전수

 
그랜드메드병원은 몽골 Jiguur Grand Group이 처음으로 설립한 병원이다. JG그룹은 철강, 중공업, 광산산업으로 시작해 호텔, 리조트, 가구 등으로 이어져 현재 1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몽골의 대기업이다. 기업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의료서비스를 전담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했지만, 아직 몽골에는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상태다.
 
또한 그룹의 입장에서는 건설 다음의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에 그룹에서 300억원을 투자해 몽골에 친숙하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한국식 전문병원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JG그룹 Batter Dashbalijir 회장은 "몽골 국민들의 의료수준을 향상시키고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그랜드메드병원을 개원했다"며 "특히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을 방문해보고 한국의 우수한 의료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한국 시스템을 도입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를 기반으로 향후에는 700병상 이상 대형 규모의 메디컬 센터를 설립하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 의대를 설립해 의료수준을 한층 높여나갈 계획도 있다"며 "자국민 대상이지만, 우수한 의료기술을 무기로 중국,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의 국민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일단 병원은 고급 자재를 사용해 깔끔한 인상을 주게 했다. 한국 병원들에도 대유행하는 탁 트인 로비와 천장에는 화려한 조명을 매달아 크지 않은 병원임에도 공간의 여유를 느끼게 했다.
 








총 8층까지 이뤄져 있으며, 1~2층은 외래 진료과, 나머지층은 수술실, 입원병실로 만들었다. 진료과는 내과, 피부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신경과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수술은 디스크와 최소침습수술에 나선다. 노인층, 임산부, 장애인에는 무료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며 일반 국민 상대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7층에는 VIP룸을 별도로 만들었다. 거실과 침실을 두고 호텔식으로 꾸몄다. 병원 인근이 부촌인 만큼 개별공간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한 맨 위층인 8층에는 카페로 꾸미고 주민들에게 개방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서양식 레스토랑 형태로 운영하고 전경을 바라보면서 커피와 식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17일 오전에 진행된 개원식은 몽골 전통식의 각종 공연이 이어졌으며, 몽골 보건부 장관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원식의 하이라이트는 전직원이 함께 호텔에서 즐기는 파티. 인기 가수, 음악인 등을 초청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다같이 춤을 추고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요일이었지만 누구도 찡그리거나 짜증스러운 표정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화기애애하고 즐거움 그 자체였다.
 
Batter Dashbalijir 회장은 "이번 개원을 토대로 몽골인들에게 수준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 앞으로의 기대가 크다"며 유니컴퍼스를 비롯해 "한국 의료진과 기업들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병원장 “의료 수준 한 단계 도약할 것”
 
"14년 정도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했다. 미국 조지타운 병원에서 2003~2006년까지 일했고 이후 토마스제퍼슨 대학에서 연구에 전념했다. 해외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몽골의료에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고국에 돌아오게 됐다.”

Agush Dagradorj 원장<사진>은 미국, 일본, 영국 등지에서 오랜기간 수련을 받고 스탭으로 일하다 이번 그랜드메드병원 원장에 합류했다. 십여년간 몽골을 떠나있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많이 발전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는 "몽골에서 의대를 졸업했을 때는 러시아식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지금은 점차 미국식 아니면 한국식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며 "점차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몽골 전체 의료수준은 미국의 10%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다행히 이번 그랜드메드병원은 미국 수준에 어느 정도 근접해 있다. 아직 한국에 가보지 못해 한국과 미국 시스템을 비교하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한국의 우수한 의료시스템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미국이나 한국의 복제판으로만 만들지 않겠다. 러시아의 전통도 녹아있는 몽골 고유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최신의 기술을 배우면서 다른 나라의 시스템을 단순히 이식하는 것이 아닌, 몽골만의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몽골 의사들도 교육을 제대로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병원 개원을 시작으로 몽골이 한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고 의사들의 수준 또한 올라설 것"으로 기대했다.

국산 의료기기기업 연합 진출 쾌거
유니컴퍼스 컨소시엄 “성공적인 진출을 바탕으로 다른나라까지”

몽골 그랜드메드병원 개원의 또다른 쾌거는 바로 한국기업들의 연합 진출이다. 개원식에는 총 8개 기업의 대표와 직원 3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성공적인 개원에 감탄한 JG그룹의 초청으로 이들 유니컴퍼스 컨소시엄은 어느 때보다 귀빈 예우를 받았다.
 
EMR 등의 전산은 개원 당시까지 오류가 발생할까 염려스러웠고, 수술실 구축을 위해 머나먼 몽골에 몇 달간 상주해야 했던 기억이었다. 장비 하나도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없고 상주 A/S 인력 보강의 문제도 뒤따랐다. 뜻이 맞는 이들이 하나둘 힘을 합쳐 성공적인 연합 컨소시엄을 이뤄냈고, 또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 회사 대표를 만나 각자의 역할과 각오를 들어봤다.

회장 설득부터 개원까지…어언 2년
유니컴퍼스 이영진 대표

 
"JG그룹은 몽골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입니다. 초창기에 JG그룹 회장을 대면하면서 의료 분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기존에 직원을 위한 병원 자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것이 제안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죠. 이미 회장도 머리 속에 구상을 하고 있었던 사이에 의료 수출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이번 계약의 중심에 있는 해외사업 에이전시 유니컴퍼스 이영진 대표는 회장 설득에서부터 설립까지 2년간 셀 수 없을 만큼 몽골을 오갔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제안 했지만, 우연치 않게 회장도 막연히 생각하던 것이 맞아떨어진 행운이었다.
 
현재 몽골의 병원은 무료 진료인 상황에서 개인병원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의료인프라 자체가 열악해 국민들이 몽골 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고, 심지어 MRI 검사 하나에도 3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한국, 싱가포르 등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
 
이에 몽골 내에서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개인병인을 허용해주고 있는 과정이고, 수가도 자유롭게 책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영리의료법인인 셈이다. 한국에 오가는 환자들의 이동비, 체류비 등을 감안해 이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국에서 치료받는 비용의 3분의 2정도 에서 책정됐다.
 
일단 병원의 현지 홍보 방법은 신문, 방송이다. 몽골에서는 의료광고 규제가 없고 심의를 받지 않으며, 의료서비스가 열악한 만큼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한국인이 와서 진료한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신문방송에 열심히 알리고 별도의 의료 상담 코너를 만들 것"이라며 "병원은 물론 몽골 의사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미가 큰 것은 해외 진출을 총괄하면서 EMR, PACS, 수술장, 무균실, 장비 등의 연합팀이 같이 진출한 것이다. 현지 파견 의료진은 한국인 의사 2, 간호사 3, 방사선사1 , PA 1 등 총 7명이다.
 
물론 회장을 설득하기 어려웠고 이론과 실전이 다른 부분도 많았다. 마음 맞는 의료진이나 파트너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몽골에서 찾는 제품 중에 국산이 없어 아쉬웠던 기억도 많다. 이 대표는 "20여년 간 병원 생활을 하다 보니 많은 인력풀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실력도 있고 인격을 갖춘 의료진을 찾게 됐다. 또한 좁은 시장보다 해외로 나가고 싶어하는 업체들을 찾아 선택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연합팀이 유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려면 서로 자기 욕심을 조금씩 버리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가야 한다"고 말하고 "몽골 현지에도 의료진 교육을 시키게 되는 만큼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트너들과 함께 더 많은 국가로"
대동메디칼컨설팅 이건영 대표,

 
"장비 세팅과 각종 소모품, 비품, 치료재료 등의 납품을 맡았습니다. 이번 몽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의 경험 뿐만 아니라 현지 사정과 니즈에 따라 의료장비를 컨설팅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새삼 느꼈습니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의료 현장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개원식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파트너들과 함께 보다 많은 국가에 한국의 선진 의료기술과 장비, 노하우를 판매하는 컨설팅업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몽골 전역에 EMR 확산"
아미스테크놀로지 이방훈 대표

 
"EMR을 공급하느라 개원이 며칠 지난 다음에도 여념이 없네요.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원활한 언어 소통을 위해 몽골인까지 별도로 채용했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안착시켜 기쁩니다. 아직 EMR에 익숙하지 않은 몽골 의료진인 만큼, 우리나라가 초창기 도입할 때처럼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잘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번 성공적인 개원을 시작으로 몽골 전역에 EMR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PACS 기술력 세계 선도"
테크하임 김정훈 대표

 
"몽골에선 환자들이 영상필름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봅니다. 앞으로 저희 회사의 PACS 도입으로 점차 사라지겠죠? 개원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PACS가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PACS 기술력은 단연 독보적입니다. 저희 회사도 3분의 1을 해외 매출로 올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에서의 판독이나 사후관리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구축할 예정입니다."

"뭉쳐야 해외 비즈니스 가능"
클래스원 이재원 대표

 
"수술을 위한 무균실 일체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의료시스템 도입이 참 감사하고, 시작도, 결과도 순조롭게 진행돼 다행입니다. 해외 비즈니스 모델로 의기투합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내면서 흩어지지 않고 뭉치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적을 말하기에 앞서 실속을 내면 지속적인 가치 창출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혼자의 비즈니스를 할 때는 지났습니다. 한국의 장점을 모아 패지키화하고 실제 성과있는 수출이 늘어나야 합니다. 작지만 먼저 실천한 입장에서 앞으로 더욱 시장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수한 한국의료 전세계로 널리"
세웅메디칼 박대형 대표


 "척추, 관절 관련 임플란트 납품을 맡았습니다. 한국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각종 조사 등으로 시장이 침체돼 있는 수준이지요. 게다가 낮은 수가로 경쟁을 할 수조차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하나의 기회입니다. 우수한 제품과 기술들이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 해외에 진출한 의료진 역시 몽골 의료수준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봅니다."


"한국의 이름으로 CT, MRI 보급"
한국지멘스 김도훈 차장


"지멘스 헬스케어 내에서 몽골은 원래 중국 관할이었습니다. 2011년 한국의 송도병원이 몽골에 진출하면서 한국 지멘스 헬스케어도 동반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이 때부터 몽골 고객들로부터 한국 지멘스의 서비스를 인정받았고, 그 뒤로 계속 몽골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한국지멘스는 국내에서도 이미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번에 몽골 국민의 선진화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한국 회사들과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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