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 대한외과학회 회장

이민혁 대한외과학회 회장(순천향병원 외과)은 과거 모든 문을 여는 골든 키(Golden Key)의 역할을 하던 사람이 바로 외과의사였고 모든 분야에서 최상의 역할을 하던 사람들도 외과의사였다고 웃는다.

게다가 연구하는 외과의사(Research Surgeon)들도 많아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무려 7명이나 됐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외과는 위기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아쉬워했다. 외과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이 회장은 이러한 현실도 마음 아프지만 연구를 함께 하는 젊은 의사들이 줄고 있다는 것이 더 슬픈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외과가 곤란을 겪으면서 의사 수도 감소했고 환경도 열악해져 대부분의 젊은 외과의사가 수술이나 임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며 "결국 연구를 시작하는 젊은 외과의사를 찾기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대로 실제 데이터에서도 연구하는 외과의사를 찾기 어려워졌다.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의 신규과제 중 외과 과제는 연 평균 1.8개이고 지난 2009년에는 하나도 없었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데이터에 따르면 2004년 연구비 신청건수 4만건 중 외과 관련 신청건수가 1000건 정도 밖에 안 된다. 이는 전체 건수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외과전문의 연구비 수혜건수도 전체의 약 1.2%인 100건으로 계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젊은 외과의사들이 연구를 할 수 없는 이유로 3가지를 꼽았다. 수술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외래 환자 진료, 중환자실 커버, 병원수입에 대한 압박, 가정생활 등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장 클 것이라 얘기했다. 현실이 미래의 발목을 잡는 꼴이라며 후배들에 대한 안쓰러움을 드러냈다.

젊은 외과의사들이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점과 수혜율이 매우 적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레지던트 때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데 병원 업무를 수행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쁘고 그래서 연구를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며 "설혹 시작했다고 해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 "연구자들이 연구제안서 작성 등도 서툴러 연구신청을 해도 실제 연구비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이 열악하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머물러 있는 것은 진정한 젊은 외과의사의 자세가 아니라고 말했다. 후배 외과의사들이 연구도 하고 임상에서도 뛰어난 의사가 되려면

우선 두 가지 전략을 갖추라고 조언한다. 발전하기 위해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파악하고, 우리가 갖춘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가설 개발이나 연구제안서 작성, 연구테크닉 등이 부족하다"며 "계획한 연구에 대한 전반적 지식습득과 연구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체계적 문헌고찰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또 "연구재료 즉 환자와 외과적 절제조직, 환자혈액 등을 우리가 갖고 있는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을 파악하고 경쟁력을 활용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네트워크와 오픈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후배들에게 주는 키워드다. 단독으로 연구하는 것보다는 갖고 있는 조직과 혈액, DNA 등을 공동으로 활용해 연구할 때 훨씬 강점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연구자와 임상연구에 참여한 10만명 환자와 함께 하는 미국의 NSABP 등이 성공적인 사례라고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트랜드를 보면 산업통상자원부도 혼자 한 연구보다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으로 하는 연구에 더 비중을 두고 연구비도 더 많이 배정하고 있다"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동으로 연구하면 시너지 효과는 물론 연구수행도 쉽고, 데이터도 짧은 시간에 모을 수 있다. 특히 통계학적 파워에서도 강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6년도에 출발한 KBCSG(Korean Breast Cancer Study Group)와 2007년 시작한 '한국인 유전성 유방암 연구회(Korean Hereditary Breast Cancer Study, KOHBRA Study)'도 네트워크의 좋은 예라고 소개했다.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할 때 대기업이나 타 기업들의 지식이나 기술의 도움을 받는 오픈이노베이션 즉 개방형 혁신도 외과의사들이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 연구자 130명, 40개병원, 환자 3천여명이 참여한 KOHBRA Study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SCI에 33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또 10개 논문을 준비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혼자 하는 연구보다는 네트워크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연구경험을 나누고 부족한 연구를 보완해야 하는 시대"라며 "외과의사가 연구까지 할 수 있다면 특별한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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