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의료기관의 진료비 이의신청은 요양급여비용의 심사 또는 적정성 평가 등에 관한 심평원 처분에 불복해 취소나 변경을 신청하는 것으로, 심평원의 재심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권리구제 절차다.

문제는 해가 지날수록 이의신청 사례는 많아지는 반면, 처리건수는 오히려 적어지고 기간을 넘기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 의료기관은 대체 무엇 때문에 심평원 심사·평가에 불복하는 것일까?

심평원에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는 지난 2007년 28만4237건, 2008년 39만4112건, 2009년 46만5367건, 2010년40만7169건, 2011년 46만124건, 2012년 42만4660건, 올해 8월까지 38만1480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종별로는 2011년을 기준으로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병원의 접수비율이 전체 이의신청 건수의 53%로 절반 이상이었다. 금액 또한 전체의 61.6%를 차지했다.



이처럼 이의신청이 많아지는 가운데 법정 처리기한인 90일을 초과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90일 초과 사례는 2011년 2만3336건, 2012년 11만4320건으로 5배 가량 늘어났고, 특히 200일을 넘어선 장기 초과 사례도 57건에서 6373건으로 무려 111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올해 8월기준으로 90일 이상 걸린 이의신청 처리 사례는 총 10만6640건으로 전체 27만8261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의신청에 대한 처분에 대해 또다시 불복, 건강보험분쟁위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는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1년 46만124건이었던 재심사청구 건수는 2012년 51만7384건으로 늘었고, 올해 8월까지 39만1480건에 달했다.

심평원 처리 불복 급증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우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일부 대형병원들이 심사조정시에는 반드시 이의신청을 하도록 경영방침을 삼고 있다”면서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무분별하게 이의신청을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의신청이 많은 기관에 대한 별도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이의신청을 반복하면 패널티를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심평원에서도 같은 입장이었다.

일부러 삭감에 대한 반감으로 정부의 행정력 낭비를 위해서 이의신청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한편 규모가 작은 의원의 경우에는 복잡한 의학적 자문을 구하는 사례보다는 간단한 자료 미첨부, 상병누락이 탓에 삭감과 이의신청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심평원 이의신청부 관계자는 진료비 청구시 병의원들의 실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반면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심평원 이의신청 제도는 처분에 불복해 취소나 변경을 신청하는 것”이라면서 “의료기관에 대한 일종의 권리구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당하게 진료비를 청구한 병의원이 잘못된 심사나 평가로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된다”며 “심평원이 이의신청을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의 효율적 활용과 더불어 심사 직원들의 직무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템적으로도 업무처리 단순화, 전산 시스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심평원과 의사 두 관점을 통합해서 봐야 한다면서, 단순히 '행정력 낭비' 또는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만 치부할 것은 아니라고 견지했다.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서 심평원도 의사들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것. 심평원에서는 기준, 법령대로 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고, 시간이 지연되는 것은 요즘 이의신청이 많아지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의사편에서는 자신의 임상적, 의학적 기준에 맞게 치료를 했는데 삭감통보를 당하면 돈을 떠나 자존심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자신이 소신껏 한 치료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해명해야 의사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수들의 시각은 또 달랐다.

청구의 문제 보다는 심평원 직원들의 전문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최근 들어 반려되는 사례도 많고, 심사가 지연되는 것은 이의신청 자체가 의학적으인 검증이 필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청구 및 이의신청 경향은 매년 달라지지만, 심평원에서는 이를 처리하는 전문적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자료나 자문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의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적정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심평원이 전문성을 제창하고 있으나, 실상은 의학적인 검증을 하기에 매우 취약한 곳”이라며 “그러다보니 삭감도 잦고, 이의신청도 대부분 기각처리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온 이의신청 사례는? 무엇이 인정되고 어떤 사례가 삭감됐나

그렇다면 최근 심사에 대해 이의신청한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결정이 된 5가지 사례를 최초로 공개했다.

▲인정된 사례=

'올메텍(혈압강하제) 20mg 1x90' 사용에서 상병이 누락돼 약제가 조정된 사례다.

이는 추가자료를 첨부해 이의신청을 했고, 심평원에서 진료기록부 검토 결과 고혈압상병이 확인돼 인정됐다.

'실버셉트정(기타의 중추신경용약) 5mg 1X28'과 관련된 이의신청 사례도 이와 마찬가지로 치매상병에 대한 검사 결과를 특정내역란에 기재하지 않아 약제가 조정됐다.

이후 자료첨부해 이의신청을 했고, 심평원에서 제출된 검사 결과지를 살펴본 결과 CDR 1, MMSE 24로 확인돼 해당 약제가 인정됐다.

심평원 이의신청부 관계자는 “이처럼 상병누락이나 자료 미첨부로 삭감이 돼 이의신청이 들어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의원에서 진료비 청구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병원은 물론 심평원의 행정력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달리 다소 복잡하게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논의를 거친 끝에 인정되는 사례도 있었다.

경정맥 체내용 심박기 거치술에서 심박기거치술 시행 후 심부전에 실시한 심장재동기화치료(CRT-Pr) 및 재료대가 삭감되자 이의신청이 들어온 사례다.

이에 대해 평가위는 ACCF·AHA·HRS(2012) 가이드라인에 따라 'paced QRS >40%인 경우 Class Ⅱa'로 CRT 범주에 해당하고, 금년 2월 심방세동에 대해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한 후 비지속성 심방세동이 있었으나, 심장재동기화치료 시술 전 대부분 동율동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방세동이 아주 드물게 발생하고, 현재 Pacemaker dependent로 판단되므로, 경정맥 체내용 심박기 거치술-심박기거치술 및 재료대는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각된 사례=

최근 일반처치 또는 수술 후 처치와 관련한 사례 중에서 기각된 사례가 있었다.

이는 응급실 내원시 1차적으로wound dressing했고 후에 시간차를 두고 창상봉합을 했으므로 따로 진료비 청구를 했지만, 심평원이 하나의 과정으로 처리, 진료비를 지급해 이의신청을 한 사례다.

이의신청부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같은 상처 부위에 창상봉합을 하기 전에 시간차를 두고 먼저 창상처치를 시행한 사례”라고 규정하면서, “이때의 창상처치는 환자와 상처부위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이학적 검사과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기본진료료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즉 기존의 심사가 옳게 진행돼 삭감지급이 그대로 이행되는 것이다.

'421 넥사바정(항암제) 200mg 2x2x18'도 삭감이 자주 되는 사례 중 하나다.

최근 간세포암에 대해 영상진단만 시행한 후 넥사바정을 투여했는데, 병원이 이에 대해 삭감 지급되자 이의신청을 했다.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논의 끝에, “제출된 진료기록부 및 영상자료 검토 결과 serum AFP 수치가 11.33 ng/ml이고 영상검사(초음파·CT) 상 간세포암으로 볼 수 있는 소견(Arterial hypervascularity and venous or delayed phase washout)이 확인되지 않는 바, 간세포암으로 확진하기는 곤란한 사례”로 처리했다.

따라서 조직검사 없이 영상검사만으로 간세포암 진단 후 투여한 본 건의 넥사바정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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