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공단 빅데이터 계획 발표에...통계전문가의 거센 비판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활용은 건보 재정만 낭비하는 단순한 국민쇼다.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20일 건보공단이 주최한 한국·태국·대만의 국제포럼에서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가 이같이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공단의 빅데이터 활용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앞서 이날 포럼에서 건보공단 신순애 실장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통한 향후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공단은 내년 빅데이터를 활용한 표본코호트 DB를 공개하며, 2015년은 노인장기요양 표본코호트 DB를, 2016년에는 개방할 수 있는 DB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공공 목적의 연구용 로우데이터(raw data)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수요자 맞춤형의 질병별·연령별 통계자료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공단은 빅데이터 자료를 전문가에게 제공하는 것과 별개로, 공단 내부적으로 대국민서비스를 준비할 방침이다.

공단에서는 빅데이터를 타기관과 교류해 △국가건강검진 공동 이용으로 운전면허증 발급 절차 간소화 △출입국자의 건강보험료 면제 자동 처리 등 '수요자 중심의 행정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건강나이 알아보기 △비만개선 프로그램 △나의 건강기록 서비스 △만성질환자 대상 투약상담 서비스 등 개인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더불어 이전에 발표했던 국민건강 주의예보 서비스와 모바일 앱을 이용한 건강정보 서비스 제공 방침에 대해서도 다시금 소개했다.

공단은 다음과 컨소시엄을 구성,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건보 빅데이터와 다음의 소셜미디어 정보(트위터, 카페)를 융합해서 질병 발생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내년부터 이를 상시모니터링해 위험징후시 '주의예보서비스'를 공급한다. 모바일 앱에서는 병의원 찾기 서비스, 건강정보 및 상담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토론패널로 나온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는 이같은 건보공단 빅데이터 사업계획에 강한 '경고장'을 던졌다. 그는 "인기영합주의의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쇼에 불과한 공단의 빅데이터 사업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크게 제지하는 것은 "앞으로 공단이 코호트 DB 등 빅데이터 활용 자료를 공개하면 많은 전문가, 연구자들이 논문을 위해 엄청 달려들 것인데, 신뢰성이 없고 왜곡된 DB를 근거로한 연구결과가 발표되면 전세계의 비웃음을 살 수 있다"고 견지했다

특히 다음의 SNS 자료와 건보공단 DB를 융합하는 활용방안에 대해 "신뢰도의 문제가 예상된다"며 "공단이 데이터의 검증과 추출, 분석 등을 모두 갖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는 매우 크고 방대해서 10% 정도만 잘 정제해서 꺼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면서 "SNS 역시 99%가 젊은이들의 장난인데 1%를 뽑아낼 자신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공단의 자료 추출 능력을 의심했다.

박 교수는 '청소년 흡연율'에 대한 건보공단의 코호트 DB의 경우 2002년, 2008년, 2009년의 문진표 포맷이 모두 달라 결과가 들쑥날쑥하다는 점을 지적, "데이터의 기준이 다른 것들을 가져다가 만들면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사업 중복의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미 대부분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행 중이고, 질본에서 이미 예보시스템을 하고 있고, 심평원에서 모바일앱의 병의원 찾기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시대의 흐름인 빅데이터를 하고자 하는 의지와 방향은 좋다"면서 "하지만 신뢰도의 문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추진한다면 예산낭비에 불과한 국민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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