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이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 관리에 참여하는 새로운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현재 의료계 반대속에 진행되고 있는 만관제가 진료비 감액에 불과한 것이라면 새 만관제는 동네의원의 접근성과 친근성을 활용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활성화시키고 질환관리 서비스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20일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지역주민에게 충분한 상담과 지역의 건강서비스를 연계제공하는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4개 시군구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만성질환을 가진 지역주민들은 투약 지속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흡연율, 고위험음주율, 비만율 등이 여전히 높고 적정관리율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지역주민은 △의사를 통한 전문 상담서비스를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고 △평소에 자기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시범사업 주요 내용 =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가 충분한 상담과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의사가 진료할 때 환자의 평소 건강관리 내용을 잘 파악해 상담할 수 있도록, 환자의 평소 건강관리 상황을 점검해서 의사에게 보고하는 (가칭)일차의료지원센터에 간호사, 영양사 등 전문인력을 배치토록 하고 있다. 의사는 이러한 지원을 토대로 환자에게 전문상담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와 함께 일차의료센터를 통해 지역사회 금연클리닉, 영양체험프로그램, 환자자조모임, 운동 프로그램 등 환자가 원하는 다양한 지역사회 건강서비스를 연계 제공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지역주민들은 △의사를 통해 충분한 상담서비스를 제공받게 되고 △평소 자기 건강관리를 위한 지원도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기관을 통해 쉽게 받을 수 있게 된다.

재정·기술은 =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에게는 추가적인 상담서비스 제공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으로 보상하고, 환자의 평소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일차의료지원센터의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건보 급여화를 위한 재정은 필요질환 범위, 참여율 등을 고려해 별도 추계할 예정이다. 내년 정부안 기준으로 일차의료지원센터 운영에 총 11억원을 지원(지방비 50%)하게 된다.

또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 지자체에 대한 세부적인 지원과 사업평가를 위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지원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환자가 서비스를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요자 입장에서 서비스디자인 기법도 적용할 계획이다.

서비스 제공 대상과 질환범위는 = 서비스 제공 대상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만성질환을 가진 지역주민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외에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교육·상담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질환을 추가할 계획이다. 소아비만, 아토피, 천식, 만성전립선염 등 현장에서 질환과 건강관리가 유용한 분야가 주요 검토대상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내과계의 천식·알레르기, 외과계의 관절질환자 교육, 척추질환 교육상담, 성재활 상담, 요실금환자 교육 등 교육상담과 관련한 급여·비급여를 요청해왔다.

복지부는 의협, 각과 개원의협의회 등 전문가 단체 의견을 수렴해 질환범위를 정할 계획이며,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가칭)교육상담급여TF를 현장의 의료전문가들과 구성할 계획이다.

일차의료 시범사업 의미는 = 복지부는 전문가의 전문성·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환자-의사관계의 신뢰 향상을 꼽고 있다. 그간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해서 의료계는 정부의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번 시범사업은 정부의 통제수단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일차의료지원센터의 운영을 지역 의사회 또는 참여 의료기관이 구성한 법인 등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설계와 운영, 평가 과정에서 지역의사회, 의료단체 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된다.

또 교육상담 서비스에 대해 급여화하겠다는 것도 특징이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에서 의료기관의 충분한 상담이나 교육에 대한 급여화는 매우 취약한 편이다. 그것도 비급여로만 일부 인정되나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으로 제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은 최대 4만5000원, 당뇨병은 최대 11만 2000원이다. 이 시범사업을 통해 의원급 의료서비스에서 필요한 교육상담서비스에 대한 급여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검토할 수 있게 된다.

향후 계획 및 기대효과 = 복지부는 이러한 기본계획하에 지역 의료계 등 현장 의견수렴에 착수할 계획이며, 현장 설명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시범사업 지역이 내년 1월 공식 결정되면, 내년 4월 센터를 개소하고 7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역사회 일차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 △의사의 상담과 지역사회 건강서비스 통합 제공 △불필요한 대형병원 이용 감소와 의료비 낭비 방지 등을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성창현 일차의료팀장은 "약 3년정도 시범사업을 거쳐 모형을 보완해 나가면서, 제도화 가능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조정진교수는 "의료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의사의 상담역할을 강화하고, 치료 영역과 건강서비스 영역이 일차의료 분야에서 통합적으로 제공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현재 시행중인 만성질환관리제에 상담을 추가하고 급여화했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어떻게 반응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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