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측 "절차 개선, 인력 대대적 보강 불가피할듯"

행정법원,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절차와 이의신청 과정이 "잘못됐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심평원에서는 적정성평가 결과를 최종 통보하기 전, 요양병원에 사전에 통지하는 것은 물론 병원 측의 의견청취 및 검토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은 1, 2심과 마찬가지로,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의 절차가 잘못됐으므로, M요양병원(원고)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삭감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면서 심평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M요양병원 측에서 적정성 평가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음에도 심평원은 의견 제출 절차마저 부여하지 않았다"면서 "심평원이 적법한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절차를 결여했고, 실질적인 현지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이의신청결정문의 송달이 지연된 점 모두 심평원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이 △평가자료에 대한 의견진술 기회를 준 점이나 △평가 설명회 등을 통해 결과에 따른 처분이 있음을 설명했다고 반박했지만, 대법원은 "충분치 않다"면서 "이는 의견제출의 기회를 줬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모든 항소비용, 상고비용 등은 심평원에서 부담해야 하며, 심평원의 상고를 기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0년 적정성평가에서 시작된 문제다. 같은해 9월 개원한 M요양병원은 11월경 적정성평가를 받기 위한 자료를 심평원에 제출했고, 12월중순 심평원은 병원에 첨부자료 보완을 요청했다.

이후 2011년 9월 적정성평가 결과, M요양병원은 하위 20%, 즉 5등급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의사나 간호인력 등을 충족했어도 입원료 가산분과 필요인력 확보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한다(환류처분)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 측에서는 개원 초기 업무 미숙과 관련 지식 부족으로 조사표에 누락된 사항이 존재했다고 인정하면서, K원장은 "심평원에서 '평가 결과'의 재고를 요청하는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별도의 현장조사 없이 이의신청을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병원에서는 이같은 사유로 행정법원에 '심평원의 별도보상 적용 제외 처분을 무효로 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심평원이 이의신청절차에서 실질적인 현지조사를 하지 않았고, 이의신청결정문의 송달이 지연됐으므로, 병원(원고)의 주장처럼 심평원이 병원에 별도의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심평원은 1심에 불복하고 사건을 고등법원까지 가져갔다. 고등법원은 심평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판결에 대해 "정당하다"고 존중했다.

또다시 심평원은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에서도 1,2심과 마찬가지로 심평원의 상고심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과정에서도 병원측의 의견제출 기회도 말살했으며, 소명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으므로 심평원의 절차는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심평원의 M요양병원을 추가 급여비 지급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처분은 취소하고, 심평원에서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심평원 평가 절차 바뀌나?

잇단 패소로 심평원은 당장 M요양병원에 삭감 지급된 부분에 대한 추가분 지급 외에도, 적정성평가 절차의 판도를 바꿔야 할 위기에 처했다.

심평원 법무지원팀은 "심평원은 건보법을 특별법으로 보고 모든 절차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봤지만, 법원에서는 건보법도 일반법으로 간주해 모든 행정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대랑의 건수를 처리해야 하고, 또 이것들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며, 반복적으로 업무를 해야 하다보니 절차상 위법적인 부분이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행정력 낭비가 많아지겠지만 △사전통지 △의견청취 △검토 등의 절차를 걸쳐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평가관리부의 인력 보강을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적정성 평가 기간과 비용 등이 수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요양기관 적정성평가를 담당하는 평가관리부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되도록 말을 아끼는 모양새였다.

평가관리부 담당자는 "법규송무팀과 협의 후 정할 부분이다. 판결이 나온지 얼마 안 돼 아직 협의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지는 다음주쯤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판결에는 언제까지 사후처리를 하라는 '기간'도, 얼마를 돌려줘야하는 '금액'도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심평원에서는 아직 방향 논의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변호사수임료나 송달료 등은 법원 판결대로 모두 심평원에서 지급하는 것만 결정이 됐다. 향후 법무지원팀과 평가관리부는 수차례 협의를 통해 절차위반 상황에 대해 사후 조치 가닥을 잡아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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