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간학회(AASLD)가 1~5일 워싱턴에서 연례학술대회를 열었다. 전세계에서 간 전문가 1만2000명이 참석했으며, 직접 작용형 약물(DAA) 개발에 힘입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C형간염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C형간염 표준치료로 면역시스템 증강제인 페그인터페론 알파와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 병용요법이 사용돼왔다. 그러나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텔라프레비어와 보세프레비어를 승인한데 이어 최근 FDA 자문위원회가 시메프레비어와 소포스부비어를 승인 권고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에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에서부터 이미 승인을 받은 제품까지 다양한 DAA 제제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으며, 특히 소포스부비어를 사용한 연구가 쏟아졌다.

소포스부비어는 뉴클레오티드 중합효소 억제제로 지난달 FDA 자문위로부터 치료 경험이 없는 만성 C형간염 환자 중 유전자형 1, 4형에서는 페그린터페론과 리바비린 3제요법으로, 유전자형 2, 3형에서는 리바비린과의 2제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받아 최초의 인터페론 없는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약물이다.


정신질환 있는 C형간염 환자도 치료가능

인터페론은 등장 이후 오랫동안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 치료에 빠지지 않고 사용돼 왔지만 여러 한계점으로 인해 최근에는 이를 사용하지 않는 치료법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인터페론 없는 치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등 정신질환을 동반한 C형간염 환자를 인터페론 없이도 성공적으로 치료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국립알레르기및감염질환연구소 Amy Nelson 박사는 2상임상인 SPARE 연구 결과를 발표, "소포스부비어와 리바비린 2제요법을 사용했을 때 정신질환 유무에 관계없이 치료 효과는 동등했으며, 약물 순응도와 연구 참여도 또한 두 환자군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Nelson 박사는 "페그인터페론은 정신병적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던 환자에게는 사용이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이번 결과를 통해 인터페론 기반의 표준 치료가 금지된 정신질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치료의 길이 열렸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대상자는 정신질환을 동반한 23명을 포함한 유전자형 1형 환자 60명으로 24주간 소포스부비어(1일 400㎎)와 리바비린(저용량 또는 체중 기반 용량) 치료를 받았다. 정신질환 동반군은 주요 우울장애와 양극정 장애, 조현병, 불안증 등을 가지고 있으면서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으로 정의됐다.

분석 결과 치료 12주 뒤 바이러스 불검출율은 정신질환군에서 61%로 나머지 환자군 68%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소포스부비어 복용을 4회 미만으로 거른 비율도 두 그룹 모두에서 83%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Michael Fried 교수는 "C형간염 환자에서 정신질환 유병률 문제는 꽤 높은 편이지만 인터페론 기반 항바이러스 치료를 할 수 없어 잘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터페론-리바비린 없이도 치료

그러나 소포스부비어가 FDA 승인을 받는다 해도 유전자형 1형 환자에서는 여전히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3제요법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어 다른 실험약물 간의 조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 Eric Lawitz 교수는 인터페론은 물론 리바비린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신약 조합의 효과를 확인한 LONESTAR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유전자형 1형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소포스부비어 400㎎과 비구조 단백질 NS5A 차단제인 레디파스비어 90㎎ 고정용량 병용요법의 효과를 리바비린 추가 유무에 따라 관찰한 무작위 오픈라벨 2상임상으로 학술대회에서 발표됨과 동시에 Lancet 온라인판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은 간경변증이 없는 초치료 환자 60명(코호트 A)을 1:1:1 비율로 소포스부비어+레디파스비어 2제요법 8주 치료군과 두 약물에 리바리린을 추가한 3제요법 8주 치료군, 3제요법 12주 치료군으로 나눴다. 나머지 40명(코호트 B)은 간경변증 환자가 일부 포함된 치료 실패 경험이 있는 환자로 1:1 비율로 2제요법 12주 치료군과 3제요법 12주 치료군으로 배정됐다.

연구 결과 치료 후 12주째 지속 바이러스 반응률(SVR12)은 코호트 A에서 각각 95%, 100%, 95%였고, 코호트 B에서도 각각 95%, 100%로 모든 그룹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 흔한 부작용은 빈혈과 상기도감염, 두통이었다. 2제요법 12주 치료군에서 심각한 빈혈이 나타났지만 이는 이전 치료시 복용한 리바비린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8주 치료만으로도 SVR12 100%

소포스부비어와 레디파스비어 고정용량 2제요법에 다른 약물을 추가하면 간섬유화나 간경변증이 진행된 환자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임상연구소 Edward Gane 박사는 ELECTRON 연구 결과 발표에서 소포스부비어와 레디파스비어 고정용량 2제요법의 효과를 더 높이는 방안으로 리바비린이나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인 GS-9669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2제요법만으로 12주 치료했을 때 SVR12는 70%로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리바바린 또는 GS-9669를 추가하면 100%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GS-9669는 리바비린과 효과는 동등하지만 복용 초기에 헤모글로빈 농도가 저하되는 현상을 보이지 않는 장점을 보였다. Gane 박사는 "GS-9669의 부작용은 대개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경증이었다"면서 주요 부작용으로 두통과 피로감, 빈혈을 꼽았다.

하위 연구에서는 리바비린 추가가 치료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유전자형 1형 초치료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했을 때 리바비린을 추가한 3제요법은 8주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현재 권장되는 표준 치료는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프로테아제 억제제 48주 치료고, 새로 개발되고 있는 약물은 대개 12~24주 치료로 효과를 보인다.

Gane 박사는 "6주 치료는 지나치게 짧아 SVR12가 68%로 낮지만 8주, 12주 치료는 모두 100%"라고 말했다. 다만 소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향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인터페론, 대비책으로 사용 가능

인터페론 없는 치료의 필요성과 혜택이 속속 보고되고 있으나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임상 현장에서 인터페론 사용이 완전히 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환자군에서 인터페론 기반 치료는 여전히 대비책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미국 텍사스대 Eric Lawitz 교수는 간경변 동반 환자를 포함해 과거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요법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유전자형 2, 3형 환자 47명 대상으로 소포스부비어와 페그인터페론, 리바비린 3제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관찰했다.

12주 치료 결과 전반적인 SVR12는 89%로 유전자형 2형 환자 23명 중 22명(96%), 3형 환자 24명 중 20명(83%)이 일차 평가기준을 충족시켰다. SVR12는 간경변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 간 유사했다.

대다수 환자에서 약간의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이는 인터페론이나 리바비린과 관련된 것으로 분
석됐다. 흔한 부작용은 감기와 같은 증상, 피고감, 빈혈증, 백혈구감소증, 메스꺼움 등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시카고대 Donald Jensen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인터페론 없는 치료로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지만 치료 실패 경험이 있는 간경변 동반 유전자형 3형 환자 치료 시 소포스부비어와 리바비린에 인터페론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인터페론 추가도 문제 없이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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