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최영아 다일천사병원 의무원장

행려자, 독거 노인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무료병원 "다일 천사병원"이지난달 4일 청량리에 문을 열었다. 이화의대를 졸업하고 내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바로 이곳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최영아 의무원장을 만나 보았다.

"밥퍼 목사"로 잘 알려진 다일복지재단의 최일도 목사와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예과 2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배의 권유로 최일도 목사가 밥을 나누어 주었던 무허가 건물에 설겆이를 하러 갔던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밥을 나누어 주던 곳은 비오는 날이면 쓰레기 냄새가 상상을 초월해요. 비를 맞으며 쭈그리고 앉아서 진흙물이 섞인 밥을 먹던 행려자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이 저렇게도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충격은 행려자들에게 하루종일 밥을 퍼 나르는 것이 하루일과였던 당시 젊은 전도사였던 최일도 목사였다.

"사실 저도 당시 행려자들이 주위에 많았던 교회를 다녔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당시는 바로 교회 옆에서 얼어 죽어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녀는 요즘의 자신을 두고 "싸움닭"이라고 표현했는데, 행정적인 문제로 공무원들과 매일 핏대를 세우며 싸우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울 것 같은 그녀가 싸움닭 이라니. 원래 그녀는 전문의 취득후 해외 의료봉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사실 한국에 있으면 골치아픈 일이 훨씬 더 많아요. 해외에 가면 공무원들과 부딪칠 일도 없고 진료만 할 수 있는데…" 하지만 지금의 일을 자신이 책임져야할 본업으로 여기고 있다.

또 다이나믹한 삶의 현장을 즐기는 이러한 일이 자기 적성에 맞는다고 했다.

그녀는 천사병원은 일반병원과는 그 개념이 많이 다른 병원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의사들이 자신의 의무기록을 개방해야 하는 개방병원형태이며 병원관계자 대부분이 자신들이 원해서 온 자원봉사자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이 있단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하루에 50명 정도로 대상이 천차만별이라고. 병원운영은 모두 기부금과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개중 기부자중에는 환자들도 있는데,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하루종일 행상에서 번 돈을 모두 병원에 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병원들이 돌아가면서 한달에 1명씩만이라도 다일병원에서 보내는 환자들을 무료로 시술해주는 시스템이 생기면 정말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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