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생활습관의 서구화와 함께 우리나라의 위장관질환 유병률이 급격히 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소화기 암(위암, 식도암, 대장암 등)을 제외하고도 위식도역류질환,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소화불량(상부위장관질환)과 과민성장증후군, 변비, 대장폴립(하부위장관질환)에 이어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염증성 장질환) 등이 환자들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장관질환 급증의 원인을 잘못된 식생활습관에서 찾고 있다. 전통적으로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식이에 육류가 주를 이루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더해져 위장관에 부담과 자극을 주고, 이러한 습관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위장관질환이 다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습관의 역습이다.

경제 발전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위장관질환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도는 아직 부족한 실정으로 정확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위장관질환은 환자의 삶의 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방치될 경우 위암, 식도암, 대장암 등으로 이어질 수도 초기부터의 적극적인 대처가 주문되고 있다.

여기에 위암과 대장암 방별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위장관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국내 소화기 학계는 임상근거와 경험에 근거한 다학제적 접근 방식을 통해 위장관질환을 다스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장연구학회,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등은 최근 몇년 간 위장관질환의 다양한 병태에 대한 진단·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임상현장의 진료에 로드맵을 제시해 왔다.①

GERD
위식도역류질환(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은 상부위장관질환의 대표적인 병태다. 국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매우 흔하고 적절히 관리되지 못할 경우 증상 지속에 따라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는 만성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환자의 신체적·정신적 기능저하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고 질환 관리에 많은 의료자원이 소요되고 있다.

지난 2012년 발표된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의 임상 진료지침은 GERD를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불편한 증상을 유발하거나 이로 인해 합병증을 야기하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다양한 약물치료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프로톤펌프억제제(PPI)는 GERD의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히스타민수용체길항제(H2RA)와 제산제는 간헐적인 위식도 역류증상의 조절에 유용한 약제로 언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위장운동촉진제,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 등이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약물로 소개됐다.②

순천향의대 조주영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소화기내과)는 위장관질환의 약물치료와 관련해 “환자들이 비특이적인 증상을 나타내는 만큼, 중증도와 임상특성을 기반으로 PPI·H2RA·제산제 등에 대한 선택·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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