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법에 대해 “기술만 생각하고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는 제도"라고 쓴소리를 냈다.

병협이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하는 Korea Healthcare Congress(KHC)에서는 m헬스 등의 세션을 별도로 마련, IT 경쟁력을 병원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원격의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제시된 ‘원격의료’의 개념은 전세계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병협 이왕준 정책이사는 “m헬스, e헬스 등 다양한 개념으로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차세대 의료 모델이 단지 10년 전에 이야기하던 소모적인 논쟁에 그치고 있다”며 “현재의 의료시스템 내 혁신이 빠져있는 형태에서 IT기술의 일부만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원격의료가 논의되는 것은 건강한 담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신산업동력이나 창조경제의 압력 속에서 원격의료를 풀어내면, 의료 혁신이라기보단 그저 기술에 치중한 사례에 불과하다는 것.

병협 이철 부회장도 “원격의료의 개념을 크게 봐야 한다. 원격으로 해외 로봇수술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수술 후 사후관리를 해줄 수도 있다”며 “우리가 하는 것이 원격의료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언젠가 대면하지 않고도 진료가 가능한 날도 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 시스템 상에서 의사와 의사 간의 원격진료는 이미 잘 되고 있다. 네트워크병원, 부속 병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도 블라디보스톡 환자와 원격진료를 시행 중이다.

문제는 누구든지 참여하고 싶고 원하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서로 하고 싶지 않다는 데 있다. 전체 의료의 맥락에서 이해하지 않고 기술적인 면으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왕준 이사는 “미국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고 인건비를 낮출 수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있다. 여기에 가장 유용할 수단이 m헬스”라며 “미국은 공급자와 수요자들의 분명한 니즈와 방향성을 방법론으로 가져가고 있지만, 우리는 왜 원격진료를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원격진료 시행 시 과거 의료시스템보다 어떤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전세계적인 트렌드를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의료의 전체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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