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원·의약단체장 모두 “기재부가 보건의료에 직접 개입하는 것” 한목소리로 반대...그러나 기재부는 “그대로 빠르게 시행할 것” 완강



지난 국회 때 폐기됐던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 법안심사 시기에 맞춰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해당 법안은 영리병원, 사무장병원, 원격진료 등 의료계에서 문제 삼고 있는 모든 부분을 허용해주는 것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를 기획재정부 내에 종속하는 사실상 '허수아비' 부서로 전락시킬 수 있는 권한 위임도 담겨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회 토론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물론 모든 보건의료직능단체장들이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해당 법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주최자인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기재부에서 국민건강을 무시하고, 정말 돈벌이가 될 수 있는 의료기기산업, 제약산업을 외면하고 해외관광객 유치 등 쪼잔한 일에 목을 메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병원에는 의료기기가 죄다 외국 것이다. 삼성도 의료기기 산업에 손을 뻗쳤다고 해서 보니 만든 것은 '원격진료'기기 였다”면서 “기재부는 영리병원, 사무장병원 만들 궁리 전에 세계적인 회사들이 장악해버린 의료기기산업이나 정밀기기산업에 투자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대적인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외국 환자 몇명더 데리고 오는 데 급급한 기재부 정책은 쪼잔함의 극치”라면서 “현재 의료분야에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이를 살리지도 않고 이상한 곳에 눈을 돌리냐”고 반문했다.

공동주최자인 김현미 의원도 “경제성장을 이룩한다는 뜻을 좋지만, 산업의 영역으로만 볼 수 없는 공공분야까지 손을 뻗친 것은 문제”라면서 “의료를 산업으로만 간주하면 그 폐해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해당 법안에 대해 “전문가를 아예 노골적으로 배제한 정책”이라면서 “교육과 의료 등 공공사회서비스를 아예 서비스산업으로 치부해버렸다”고 성토했다.

이어 “더욱 문제는 보건의료산업에서 보건복지부라는 주무부처를 허수아비로 전락시키고, 기재부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과 대부분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해버려서 국회에서 정할 범위마저 기재부로 넘긴 시행령 꼼수”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법안에는 '선진화위원회'를 꾸려 이들이 각종 계획을 심의·의결하게 하는데, 우 실장은 “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서 내논 계획을 마음대로 제지하는 등 막강한 권한이 있다”면서 “이들을 구성하는 권한을 기재부에서 가지고 있어 즉 보건의료에 대한 모든 것을 기재부장관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우 실장은 “법안이 통과되면 복지부의 모든 권한은 기재부로 가게 되면서 독립성이 상실된다. 이는 '기재부 독립법'이다”라며 “공공성 정책을 모두 말살하고, 결국 복지부는 '기재부 보건복지과'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법안에는 병원의 호텔업 및 숙박업 허용, 해외환자 알선·유치 법제화, 채권 발행 가능 등 영리성 강화하는 안이 모두 포함됐고, 원격진료, 사무장병원 등도 합법화해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또한 더 크게 보면 미국의 HMO와 같은 건강관리회사가 병원, 보험회사를 모두 거느리면서, 건강보험체계를 민영의료보험체계로 바꿔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행되면 GDP는 얼마간 상승할 수는 있어도 이는 모두 국민 의료비 상승분이 될 것이라면서, “복지부는 기재부 독재를 막고, 국회는 당장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의원들·의약단체장들 “막아내자”...기재부는 “시행할 것” 완강
새누리당은 아예 참석조차 안 해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서비스산업 발전하자는 데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렇게 잘못된 정책은 국민을 불행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단 한 번도 보건의료인과 협의한 적 없다고 고발하면서, “당사자들이 허용하지 않는 법안을 펴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의료”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간 한의협, 치협, 악샤회 등 의약단체들이 갈등의 상태였으나, 이번 만큼은 한목소리로 법안을 막아내겠다”면서 “이러한 악재를 토대로 대한민국 전반의 의료계 문제를 바꾸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세영 회장도 이에 동의하면서, 완강한 입장을 보였다. 김 회장은 “과천벌 의약단체 투쟁보다도 더욱 크고 거친 싸움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국민이야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돈만 벌겠다는 기재부의 의지를 꺾기 위해 단합하겠다”고 강조했다.

약사회와 한의사협회도 법안 저지를 위해 투쟁이 필요하다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토론자들도 하나 같이 서비스산업 기본법을 비판했다. 송형곤 의협 상근부회장은 “이미 지난 7월에 마지막 경고는 끝났다”면서 “기재부는 가치 혼동이 오면 초등학교 도덕교과서를 다시 읽어봐라. 결국 돈은 재벌이 아닌 국민을 위해 벌어야 한다는 점을 각인하라”고 촉구했다.

치협 김철신 정책이사도 “이미 기본법에 담긴 모든 것을 실현 중인 미국을 봐라. 의료시장화를 하면 일자리 창출과 내수기반 확대가 아닌 국민의료비 상승, 의료 질 하락 등 총체적인 난국이 실현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번짓수가 틀린 법안은 논의할 필요도 없고, 그냥 폐기해야 한다”면서 “기재부도 문제지만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음에도 손을 놓고 있는 복지부가 더욱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기재부는 “시행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강종석 기재부 서비스경제과장은 “서비스산업이 고용은 이끌었지만 부가가치 창출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 과장은 “서비스산업은 지난 국회때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분야를 포함하는 게 당연하고, 이것이 글로벌 스탠다드(국제기준)다”라며 “문제로 거론되는 위원회는, 오히려 민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보건의료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앞으로 막연한 의견대립이 아닌 종사자들이 참여한 시범사업 등을 통해 기본법을 접근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기재부 추경호 제1차관도 참석했지만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도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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