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시장을 겨냥한 우리나라의 움직임이 숨가쁘다. 글로벌시장 진출을 총괄하는 '국제의료사업단'이 신설된다는 소식도 나왔다. 경쟁국과의 신흥부국 의료현대화 시장 선점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범국가적인 의료진출 컨트롤타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으로 제시되는 곳이 바로 태국과 싱가포르다. 이중 지난해 외국인 환자 75만명을 받은 싱가포르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병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벤치마킹 대상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래플즈병원, 파크웨이병원 등 싱가포르 시내 한복판에 있는 두 병원을 직접 둘러봤다.


관광산업 인프라 덕분에 외국인 환자도 75만명

싱가포르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관광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싱가포르 관광청에 따르면, 작년 싱가포르를 방문한 관광객은 약 1500만명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처음으로 관광객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인구 500만과 5000만명이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분명 다르다.

싱가포르는 공용어가 영어인데다 중국계가 전체 인구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어, 영어에 능통한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노동시장의 외국인력 개방으로 외국인 자체도 많은데다, 관광객 중 인도네시아인은 19%, 말레이시아인 8%, 인도인은 6% 등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관광업은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고 있고, 약 1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는 20년 전부터 의료관광을 국가적 차원으로 집중 육성했다. 현재 목표는 100만명의 해외환자를 끌어들여 약 30억달러, 1만3000개의 일자리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투자로 인한 관광 인프라와 함께 싱가포르 병원들도 자연스럽게 외국인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래플즈병원, 재원일수 줄이고 검진센터 강

10년 전 샴쌍둥이 수술로 글로벌 입지를 다진 래플즈병원은 치료-관광-쇼핑을 연계하는 싱가포르 의료허브를 구상하고 있다.

래플즈메디컬그룹은 2012년 기준 매출 약 2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기록했으며, 루춘용 회장은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싱가포르 부호 3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래플즈에는 총 20개 센터가 있다. 암센터, 소아센터, 상담센터, 신장투석센터, 이비인후과, 안과, 불임클리닉, 심장센터, 내과, 정형외과 등이다. 국제진료센터도 공항 픽업 서비스,통역서비스 등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관광과 연계하기 위해 싱가포르 관광을 연결해주고 있다.

래플즈병원은 2000년대만 하더라도 선망의 대상이었고, 국내 병원들이 너도나도 따라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우리나라 병원들도 화려한 외형과 신식 시설을 갖춘 만큼, 겉으로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보고 배운 에스테틱, 여성센터 등을 강화하거나 암센터, 검진센터 등으로 무장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효율을 강화하기 위해 재원일수를 평균 3일 전후를 줄이고 낮수술 병동을 대거 강화한 것이 특징이었다. 외국인을 위한 안내를 위해 일본인 클리닉을 아예 별도로 두고 있으며, 아랍어, 태국어, 한국어 등의 홍보자료도 배치해뒀다. 한국인클리닉은 싱가포르에는 없고, 8개까지 확대한 중국 진출센터 중 상하이센터에 2명의 한국인 의사가 고용돼 있다.

병원 관계자는 "한 때는 한국 병원들에서 하도 몰려와서 방문을 받지 않을 정도였다. 현재 회장단 일행이 한국과 가까이 지내고 서로의 장점을 보고 배우고 있다"며 "한국과 싱가포르를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관광산업 자체의 비중의 차이가 있고, 몸이 아프고 예민한 환자들이로 불편해하는 영어, 중국어 등의 외국어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크웨이병원, 전세계로 외국인 환자 몰이중

파크웨이 헬스케어 그룹은 미국 병원경영협회가 인정한 세계 10대 병원그룹으로, 지난해 정부가 세종시에 유치하기 위해 시도하면서 화제가 됐다.

파크웨이는 싱가포르에 병원 4개와 개방형 클리닉 63개를 두고 있으며, 전세계에는 중국,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 16개 병원, 클리닉 280여개, 외국인환자센터 43개를 두고 있다.

파크웨이는 대형 병원그룹으로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파크웨이 홀딩스'라는 이름으로 상장돼 있다. 래플즈보다는 외국으로 확장해 나가면서도, 일차의료의 경쟁력을 더 부각하는 것이 특징이다.

싱가포르 내부에서는 각각의 특징별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마운트엘리자베스에서는 심뇌혈관질환을 치료하고, 글레이글스에서는 척추, 정형외과 치료를 한다. 파크웨이이스트 병원은 주로 자국 국민의 외래를 전담하고, 노베나에 새로 문을 연 병원은 암센터 등을 위주로 운영한다. 새 병원은 전부 1인실로 운영되면서 화제가 됐으며, 로열 스위트룸은 400만원에 달하지만 중국 부호 등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병원 관계자는 "민간과 공공이 공존하는 싱가포르는 민간은 병원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공의 역할을 다하면서 민간은 외국인 환자를 통해 그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며 "병원이 주식시장에 상장돼 끊임없이 투자를 받고 또 전세계로 재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현지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관광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가이다. 기본적으로 영어, 중국어가 통용되고 관광을 위해 도시 전체에 청정이미지를 주기 위해 쓰레기를 버리는데 강력한 벌금을 실시하는 등 우리나라와 단순비교는 어렵다고 본다"며 "그러나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서 관광산업 자체를 활성화하고 여기서 소득을 올리면서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의료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배울 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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