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법이 급속도로 입법예고된 배경에는 ICT융합 창조경제 실현 목적이 가장 커 보인다. 새정부가 산업 성장과 고용 창출로 내세운 창조경제 실현방안 중 하나로 ICT와 의료를 제시했고, 여기서 원격진료가 나오게 된 것이다.

올초 청와대는 ICT 융합 창조경제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정보통신기술인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융합을 통해 스마트폰, 스마트TV로 대변되는 방송통신의 스마트화를 넘어 섬유, 자동차 등 산업 전반의 스마트 성장과 교육, 의료 등 전통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소개했다. ICT에 의료가 연결되면서 원격의료 개념도 동시에 부각됐다.

청와대의 공식 기조가 아예 '창조경제'로 정해지면서 대기업들을 일제히 창조경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올초 3년 간 ICT 융합사업에 1조2000억원을 투자, ICT를 의료, 국방, 공공안전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그룹도 창조경제에 힘을 보태기 위해 대학과 중소·벤처기업, 연구소 등의 기초과학, 소재기술, ICT 융합 연구에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물리·화학·생명과학·수학 등 4대 기초과학 △소재기술 △ICT 융합형 기술 등 3대 분야다.

산업계는 “좋은 아이디어가 산업화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서 입법화와 제도화를 지원해 준다면 창조경제의 실현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며 “창조경제의 핵심인 융합을 지원할 체계 구축에 모두 함께 힘을 모아야 하며, 지금 늦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규제 완화 의지를 밝혔고 ICT의료융합 역시 법안이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도서, 벽지에 혜택이 가지 못하는 곳부터 원격의료를 시범 도입해 성공케이스로 만들면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지 않느냐"며 시행을 촉구했다.

지난달 5차까지 진행된 ‘창조경제특별위원회'에서는 미래를 준비하는 3대 경제성장 엔진으로 헬스케어, 메가시티, 소프트웨어 등으로 꼽고, 향후 5년 내 글로벌 상위 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법안 통과만을 기대하며 의료법에서 벗어난 웰니스 시범사업 등을 이어오던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 원격 진료나 IT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허용하는 정책까지 추진 중이다.

경제자유구역을 건강관리서비스, 원격진료는 물론, IT, 의료, 관광이 결합한 헬스케어 시장 창출을 위한 시험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원격의료법 허용 이후 ICT 인프라를 의료서비스와 연계하면 의료 혁신기술 도입이 가능하고 신규 시장 창출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가 인용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2015년 원격진료 이용률이 전체 인구의 20%로 성장할 경우 이용자는 985만5000명에 이르고, 전체 시장규모는 2조3653억원, 관련 장비시장도 40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KOTRA도 전세계 ICT 사례를 들며 “생체인식 등 한국의 바이오기술기업이 ICT와 융합한 결과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현재, 시장 확대와 성장의 열매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며 "중국도 2011년 의료개혁 3개년 계획을 통해 IT 의료 기술 분야에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되고 있다. 이에 병원 외에도 의료 서비스, 영앙사, 휘트니스 강사, 관련 종업원, 건강정보 서비스 등 헬스케어 연관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지난달 ‘ICT WAVE 전략’을 발표, 창조경제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W)세계 최고의 ICT 경쟁력 확보(World best ICT), (A)연구 환경의 획기적 개선(Activating R&D ecology), (V)산업적 성과창출(Vitalizing industry), (E)국민 삶의 질 개선(Enhancing life)이라는 4대 비전을 제시했다.

향후 5년내 기술 상용화율 35%(현재 18%), ICT R&D 투자생산성 7%(현재 3.42%), 국제 표준특허 보유 세계 4위(현재 6위)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ICT R&D 분야에만 총 8.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생산유발 12.9조원, 부가가치 창출 7.7조원, 일자리 18만 개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ICT는 수출의 30%, GDP의 8%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 산업이자 창조경제의 비옥한 땅”이라면서 “여러 분야에서 국내 ICT장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국회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대기업 배불려주기를 위해 의료계가 희생되고 있다"며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결국 장비를 사기 위해 의료비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고, 5분 거리에 동네 의원이 인접한 상황에서 병원 이용을 떨어트려 환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아예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대정부 전면투쟁에 돌입할 것을 결의했다. 원격진료 허용은 동네의원에 한정됐지만 자본과 기술을 가진 대형병원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며, 의료전달체계의 정립없는 원격진료 시행은 동네의원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이 "지금의 위기상황은 의사회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전체 보건의료계의 위기인 만큼 다른 직역단체와 보건의료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투쟁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의료계의 대응방안에 청와대와 산업계가 관심을 가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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