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95년부터 20여개 주에서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원격진료를 시행하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미국의 한 보험사에서 원격진료를 하고 있는 한국인 내과의사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달라.

지난 달부터 미국의 한 주(州)에서 원격진료 업무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벌써 수년 간 원격의료를 해왔다. 보통 45달러를 지불하면 10분 정도 의사를 만날 수 있다. Primary Care 즉, 1차 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간단한 질환은 쉽게 의사를 만나기 힘든 미국에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민영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위주로 진료하나.

그렇다. 대신 원격진료는 기본 진료와는 달리 혈액검사, 영상진단검사 등의 별도 진단이 거의 없다. 하지만 이미 미국 의료계에서는 환자를 볼 때 Physical Exam이 매번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논의해왔다.

물론 심각한 병을 가진 환자들은 예외로 한다. 그래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환자들의 원격진료는 실시하지 않는다. 두 보험 가입자에서 보통 중증 질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원격진료 현장은 어떠한가. 진료 의사는 몇 명이나 되나.

책상 하나, 컴퓨터 한 대, 모니터 두 개가 전부다. 고용의사는 두 명, PA(Physician Assistant)가 세 명이다. 24시간, 일주일 내내 운영이기 때문에 현재 인원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같은 회사 의사들의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데, 많은 이들이 진료를 희망한다. 집에서 컴퓨터로 환자들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원격진료 전 어떤 교육을 받았나.

원격진료 의사가 어떤 질병을 진료할 수 있는지, 환자에게 어떤 약을 처방할 수 있는지 등이다.

-현재 환자는 충분한가.

지역 인구를 통해 상당한 잠재고객을 가지고 있는 만큼, 보험 가입자들만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입자는 대체로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젊고 심하게 아픈 사람들이 없다. 원격진료도 간단한 질환 위주로 실시하면 된다.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은 어떻게 하나.

혈압, 혈당 등의 간단한 측정은 근처에 있는 Convenient care에서 받을 수 있다. 제일 급하면 ER, 다음은 Urgent Care, 그 다음은 Convenient Care가 된다. 이 지역 근처에도 월마트와 손잡고 세 곳의 ‘Convenient Care’가 있다. 분명한 전달체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처방약은 어떻게 구입하나.

근처 약국에서 구입한다. 의사가 보통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약국 외에도 월마트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택배 발송은 없다고 보면 된다.

-현지에서도 원격진료 허용에 대한 논란이 있었나?

생각보다는 없었다. 별도의 정부 지원이 있던 것도 아니다. 주마다 여건과 상황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와 오레곤, 워싱턴 주는 안전성의 문제로 주 정부에서 관장하는 Medical Board에서 반대해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모니터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나, 아니면 다른 디바이스를 활용하나.

환자들이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특별히 상태를 측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디바이스의 신뢰성도 문제다. 만약 실수가 발생해 환자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책임소재의 문제로 디바이스를 활용한 진단은 아직 활성화돼 있지 않다.

-미국에서 원격진료를 왜 한다고 보는가.

원격진료는 Primary Care를 하는 의사들이 주로 하려고 한다. 미국은 보통 1차 의료를 가정의학과 의사나 내과 의사들이 담당한다. 원격진료는 의료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1차 의료를 전담하는 의사들이 많지 않고, 원격진료를 통해서라도 의사를 보려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수요, 공급이 맞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다만 보험회사에서 하는 원격진료는 조금 다른데, 다른 경쟁 보험 회사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에게 “앞으로 이 보험에 가입하면 의사들을 휴대폰으로 만날 수 있다"라고 말하면 솔깃해 한다.

-한국에서의 원격진료 허용 논란은 어찌 보나.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관계로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또한 한국과 미국 의료가 구조적으로 많이 다른 것 같다. 다만 기본적으로 접근성, 그리고 의료비 차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저렴한 비용에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수익이 높은 진료과 쏠림이 심한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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