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사용 근거가 낮거나 비용 대비 효과가 없어 삼가야 할 암 진료 5가지를 공개했다.

전세계적으로 근거 중심 의료가 강조되면서 각 학회진료지침을 만들거나 교육을 시행하는 등 학회 차원의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ASCO에서는 근거중심 의사결정을 촉진하고 더욱 가치있는 암 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해 미국내과학재단위원회에서 주도하고 있는 '현명하게 선택하기 캠페인(Choosing Wisely Campaign)'에 동참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ASCO 가치있는 암 관리 태스크포스(전 암 관리 비용 태스크포스)에서는 혜택은 적은 반면 환자에게 유해할 수 있는 검사 또는 치료 오남용 사례 5가지를 꼽아 소개했고, 올해 5가지를 추가로 발표했다<표>.

추가된 리스트에서는 항구토제 사용에서부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의 화학요법, 이미 치료를 마친 환자에서 선별검사, 전립선암 환자에서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 타깃 치료 등 다양한 범위의 임상 이슈를 다루고 있다.

대표저자인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 Lowell Schnipper 박사는 이번 리스트 작성 시 비용 문제를 많이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헬스케어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의 활력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암 관리는 전체 헬스케어 비용의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2010년 기준 연간 암 관리 비용이 1250억 달러(한화 약 133조원)에 육박했고, 2020년까지 1580억 달러(168조원)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chnipper 박사팀은 리스트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할지에 대해 ASCO 위원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115개 제안을 받았다. 이 가운데 11개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고, 종양내과의사 140명에게 반드시 리스트에 올라야 할 상위 5개를 꼽도록 했다.

리스트에서 첫번째로 권고되는 내용은 환자가 어떤 화학요법을 받고 있는가에 따라 항구토제를 적절하게 선택할 것이다.

종양내과 의사라면 습관적으로 어떤 화학요법 프로그램이 얼마나 구역 또는 구토를 유발하는가에 맞게 항구토제를 처방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권고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효과가 뛰어난 신약을 과잉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약은 매우 고가인데다 구역 또는 구토 위험이 낮거나 중등도인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에서는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Schnipper 박사는 "5-HT3 세로토닌 수용체 길항제는 매우 효과가 뛰어난 약물이지만 굉장히 비싼 약물이기도 하다. 이 계열 약물은 지속적이고 심각한 구역 또는 구토 위험이 있는 화학요법을 받는 환자에서 사용해야 한다"면서 "정확한 상황에서 정확한 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심한 항구토성 화학요법을 받는 성인에서는 NK1 수용체 길항제(아프레피탄트 1~3일 경구 투여 또는 1일 정맥 투여)와 5-HT3 수용체 길항제(1일만 사용), 텍사메타손(1~3일 또는 1~4일간 사용) 3제요법을 권장했다.

두번째로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 환자가 시급한 증상 완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1개 약제만을 이용해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하도록 했다. 1개 약제를 이용한 항암화학요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유효성이 입증된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Schnipper 박사는 "병용 화학요법이 생존율을 늘리지 않으며 오히려 독성으로 삶의 질이 저해될 수 있으며, 비용 부담도 더 크다"면서 "여러 세포독성 약제를 병용하는 것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에 부가했을 때 명백히 혜택을 줄 수 있으나 전이성 유방암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치료를 마친 무증상 환자에서 재발 모니터링을 위해 PET이나 CT, 방사성 핵종 골스캔 등으로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거나, 증상이 없고 기대 수명이 10년 미만인 남성에서 PSA 검사를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없는 종양 세포 치료에 타깃 치료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Schnipper 박사는 "타깃 치료는 굉장히 크게 비싼 치료"라면서 "타깃 치료는 평가를 입증할 종양 바이오마커가 있는 환자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타깃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이상 관련 암으로 몇 가지를 제시했다. 비소세포성폐암(NSCLC)의 경우 크리조티닙 치료 전 EML4-ALK 전좌를 시험해야 하고, 전이성 NSCLC에서는 아파티닙 치료 전 특정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흑색종 환자에서는 베무라페닙 또는 다브라페닙, 트라메티닙 치료 전 BRAF V600E 혹은 V600K 변이를 확인해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10월 29일자 JCO에서 확인할 수 있다. Schnipper 박사는 "이 내용는 일종의 '제안'으로 환자와 의사 간 의사 결정의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5가지 사항이 법적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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