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활동에도 정치 신입생 한계 못 벗어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초선의원들의 활약은 빛났다. 다른 재선·3선 의원들보다 활발하게 보도자료를 내고 국감장에서는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문정림, 신의진 의원과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의사출신답게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분석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몰아붙이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면서 보건복지위에 합류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과 의사로 의료계의 기대를 모았던 문 의원은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 보험 진료비 심사 업무에서 심사기준 비공개나 심사처리 지연, 짧은 이의 신청 기한 등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또 식약처 국감에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산업에 대한 법적, 제도적 관리근거가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한 부분과 사무장 병원 적발 후 수사가 시작되거나 환수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분석한 내용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에 비해 엄청난 자료를 준비하고 또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초선의원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종이 건강보험증의 비효율적 사용, 수혈 부작용과 관리비용, 중증 골다공증성 골절 문제, 콘텍트렌즈 부작용, 외국에서 수입한 혈장 현황 등 먹을 것은 많은데 딱히 눈길이 가는 것이 없는 잔치상처럼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 의원이 보건복지 대부분 영역에 관심을 보였다면 신의진 의원은 복지부의 국감에 집중한 경향을 보였다.

최근 5년간 파악된 복지재정누수 규모가 16조 4000억원이라는 것을 시작으로 복지부가 기증받은 제대혈로 장사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수술비 등에 포함된 치료 재료를 대체품목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비급여로 전환하는 병원들을 꼬집었고 최근 5년간 무허가 의약품 1만 9000여건이 무분별 유통됐다는 것을 밝혔다.

이외에도 2013년 현지조사 결과 장기요양기관 340개소 중 71.8%(244개소)가 불법, 부당행위를 하는 곳이고 이곳들의 5년간 부당청구액이 총 381억 1900만원이라는 분석결과를 내기도 해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신 의원이 의료계를 잘 아는 의사 출신인 만큼 무언가 나오지 않겠다는 기대감을 보였지만 사람들의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른 의원들과 달리 김용익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기초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제도, 장애금 연금 등에 집중했다. 특히 정부가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을 연계한 것에 대해 집요하리 만큼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했다.

그는 "2028년에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현 제도인데 10~20만원으로 변경해 반값이 되도록 한 것이 정부가 낸 안"이라며 "정부의 기초연금안은 국민연금은 변동 없이 기초노령연금에 해당하는 몫이 소득 하위 70%에게 차등 지급하기로 해 손해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또 "현재는 노인 90%에게 20만원을 주지만 2028년이 되면 20만원을 받지 못하고 10만원만 받게 되는 사람이 거의 절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연금에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 5월 말 공약가계부 발표까지도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2014년 예산확보 과정에서 슬그머니 축소됐고, 10월 2일 복지부가 장애인연금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발표하면서 소위 하위 70%로 축소한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3개월이 지난 4월이 돼서야 물가상승률이 적용된 연금을 받아 국민연금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수급액에 적용되는 물가상승률 적용을 현행 4월에서 1월로 변경하게 되면 2014년 747억원, 2015년 1044억 원, 2016년 1280억원이 추가로 국민연금 수급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임상을 했던 의사가 아닌 김 의원은 의료계를 위해 일한다기 보다는 보건의료라는 큰 틀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 의원 중 가장 거물로 여겨졌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사람들의 기대보다 못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의사지만 의료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제대로 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감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안 의원은 주로 비급여 해결 문제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담배 유해성 등 기존에 의료계가 해 왔던 원론적인 주제들을 주제로 정해 국감에 임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안 의원의 입을 통해 들었기 때문에 더 야박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 표준화된 진료항목에 대한 병의원간 가격비교 내용을 공개, 비급여로 결정·조정되는 현행 절차를 개선하는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하반기 건강보험의 적자는 보장성 강화 등에 사용돼 일회적 지출이 아닌 점에서 심각하다며 지속적으로 적자가 나면 법정준비금을 위협할 것이며, 정부의 4대 중증질환 재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 말했다. 너무 평범한 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부분이다.

안 의원은 또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거론해 역시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안 의원은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은 적극적 규제가 있지만 담배 제품안전관리는 현재 어느 곳에서도 담당하고 있지 않다"며 "식약처가 독성이나 안전관리에 관한 경험, 자원이 풍부함으로 담배 안전관리에 적절하다. 미국 FDA와 같이 독자적 담배규제법 제정도 함께 검토하길 바란다"고 했다.

결국 안 의원은 평이한 내용들을 국감장에 들고 나옴에 따라 국감장에 나온 피감기관의 장들을 긴장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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