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과정에서 환자 보호 주의의무 소홀했다는 판단

앞으로 병원에서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회복 중에 있는 환자에 대해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17민사부·재판장 김용석)이 환자가 수면내시경 후 회복 중 병원화장실에서 넘어져 식물인간이 된 의료사고에 대한 구상금 소송에서 병원의 책임이 없다는 1심 판결을 뒤엎고, “병원에 환자 보호의무 및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만54세)는 대장내시경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 병원에서 당시 식약청 안전성 경고가 시행중이던 인산나트륨제제를 내시경 전처치제로 처방했고 수면유도를 위해 미다졸람을 투여했다.

이날 검사에서 용종을 제거한 후 회복실로 이동했고, 30분이 지나 A씨가 인기척을 내자 간호사는 A씨의 수액을 제거했으며, 이어 A씨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혼자서 신발을 신고 로비로 나왔다.

하지만 화장실을 찾지 모한 A씨는 두 차례 간호사 안내 끝에 혼자서 화장실에 갔고, 용변 후 A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심각한 외상성 뇌손상을 받아 현재 식물인간상태가 됐다. 이때 A씨가 응급이송된 직후 검사한 전해질 수치는 나트륨(Na)이 115.5mEq/L인 심각한 저나트륨혈증 상태였다.

이 사건에 대해 건보공단은 '병원의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건강보험법 제53조에 의거해 구상금을 청구했으나, 서울북부지방법원은 “A씨가 회복실 퇴실요건을 모두 갖췄으므로 병원 측에게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다가 A씨가 나오는 즉시 부축해야 할 정도의 환자 보호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환자와 공단의 청구에 대해 모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이를 항소,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에서는 “△A씨가 수면내시경 검사 후 회복실에서 막 나온 상태인 점 △제대로 화장실을 찾아가지 못한 점 △화장실 입구까지 안내했음에도 추가 안내가 필요한 정도의 인식 및 행위 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던 점 △A씨의 연령이 적지 않고 용종제거까지 한 점 등에 비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병원에서는 보조인력을 통해 A씨가 화장실 변기에 착석할 때는 물론 용변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때 모두 보조하는 등 A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고 판결했다.

또 고법은 △A씨에게 갑자기 실신할 만한 기존 질환이 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고 △미다졸람의 부작용으로 드물지만 운동실조, 균형상실 등도 있으며 △화장실에서 쓰러질 무렵에 저나트륨혈증상태인 점 등을 감안할 때, “A씨는 수면내시경 검사를 위한 대장정결제 복용으로 인한 저나트륨혈증 상태와 미다졸람의 잔여효과 등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판단, 병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은 "이번 사건은 당사자 간 소송에서 수진자와 공단이 모두 패소 후 공단만 항소했다”면서 “병원의 과실을 전체 손해배상액의 30%(2147만5056원)를 인정하는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판결을 통해 수면내시경 검사 후 회복 중인 환자에 대한 병원의 보호의무를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면서 “그간 수면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 후 환자의 회복과정에서 보호 등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온 병원관행에 대해 제동을 거는 한편 손해배상책임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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