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5-ASA 제제와 병용하면 환자 90%에서 반응

궤양성 대장염(UC)은 대장의 점막 또는 점막하층의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원인불명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전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지만 북미와 북유럽에서 가장 호발하며, 그 유병률은 200명 당 1명 꼴이다.

하지만 최근 이들 지역에서 UC 유병률이 점차 줄면서 유병률 분포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병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며 한국도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 높은 축에 속한다.

최근 방한한 스위스 취리히대 Gerhard Rogler 교수(취리히대학병원 소화기내과)는 UC는 만성 질환으로 환자가 평생을 안고 가야하지만 최적화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보전할 수 있다며 점막치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점막치유란 무엇이고, UC 환자에서 왜 중요한가?

점막치유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염증이 없는 상황'이 가장 정확한 용어라고 생각한다. UC 자체가 완치 개념이 없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UC 유병기간이 10년 정도인 환자에서 직결장암(CRC) 위험은 3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전체 환자 중 25%까지가 직결장암으로 진행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연구팀으로 구성된 IBSEN 그룹의 인구기반 코호트에 따르면 점막치유가 1년 뒤 도달된 환자의 경우 대장절제술을 할 위험이 2%지만 도달하지 못한 환자에서는 8%였다.

특히 염증이 지속된다는 것 자체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상당한 위험인자가 된다. 영국의 러터, 미국의 루빈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점막에 염증이 있을 때 암 발병률은 4~5배 높다. 따라서 염증이 없는 상황이 직결장암위험을 예방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며, 점막치유가 된 환자에서는 예후도 상당히 개선된다. 그러므로, 점막치유는 중요한 치료 목표이다.


- 점막치유에 도달하기 위한 치료 옵션은 어떤 것이 있는가?

5-ASA로 치료를 시작하고 효과가 나지 않을 때는 증상에 따라 증량 할 수 있다. 경도-중등도 환자에서는 5-ASA(아미노살리실산)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임상연구에 따르면 경구 5-ASA를 사용했을 때 보통 60% 가량에서 충분히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이것만으로도 많은 환자가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좌측대장염 환자에서도 5-ASA 사용으로 85% 정도 점막치유에 도달한다는 데이터가 있을 만큼 효과가 좋다.

그러나 5-ASA만으로 충분히 치료되지 않는 중증 환자에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제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생물학적제제가 많이 사용되면서 스테로이드 사용은 점막치유에서 잊혀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1960년대부터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점막치유에 도달한 비율은 40~45% 정도다.

질병이 더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면 항 TNF 제제를 사용한다. 항 TNF 제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는 상당히 중증 환자이기 때문에 점막치유 도달률은 30%로 낮다.


- 점막치유에서 병용요법이 반드시 필요한가?

염증이 없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국소 부위, 즉 염증 부위에 도달하는 약물 농도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으로 국소치료와 경구제 병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늘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국소치료의 환자 순응도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처방의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한다. 의사 스스로가 관장 치료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15회 정도 화장실을 간다는 것은 하루종일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린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환자들은 오히려 거부감 없이 치료 옵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흔히 국소치료가 캡슐이나 알약을 주는 것보다 순응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의사들의 인식 전환과 더불어 치료 자체에 대해 환자들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관장약을 복용한 뒤 바로 앉기 보다는 20~30분 정도는 약이 염증 부위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도록 등을 대고 눕거나 왼쪽으로 누워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 이렇게 설명하는데 물론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는 매우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환자들이 병용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음 단계인 항 TNF 제제를 복용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환자에게나 보건의료 시스템에나 많은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병용요법을 사용하면 약효 자체도 높게 나타난다. 10~14일 치료 경과 후 환자 반응은 경구나 국소 치료를 했을 땐 50~60% 정도이지만 둘을 병용하면 90%나 된다. 이렇게 효과 좋은 병용요법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환자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본인만의 특별한 팁이 있는가?

환자들에게 '어떤 박사가 연구했더니 몇 %가 호전됐더라'와 같은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센터에서는 보통 홍보 쪽에서 사용하고 있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툴을 이용하고 있다<그림>. 독일 베를린에 있는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만든 툴을 바탕으로 바브리카교수와 본인이 함께 염증성장질환 환자에 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변형했다.

예를 들어 "림프절암 위험은 보통 인구 1만명 당 3명 꼴이지만 면역억제 치료를 받으면 부작용으로 발생 위험이 9명으로 늘 수 있다"고 설명하면 환자들은 '위험이 3배나 증가하는구나'라며 두려움에 치료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 때 사람 형상을 한 회색 심볼 1만개를 한 블록 안에 넣은 뒤 림프절 암이 발생하는 숫자만큼만 색칠해보면 1만개 중 3개와 9개는 그리 큰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지요법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도 거창하게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보다 '색칠한 형상이 몇 개 이상이 될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시각화해 커뮤니케이션 할 때 환자들의 순응도가 좋아졌다. 현재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며 6개월 정도면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지막으로 한국 의사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5-ASA 제제와 국소치료 병용요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병용요법은 전 세계적으로 지나치게 과소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센터에서는 대부분 합병증을 동반한 아주 심각한 상태의 환자를 많이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장전절제술 비율은 굉장히 낮은 상태다. 올해만 봤을 때 염증으로 인해 대장을 절제한 환자는 1명도 없고, 대장암으로 인해 절제한 환자가 딱 1명 있다. 그 이유는 병용요법을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센터의 성과가 전 세계에 있는 환자와 의사들에게 고무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 UC 자체는 만성질환이지만 관리를 잘하면 좋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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