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적인 신호들

사실 두 사람이 거리에 서 있는 동상처럼 움직임 하나 없이 뻣뻣하게 굳은 채로 대화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말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얼굴 표현이나 시선의 방향(얼굴 표정) 혹은 수 많은 몸짓(제스처)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굴이나 몸짓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비언어적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구어(口語)에만 중요성을 부여해왔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것은 사실 최근의 일이다.

특히 우리가 말로 적절하게 표현해 낼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역시 최근에 와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호의-적대감, 우위-열위 등을 나타낼 때는 언어적인 신호보다 비언어적 신호가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의사-환자간 상담에서 특히 중요하다.

첫째, 의학적 치료(발성 기관을 수술한 경우, 얼굴에 붕대를 감은 경우, 머리에 도관을 꽂은 경우)를 받은 환자 대부분은 일시적으로 혹은 완전히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둘째, 대부분 의사와 환자의 얼굴 표정이나 몸짓은 서로 서로가 주고 받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많은 요소들을 표와 같이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언어적 커뮤니케이션과는 달리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발신자 자신은 자기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항상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대해 D.MORRIS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흔히 인간이라는 동물은 자신이 하는 말에 정신이 너무 팔려있는 나머지, 그는 자신의 말과 동시에 행해지는 몸짓, 얼굴 표정, 태도 등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발신자의 이런 무의식적인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수신자로서는 자신이 받은 이 비언어적 메시지를 해독하게 되고 이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감정적으로 상당히 격해 있는 한 사람이 흥분되고 빠른 목소리로 말하면서앉아 있는 의자를 흔들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손을 꼬았다가 잡았다가 마구 흔들었다가 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사실 무의식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관찰하는 의사라면 이렇게 흥분해 있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메시지의 의미를 알아차려야 한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런 모든 행위를 수신자는 알아채지만 발신자는 이에 대해 흔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신 상태에 대한 정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전달되는 많은 신호들은 사실 독립적인 것이 아니다.

얼굴 표현, 신체적 접촉, 제스처, 자세 등의 행위는 언어적 표현을 선행하거나 혹은 동반하거나 뒤따르게 된다.

이런 행위는 하나의 신호 이상이며 수신자의 기쁨, 슬픔, 불안, 권태 등의 정신 상태에 대한 정보를 준다. 물론 말로도 이런 자신의 정신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정말 기뻐", "아주 좋아" , "좀 불안해" 등등. 그러나 만일 이런 언어적 표현이 이에 적절한 비언어적 표현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믿기 어려울 것이다.

즉 발신자의 말이 그의 비언어적 행동과 정 반대가 되는 것(만일 어떤 사람이 "난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면서 어두운 얼굴표정과 신경질적인 제스처를 보인다면)이라면 보통 우리는 그의 비언어적 신호를 믿게 된다.

비언어적인 신호는 광범위하게, 서로 서로가 연관되어 해석되어야 한다.


얼굴 표정

분명히 얼굴은 우리 신체 가운데 가장 많은 표현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얼굴은 우리의 신분을 나타내준다.

따라서 모든 신분 증명서에는 항상 얼굴 사진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역동적 측면에서 얼굴은 눈동자, 입, 눈썹, 얼굴 근육 등의 움직임이나 안색, 땀 등의 수단을 통해 수많은 신호를 보낸다.

바로 이런 구성 요소들을 통해 얼굴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일곱 가지 감정(기쁨, 놀라움, 두려움, 슬픔, 분노, 혐오, 관심)을 표현한다.

만일 당신이 얼굴 표정이 갖는 표현 능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고 싶다면, TV에 나오는 토론 프로그램을 보되 말로 인해 정신이 분산되지 않도록 소리를 완전히 제거하고 보는 것이 좋겠다.

당신은 토론자들의 화가 난 표정을 찌푸린 눈썹, 치켜 올라간 눈꺼풀, 주름 잡힌 아래눈꺼풀, 팽창된 콧구멍, 입을 통해 보이는 아랫니, 축 늘어진 아래 입술 등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늘어진 윗 입술, 주름 잡힌 아래 눈꺼풀, 팽창된 콧구멍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TV의 볼륨을 높이고 다시 보면, 당신은 토론자들이 말을 함과 동시에 그들의 얼굴 표정이 이를 동반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뒷받침하고 돋보이게 하며 이를 변경하거나 해석하려는 의도에서 여러 가지 얼굴 표정을 짓게 된다.

들리는 내용에 따라서 청취자는 입술, 눈썹, 이마 등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 동의나 반대, 놀라움, 만족, 당황, 무관심 등의 감정을 표현한다.

Argyle는 눈썹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른 표현 능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완전히 치켜 올려진 눈썹 - 회의
△반쯤 올라간 눈썹 - 놀라움
△보통 눈썹 - 무관심
△반쯤 내려간 눈썹 - 당황
△완전히 내려간 눈썹 - 분노
 
입술 부근 또한 표현 능력이 풍부하다. 위쪽으로 올라간 입술은 만족이나 즐거움을 나타내고, 아래쪽으로 휘어진 입술은 불만이나 슬픔 또는 절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분하기로 한다.
 
△얼굴의 정적인 모습은 그 구조적인 특징들로 인해 개개인의 신분을 확인하게 해준다.
△얼굴 표정은 개인의 감정과 인간 관계에 있어서 개인의 태도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얼굴 표정은 중앙 신경 체계와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감정의 조절

감정 표현에 대해서는 특별히 다뤄보기로 하자.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감정 표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즉 표정을 감추거나 속마음과는 반대되는 표정을 짓거나 하는 행위를 통해서 말이다.
 
요컨대, 인간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식적 노력으로 얼굴 표정을 꾸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Ekman과 Frieser는 과시(誇示)의 네 가지 기본 규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1.어떤 감정에 대해 가시적인 표시를 별로 하지 않는 것. 예를 들어, 실제로는 엄청난 공포에 떨고있을지라도 가벼운 두려움만 표시하는 행위.

2.표현의 강도를 높이는 것. 예를 들어, 별로 두렵지도 않은데 엄청나게 겁을 먹고 있는 척 하는 것.

3.사실은 끓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일지라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
 
4.정 반대의 감정 표현을 함으로써 실제 감정을 감추는 것. 예를 들어 굉장히 슬프고 근심에 차 있을지라도 즐거운 척 하는 것.

물론 자신의 감정의 신호를 완전히 감추거나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만일 걱정에 가득찬 한 사람이라면 창백한 안색이나 이마에 땀이 흐르는 것과 같은 비자발적인 현상은 통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얼굴 표정을 통한 감정 표현이 문화권마다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감정을 자제하는 것이 전통적으로 미덕이었고, 어떤 문화권에서는 이를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은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얼굴 표정으로는 잘 나타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과시(誇示)의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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