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목적사업준비금 회계처리 두고 노사 대립각


지난 2007년 이후 한번도 파업을 겪지 않았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 노동조합)가 23일 오전 5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노조측이 요구하는 것은 선택진료비로 지급되는 의사성과급 폐지, 아동병원 식사 직영, 적정진료시간 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다.

노조측 관계자는 “오병희 원장이 취임한 후 경영 위기를 핑계로 병원 고위 관계자들이 공공연하게 인원이 과한 부서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 말해 병원내 150명 감축설이 돌고 있다”며 “병원 경영이 어려운 것은 무리한 병상증축과 건물 사들이기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선택진료비를 가장 먼저 시작하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것이란 게 노조측 관계자의 주장이다. 서울대병원이 가장 먼저 선택진료비를 폐지해야 다른 병원들도 이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핵심은 과연 적자인가?

이번 노조파업의 핵심은 병원이 정말로 적자인가 아닌가이다. 병원측은 적자라 하고 노조측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임금인상 등의 문제에 있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병원측은 2012년 480억 의료손실, 2013년 상반기 341억원 의료손실이 발생했고 올해 600억원 내외의 의료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의료 수익은 전년대비 0.5% 증가한 반면 의료비용은 7% 증가해 올해 4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들며 오병희 원장은 취임하면서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총무부, 시설자재부, 교육연구부, 원무부, 홍보부 등에 10% 경비 절감을 지시했다.
또 주차장 확장 공사를 무기한 연기하는가 하면 공사가 진행 중인 심장뇌혈관병원의 완공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또 미래전략본부를 발족시키고 인력증원이나 시간외 근무 등의 최소화와 물자절약, 제반 경비 절감 등을 병원 직원에게 요구했다.

이러한 병원측 주장에 대해 노조측은 병원의 의료수입은 연평균 8.2% 꾸준히 증가해 2012년 8047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이익은 2010년까지 매년 손실규모를 줄여왔지만 2011년부터 손실이 증가해 2012년 480억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김동근 연구원은 “의료외수익과 의료외비용까지 모두 더해 계산한 당기순익은 2011년 5억원, 2012년 127억원 적자를 기록해 의료손실에 비해 작은 규모”라며 “의료기관 경영을 평가할 때 의료 부문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의료 외 부문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12년 12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2008년 188억원에 비해 규모가 적어졌고 부채비율 역시 2008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12년 한해 증가한 것으로 경영 위기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비용 처리, 병원 꼼수

병원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관행도 이번 파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노조측은 병원측이 매년 비용처리 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경영 현황을 분석하는데 왜곡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전입으로 인해 발생한 당기순손실로 인해 대차대조표상 자본잠식이 과도하게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서울대병원은 2009년부터 매년 160~360억 정도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전입해 오고 있다. 노조측은 병원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비용처리 하면서 당기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목소리를 높힌디.

김 연구원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의료발전준비금 순전입액을 제외하고 서울대병원 손익현황을 보면 2012년 당기순이익은 72억 손실로 재무제표상 손실액인 127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2008년 손실액 188억원은 모두 실제 손실액이었으므로 2012년 손실 규모는 2008년과 비교했을 때 2.5배 이상 적은 액수로 이를 근거로 경영 위기라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의료발전준비금은 8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제 하지 않는 부채이므로 이를 부채 총계에서 제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즉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및 의료발전준비금 계정을 재조정한 서울대병원이 부채비율은 2008년 828%에서 2012년 306%가 된다. 이러한 결과는 2009~2011년 대규모 흑자로 인한 것으로 이러한 경영지표 역시 대차대조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다.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병원측은 병원 회계원칙을 모르는 일이라며 노조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병원측의 이러한 입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고유목적사업분비금을 부채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재무재표 세부작성 방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병원들이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적립해 오면서 회계상으로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적자라 기록하면서 국가의 세금감면 혜택을 받아온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감가상각비와 퇴직급여충당금

감가상각비도 병원이 적자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요인이다. 서울대병원은 2012년 465억원에 달하는 감각상각비를 계산에 넣었다. 노조측은 국립대병원이 일반 기업의 회계기준과 똑같이 처리하는 것은 과도한 비용처리라고 주장한다.

김 연구원은 “국립대병원의 경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해당 년도에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만큼만 분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및 의료발전준비금 순전입액을 제외하고 국가보조금을 고려해 감가상각비 항목을 조정해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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