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전문가 및 각 단체 의견 검토 후 11월 중 결정할 것"

2년째 유예 중인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존폐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실효성과 당위성 없는 제도라며 폐지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정작 결정권을 갖고 있는 복지부는 확실한 답을 내리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서울대 권순만 교수에 의뢰한 연구용역 내용이 제도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제약업계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제약협회는 지난 10일, 의약품도매협회는 지난 22일 각각 복지부에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건의문을 제출했다.

혁신형제약기업 회장단으로 구성된 혁신형 제약기업협의회도 11월 중 복지부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폐지를 요청키로 했다.

이들 단체는 모두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일괄 약가인하 단행 및 약가 제도 개편으로 이미 기대한 정책효과를 달성했으며, 무리하게 제도를 시행하면 많은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약협회가 지난 16일 복지부 제약산업 핵심부서 간부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제약협회 이사장단은 "이미 일괄약가인하 조치에 따른 매년 2조원대의 약가인하로 제약업계가 매출 감소와 마이너스 성장, R&D 비용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존속시킬 아무런 이유가 없는 만큼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최영현 보건의료정책실장도 "현재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폐지, 개선, 실시를 놓고 각계의 의견을 듣고있다"며 "제약업계에서도 이 제도에 대해 문제되는 부분들을 제한없이 제기해주면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필요성이나 목표는 이미 2조씩 매년 삭감되는 약가인하로 달성했다. 제도 자체도 약가인하가 전제되지 않았을 때 기획됐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가인하로 2조원 가량 삭감이 된 만큼 리베이트의 여지도 사라졌다.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다뤄나가고, 한편으로는 산업이 숨통을 틀 수 있도록 하는게 좋은 방향이다. 이제 산업이 펼쳐져서 발전할 수 있는데 계속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약협회가 성균관대에 의뢰한 보고서와, 최근 공개된 심사평가원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보고서는 각각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심사평가원 의뢰, 서울대 연구용역 보고서 "제약업계에 부정적 영향? 근거 부족해"

심사평가원이 서울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권순만 교수)에 의뢰한 '효율적인 약가사후관리방안 연구' 보고서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에 문제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에 따른 이점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증분석을 통해 △보험약가 수준 변화 △약제비 및 유통정보 투명화에 미친 영향 △제약기업의 판매비와 연구비 변화 △제약기업 경영에 미친 영향 중 부정적인 측면 등을 점검했다.

그 결과 제도 도입 이후 약가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아졌으나, 요양기관 종별로 가격 인하 폭은 다르고 특히 종합병원 이상 요양기관에서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저가 구매에 대한 인센티브가 저가구매 및 유통투명화에 제한적이지만 효과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반면 약가일괄인하는 전반적인 약가 수준을 인하시켰지만, 상한가 대비 구입가의 추이로 볼 때 저가구매에 기여한 바는 적다고 분석했다.

특히 두 제도가 시행된 시기를 포함해 일정기간 동안 각 년도별 연구비와 판매비 지출 비중의 추이로 볼 때 시장형 실거래가 정책과 약가인하가 제약산업에 미친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약가일괄인하는 약가를 낮추는데 효과적이지만 정책 수용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로 인한 이점은 일부 요양기관에서만 나타났고, 약가산정기준 개편(동일가 정책) 및 약가인하로 의약품의 할인율 제공 여력이 감소되어 저가 구매에 따른 보험재정 절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우려하며,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기대 효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정기관의 업무부하와 요양기관의 행정부담이 있고, 관련 이해단체들은 대체적으로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통해 약가의 효과적인 결정이 용이해진다면 장기적으로 보험재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커질 수 있으며,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책 운영방식의 문제 등 각 문제의 원인에 따라 개선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거래가 자료가 약가사후관리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상한가보다 실거래가 가격이 낮은 저가구매 행태를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궁극적으로 보험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위해서는 가격뿐 아니라 의약품 사용량을 고려한 총액 관리에 초점을 둔 정책이 마련돼야 하며, 의사, 환자와 같은 수요자 행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한다며, 외국의 제도 중 효과적인 정책으로 참조가격제와 총액예산제를 언급했다.

제약협회 의뢰, 성균관대 연구용역 보고서 "효과없이 시행착오만 거친 제도"

제약협회가 복지부에 건의문과 함께 제출한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도 고찰' 연구용역 보고서는 실거래가제도가 △약제비 관리 측면 △제도적 측면 △법률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약제비 관리 측면에서는 대형 의료기관만 평균 약가할인율이 크고 의원이나 약국은 미미하며, 이에 따라 요양기관이 인센티브로 지급받은 총 약제상한차액 1966억원이 주로 대형 의료기관으로 집중되는 형평성 문제를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또 평균 약가할인율 2.9%는 약가인하기준을 감안해 약가인하율로 환산하면 0.65%~1.62% 정도로 예측되며, 여기에 품목별 약가인하율을 적용하면 수치는 더 낮아져 약제비를 절감하고자 했던 제도 개선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적 측면에서는 약가마진 인정이 대형병원에서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이윤 때문에 투약을 늘리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어 의약분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환자 본인부담금 경감비율을 봐도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일수록 환원되는 본인부담금이 많아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본인부담금 비율을 조절해 왔던 그간의 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시행기간 동안 1원 낙찰 품목은 2515품목으로, 전년도 동기간 대비 무려 47.5%가 증가했고, 1원 낙찰에 참여한 제약회사 수도 증가하는 등 의약품 유통투명화에 기여하기 보다는 시행착오만 거쳤다고 강조했다.

법률적으로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합법화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약회사와 도매상이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하는 약가마진 중 70%에 상응하는 이익을 요양기관이 취할 수 있는데, 이런 구조가 리베이트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보고서는 결론에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지난 1년여 성과를 평가해 보면, 약제비 절감 등 건강보험재정 측면이나 유통투명화 등 제도적 측면에서 별다른 효과도 없이 시행착오만을 거쳤고, 보험약가에는 약가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건강보험 체제를 부정하고 있다"며, "약가제도 본연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맞춰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보험자와 요양기관 뿐만 아니라 약가제도의 당사자인 제약업계와 협의를 통해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수단, 생산적인 제도,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제도 도입 당시와는 상황이 변했다"

복지부는 제도 도입 당시와는 상황이 변했으며, 과거 문제점도 정책적으로 관리감독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맹호영 과장은 "지금은 리베이트 쌍벌제나 약가인하 등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도입 당시 정책적 환경과 달라졌다. 서울대 권순만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유통·건보·소비자 등 측면에서 나름대로 기대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맹 과장은 "각 단체에서 주장하는 바는 있지만, 정책은 어떤 특정 단체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을 중점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그러나 제약산업의 건전한 성장에 저해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큰 틀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가급적이면 11월 중 기본적인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법령정비에는 최소한 두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며, 12월로 넘어가면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 다른 조치가 없을 경우 예정대로 2월 1일부터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재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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