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약물 등장으로 치료 기대 높인다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 출시를 계기로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에 대한 치료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신경 통증과 마비가 몸의 곳곳에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병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다. 주로 발병하는 연령대가 20~40세 사이며, 여성의 유병률이 남자보다 2~3배 정도 높다.

증상은 다양하다. 병소가 몸의 중추신경계 어디에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라도 재발할 때마다 시각장애, 운동장애, 감각장애, 인지장애 등이 나타난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은 '천의 얼굴을 가진 질환'으로 부르기도 한다. 혹자는 운동성 장애를 동반한다는 이유로 치매보다 더 심각한 질환으로도 부른다.

가장 흔한 증상은 시신경염, 급성 척수염, 뇌기능 저하, 인지기능 저하 등이다. 우을증과 같은 정신신경계 장애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운동장애와 신경학정 뇌장애를 동시에 앓고 있다.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의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문제는 증상이 복잡한 만큼 진단도 쉽지 않다는 점. 다발성 경화증을 확진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의사의 진찰, 환자 및 가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증상 취합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검사다. 대부분 MRI와 같은 기계를 통해 최종 확진한다.

국내 가이드라인은 "다발성경화증의 진단은 임상적인 증상과 신경과 전문의에 의한 신경학적인 진찰에 의해 우선적으로 평가할 것을 권고하며, 자기공명영상 단독 소견만으로 다발성경화증을 진단해서는 안 된다(Recommendation; DS)"고 명시해 놓고 있다.

치료도 환자의 증세에 따라 다르게 한다. 크게 질병조절 치료 또는 급성기 치료에 따라 나뉜다. 올해 초 완성된 국내 치료가이드라인(다발성경화증학회)은 다발성 경화증의 급성기시 치료, 최적하반응/치료실패. 종화항체와 질병완화치료의 전환, 단계적 치료, 관해유도 치료 등 총 5가지로 구분해놨다.
일단 초기의 경우 일차 약제는 interferon-β와 glatiramer acetate가 있고 최근 허가된 경구 제제인 fingolimod도 그 효과가 입증됐다. 2차 약제로는 natalizumab, fingolimod, mitoxantrone 등이 추천되고 있다. 급성기시에는 고용량의 글루코코르티코 스테로이드 요법이 사용된다.

대한다발성경화증학회 이광호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지금까지 다발성 경화증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젊은 나이때 발생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최근 새로운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는 편리한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시신경척수염과 증상 유사 정확한 진단 중요

발병 시점 환자 80%...'재발 이장성 다발성경화증' 해당
동일한 사람에서도 증상 정도·기간 다르게 나타나

다발성 경화증은 뇌,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계(CNS)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인체의 면역세포가 신경계를 공격할 때 발생하는 염증으로 인해 신경섬유를 보호하는 껍질인 수초의 손상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탈수초화'로 인한 여러 증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그것들이 운동 조절 장애 및 근력 소실, 시력상실, 평형감각 손상, 감각상실, 인지기능 손상 등을 일으키며 때때로 정신적 질환도 야기시킨다.

지금까지 다발성 경화증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다른 자가면역질환들과 마찬가지로 면역체계의 비정상적인 반응이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부침입자로부터 면역체계를 방어하는 백혈구(림프구)들이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데,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요 조절자인 T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해서 나타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복적인 면역체계의 공격과 연속적인 수초의 손실로 흉터 조직의 반흔이 생기는데, 이부위를 염증 판 혹은 병변이라고 부른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이 병변들이 신경자극의 전도속도를 감소시키거나 차단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중증도의 다양한 다발성 경화증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반복적인 자가면역 공격이 계속되면 수초가 완전히 끊어지고 분리돼 결국 아무런 신경자극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신체의 영구적 장애로 이어진다.

환자 25% 시신경염 증상 호소

다발성 경화증의 병소는 온몸의 중추신경계 어디에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병소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소견을 보인다. 주로 시력, 운동기능, 성기능을 비롯해 모든 뇌 기능에 나타난다.

질병의 진행 과정에서 어떤 증상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반면, 어떤 증상들은 지속되기도 한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나며, 동일한 사람에서도 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증상의 정도와 기간도 각기 다르다.

주요 증상은 시신경염, 급성척수염, 뇌 기능 이상, 인지기능 저하, 우울증이다. 그밖에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얼굴, 몸통, 사지 등의 감각소실, 경직 증상, 평형감각 장애, 현기증 유발, 만성 통증, 배변장애, 성기능 장애, 보행장애 등이다.

이중 시신경염은 다발성 경화증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로, 환자의 약 25%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며칠에 걸쳐 한쪽 눈의 시력이 저하되며, 드물게는 양쪽 눈의 시력이 거의 동시에 또는 1~2일 간격으로 저하될 수도 있다. 시력이 회복될 수도 있지만, 일부 환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이런 형태를 '재발 이장성 다발성 경화증(RRMS)'이라 한다. 질병이 부분적 혹은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관해기에 이어 신경기능이 악화되는 재발로 이어지면서 장애가 축적된다. 발병 시점에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80%가 이에 해당한다.

이차성 진행형 다발성 경화증(SPMS)은 재발하면서 점차 악화되는 특성이 있다. 원발성 다발성경화증(PPMS)은 신경 기능이 꾸준히 악화되는 질병진행과정을 거친다. 전체 환자의 10%가 이에 해당하며, 재발이나 관해의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환자 병력·MRI 확인 등 종합적 판단해야

최종 진단은 의사의 판단과 환자의 증상, 기계학적 검사등으로 한다. 특히 시신경 척수염과 증상이 상당부분 유사하기 때문에 면밀한 진단과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올 1월 대한다발성 경화증학회는 치료 지침을 통해 진단에 대한 기준을 명시했다.

일단 학회는 다발성 경화증은 일반적으로 임상적인 진단이 매우 중요하고, △신경과 전문 의사에 의해 진단 돼야 하고, △시간과 공간의 파종을 보이는 중추신경계 병변의 증거가 명확해야 하며, △일차적으로 환자의 병력과 신경학적인 검진에 의해 진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이적인 증상은 없지만, 중추신경계(뇌, 척수, 시신경)의 탈수초성 질환을 시사하는 신경학적인 증상이나 증후가 처음 발생할 때, 다발성 경화증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진단이 불명확할 때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기공명영상 기준을 통해 진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단, 자기공명영상 단독 소견만으로 다발성 경화증을 진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뇌척수액 검사(CSF)와 같은 다발성 경화증의 보조적인 검사법들은 다발성 경화증의 진단이 불명확하거나, 다른 감별 진단을 배제하기 위해 시행할 수 있다. 이 경우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 검출 및 면역글로불린G지수(IgG index)의 증가를 확인 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또한 시신경척수염의 감별을 위해 혈청에서 AQP4 항체 검출을 확인할 것을 권고한다.


■다발성 경화증 국내 유병률 10만명 당 3.6명꼴

다발성 경화증의 국내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환자수가 3.5~3.6명에 불과해 국내에서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200만~25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미국의 경우 30세 이상 인구 1000명 당 1명이 다발성 경화증 환자다. 백인에서 빈번하며, 동양인과 흑인에서 상대적으로 드물게 나타난다. 다발성 경화증이 주로 발병하는 연령대는 주로 20세에서 40세 사이로, 여성의 유병률이 남자보다 2~3배 정도 높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새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약 70%가 삶의 황금기이자 가장 왕성한 사회경제적 활동 시기인 20~40대 연령이고 진단 당시 직업을 갖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이 질환은 환우의 직업 및 경제활동, 삶의 질, 그리고 가족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사 질환인 시신경척수염(MNO)이란?

시신경척수염은 다발성 경화증과 유사한 임상증상을 보이면서도 발병기전과 치료에 있어 구분되는 질환이다. 임상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비교적 조기에 재발하는 경과를 보이고 다발성 경화증에서 보다 증상의 정도가 심하다. 그러나 척수와 시신경 이외의 뇌증상 특히 숨뇌 병변으로 인한 딸국질과 구토·구역이 가장 흔한 뇌증상이 시신경척수염의 초기 증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시신경염의 증상에 있어서도 심각한 시력저하나 시신경 위축은 시신경척수염에서 더욱 심하며 특히 수평시야 결손을 보인 경우에는 시신경척수염을 시사한다. 또한 시신경척수염의 경우에는 척수염 병변의 범위가 다발성 경화증에 비해 길어 보통 척수 병변이 세 개 이상의 척추분절에 걸쳐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시신경척수염 환자의 경우 다발성 경화증 재발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일반적인 면역질병조절치료제의 효과는 불확실하여 면역억제제들을 재발 방지에 사용한다.

치료는 부작용 적은 '인터페론' 약물로 치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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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 경화증을 치료하기 위해 처음에는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안전한 약물로 시작하다, 치료 실패 시 부작용이 많은 약물로 접근하는 단계적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현재 재발이장형 다발성 경화증의 1차 질병완화제로 추천되고 있는 것은 IFNβ-1a 22 또는 44μg(주 3회 피하주사요법), IFNβ-1b 250μg(격일로 피하주사요법), IFNβ-1a 30 μg(주 1회 근육주사 요법), glatiramer acetate 20mg(매일 피하주사요법)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IFNβ-1a 22 또는 44μg(피하), IFNβ-1b 250μg(피하) 두 가지 밖에 없으며, 미국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IFNβ-1a 30 μg(근육), glatiramer acetate(피하)는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만약 최적하반응(suboptimal response), 즉 효과 불충분이라고 판단될 경우, IFNβ-1a 22μg 1주일에 3회 피하주사를 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44μg 1주일에 3회로 용량을 올려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때로는 IFNβ-1a 22 또는 44μg(피하)에서 IFNβ-1b 250μg(피하)로 전환하거나 역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미국 FDA에서 승인된 일차 약제는 interferon-β(IFNβ)와 glatiramer acetate가 있고 경구제제로는 fingolimod와 Teriflunomide가 있다.

이중 fingolimod는 새로운 계열의 스핑고신 1-인산 수용체(S1PR) 조절자 계열로 기존 약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전을 갖는다. 림프구에 있는 스핑고신 1-인산 수용체(S1PR) 와 결합해 림프구를 림프절에 잔류시킴으로써 중추신경계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FREEDOMSⅡ 연구의 하위 분석결과, fingolimod는 위약 대비 연간 재발률을 이전에 한번도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군에서 57.9% 감소시키며, 치료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군에서는 44.3% 감소시킨다. 또한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해 경증 장애를 보이는 환자군에서는 53.5%, 중등도-중증 장애 환자군에서는 37% 재발률을 낮춘다.

또 Teriflunomide는 최초의 DHODH((Dihydroorotate Dehydrogenase)저해제로 기존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와 달리 중추신경계에 있는 활성화된 림프구의 수를 줄여준다. TEMSO(2011년 10월 NEJM에 게재) 연구에 따르면, Teriflunomide는 위약대비 연간 다발성 경화증발생률을 31% 가량 줄여준다.

이차 약제로 추천되고 있는 약은 natalizumab, fingolimod, mitoxantrone이 있다. 이중 Mitoxantrone은 이차 약제 중 가장 먼저 효과가 입증된 약이다. 보통 매 3개월 간격으로 12mg/㎡ 표면적의 용량을 사용하며 심박출량이 감소하는 심장 독성과 백혈병의 위험성 때문에 일생 동안 사용 총 용량이 140mg/㎡을 넘지 않도록 한다.

Natalizumab은 단세포군항체(monoclonal abtibody) 중 유일하게 MS 치료제로 추천되고 있다. MS환자에서 natalizumba을 사용한 다기관 연구 도중 치명적인 부작용인 진행다초점백질뇌병증(progressive multifocal leukoencephalopathy, PML)이 발생해 연구가 중단됐으나, 이전에 면역억제제를 사용한 경우나 이전 치료 기간이 2년 이상으로 길었던 경우 등의 위험인자가 밝혀지면서 조심스럽게 모니터링 하면서 사용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fingolimod는 1차 외에도 2차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한편 고용량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스테로이드는 다발성 경화증의 급성기(acute exacerbation)시 치료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여러 개의 임상을 통해 그 효과가 증명됐다.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제가 권장되는 이유는 급성염증이 일어났을 때 가능한 빨리 강력한 항 염증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다발성경화증학회 이광호 회장 인터뷰>

"편리성 높인 경구용 약제 출시로 질환 관리 수월해질 듯"

- 다발성 경화증은 어떤 질환인가?
다발성 경화증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병소가 두개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시신경척수염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어 진단시 구별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점은 서양사람은 다발성 경화증이 대부분이고 시신경척수염이 소수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대등하거나 시신경척수염이 더 많다. 코카시언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유전적인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20~40대에 주로 발병한다는 특징이 있다.

- 진단의 어려움은 없나? 또 증상이 유사한 시신경 척수염과 어떻게 구별하나?
MRI 소견상으로 보면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척수염 환자 증상이 동일할 정도로 구별이 어렵다. 따라서 정밀한 진찰이 필요하다. MRI 진단을 했다고 해도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치료약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시신경척수염은 MNO IgG나 Aquaporin 4 (AQP4) 와 같은 바이오마커가 있다. 임상적으로 눈이 심하게 안 보이거나 재발증상이 온다든지, 척수쪽에 병변이 길게 온다든지 하면 다발성 경화증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소한 Aquaporin 4 (AQP4) 항체 검사는 해야한다.

- 지금까지 치료의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주사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터페론, 스페로이드 등 모두 주사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 특히 증상이 심한 환자들의 경우 병원에 내원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 최근 경구용 약제가 나와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경구용 약제에 대한 편의성으로 인해 환자들의 질환 관리가 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fingolimod와 Teriflunomide가 허가를 받아서 옵션이 두개가 있는 상황이다. 이중 fingolimod와는 효과가 좋은 대신 가격이 비쌀 것 같고, Teriflunomide는 효과가 약한대신 저가격 정책을 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떤 것이 먼저 나올지 관심이 높다.

- 올해 초 진료지침을 만들어서 배포했다.어떻게 만들게 됐나?
아직까지는 완전치 않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희귀질환이라는 이유만으로 진료지침이 없었다. 이로 인해 증상, 진단, 치료 등에 대해 이슈가 많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을 해외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써 본 것이다. 좀 더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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