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산업이 새로운 강자, 의외의 산업군 등과 만나면서 한층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클라우드소싱으로 헬스케어 산업이 새로 깨어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헬스케어 산업이 생각의 틀을 바꾼다면 다양한 산업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헬스케어 산업은 위기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산업인 제약산업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연구개발 비용은 1995년 150억 달러에서 2012년 480억 달러로 약 3.2배 증가한 반면 승인되는 신약의 개수는 1996년 56개에서 2012년에는 39개로 감소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만료 이후 쏟아져 나오는 값싼 복제약으로 인한 매출감소에 제약산업이 더욱 휘청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리지날 약물의 특허만료로 제약사들은 2011년 한 해 52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고 이는 2016년 까지 무려 276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찌감치 제시된 ‘컨테스트’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며 제약 등 헬스케어 업계에서 널리 시도된 방식이다. 컨테스트의 주체는 상금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전문가 혹은 아마츄어들은 최고의 해결책을 찾아 경쟁한다.

일라이릴리, 머크 등 제약기업들이 이노센티브, 캐글 등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기반을 갖춘 기업들을 통해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을 컨테스트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본격적인 클라우드소싱 시도는 GSK가 내부에서 잠자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 공개하면서부터다. GSK에 이어 다른 거대 제약사들도 내부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 자료의 공개에 서서히 동참했다. 흩어진 채 폐쇄되어온 데이터들이 상호 공유됐고, 방대한 데이터와 수많은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들이 만나게 됐다.

최근에는 게임적 요소를 첨가해 유저의 흥미와 참여를 유발,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게임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의학과 제약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비교하고 암세포를 찾아내며 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를 유추하게 하거나, 소수의 연구자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도 가능해지고 있다.

페이션츠라이크미, 큐어투게더와 같은 SNS 건강관련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질병 경험, 치료법에 대한 의견 등의 잠재적인 활용가치도 커지고 있다. 방대한 연구 및 임상 데이터, SNS 데이터, 컨테스트, 게임 등을 통한 대중의 경험과 지식 등은 헬스케어 산업을 이전과는 다른 국면으로 발전시킬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데이터 과학의 선두주자인 캐글, 게임 프로그래밍 업체인 주유니버스, 컴퓨터 업체인 IBM 등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으로 헬스케어 산업의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구글까지 노화와 생명연장 연구를 위한 헬스케어 업체 캘리코(Calico)를 설립했다. 향후 헬스케어 산업은 더 많은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참여로 한층 다이나믹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은지 연구원은 “내재적인 폐쇄성 때문에 오픈 이노베이션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되던 산업분야인 헬스케어 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그저 IT나 컴퓨터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존의 생각의 틀을 바꾼다면 더욱 다양한 산업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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