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은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해서 상급종합병원은 고용된 직원들 때문에라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이도, 저도 아닌 '낀 병원' 같은 신세인 중소병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중소병원장들은 경영자라는 이유로 자칫 세무조사, 현지조사 등에 부딪힐까 아무 말 하지 못하면서도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그나마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전문병원, 개원 문턱이 높지 않던 요양병원의 사정도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


병상은 비어가는데 악재만 쌓여가는 중소병원

중소병원의 문제는 빅5병원 위주의 병상수 확대와 함께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국회입법조사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필요한 급성기 병상수는 21만 7020개이지만 실제 공급된 병상은 23만 7274개로 총 2만 254개 병상이 초과 공급됐다. 상급종합병원들의 병상수 확대 탓이다.

2006년부터 2010년 기간에 병상 이용률은 매년 의료기관 종별로 모두 증가했으며, 1000병상 이상의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이용률은 평균 91.3%이고 빅5병원의 병상 이용률은 100%에 근접하고 있다. 동시에 중소병원의 병상들은 비어있기 일쑤이면서 인력충원의 어려움이 따른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백성길 회장은 “중소병원은 비급여진료가 없고, 대형병원으로의 의료인력 쏠림, 규제에 따른 극심한 급여상승, 직업관의 변화로 의료인력 채용을 할 수 없는 여건 등으로 어려움이 매우 크다”며 “위기 탈출 가능성보다는 경영 압박을 주는 각종 규제가 더 강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소병원 활성화의 대안으로는 병상총량제 도입,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료기관 간 기능 재정립, 병원 개설 단계에서의 충분한 검토, 유휴병상의 낮병원 전환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진 않았다.

대안 중 하나로 논의되던 취약지 거점병원 지원도 무산됐다. 한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 거점병원을 선정하면 1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지역의 여러 병원들 중 하나만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년 중소병원 해외 진출 예산 100억원이 할당됐지만, 인프라를 갖출 여력이 있는 병원만 지원할 수 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삭감이라는 악재도 쌓여있다. 심평원은 중소병원들의 진료비 증가가 큰 항목으로 종양표지자, 전문재활치료, 견봉성형술 및 회전근개 파열복원술, 척추수술 등을 꼽고, 선별집중심사대상이라는 설명회를 가졌다. 과잉수술이나 검사가 이어지면 집중조사를 통해 삭감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보험의 심평원 위탁 운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심사결정통보 기간인 15일을 훨씬 넘겨 2개월이나 소요되고 있는데다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로 병원 업무가 마비가 될 지경이라는 것. 특히, 영상검사는 평균 30% 정도 삭감이 될 정도로 삭감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 중소병원장은 “심평원, 보험사 등의 삭감 정책으로 환자들에게 손해를 보는 치료를 해줘야 한다. 제대로 치료하고 청구하면 부당청구로 삭감에 실사마저 받게 된다”라며 “그간 정부의 도움없이 빚더미로 병원을 확장해 왔는데, 비급여 늘리기는 쉽지 않으며 제대로 된 병원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혜택없이 과잉수술 논란만 불러온 전문병원

그나마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전문병원도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일단 그간 지적대로 까다로운 기준에 비해 혜택은 거의 전무하다.

전문병원은 환자구성비율, 진료량, 의료인력, 필수진료과목, 병상수, 임상질, 의료서비스수준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하며 지역별, 분야별 특성 등을 고려해 전문병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됐다. 그럼에도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표방 외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실제로 연세의대 박은철 교수가 발표한 전문병원 1차 지정 효과 분석결과, 전문병원 지정으로 눈에 띌만한 환자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혜택은 없으면서 오히려 요건은 까다로워지려는 조짐이다. 내년에 새롭게 전문병원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인증까지 받아야 한다. 지난 2011년 첫 지정을 받은 99개 전문병원도 인증을 받지 않으면 재지정이 어렵다.

반면 복지부는 전문병원 제도를 성공적이라 자평하면서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2년간 전문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이 다시 방문하겠다는 의사가 83%에 이르는 등 전문병원의 효율성이 입증됐다“며 ”전문화 및 표준화에 따른 성공적 병원 운영 모델 구축과 중소병원의 새로운 역할 모델 제시, 홍보 및 인센티브 등 지원 강화 등 전문병원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전문병원들의 과잉수술이 지나치고, 특히 척추전문병원에서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아예 새로 판을 짜야 할 지경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정록 의원이 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척추수술로 인한 청구건수는 98만건, 청구금액은 4027억원에 달했다. 과잉수술로 인해 2012년 조정건수는 2009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고, 조정금액도 2.6배 증가했으며 10건 중 1건이 과잉수술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 의원은 “국가가 지정해 국민들이 신뢰를 가지고 이용하는 전문병원에서 더 많은 과잉진료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과잉수술이 발생해도 제도적인 미비로 지정취소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병원장은 “결국 전문병원이라는 공은 복지부가 가지고 싶고 과잉수술의 책임은 다시 전문병원에 지우게 하는 구조”라며 “척추전문병원의 과잉수술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일부 병원으로 인해 잘하고 있던 전문병원들이 혜택은 입지 못하고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됐다”고 호소했다.

허가는 쉽게 내주고 유지는 불가능하게 만든 요양병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요양병원들도 곡소리가 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1000개가 넘을 정도로 마구잡이로 개설을 허가했으면서 이제야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양병원은 지난 5년간 매년 평균 200곳 이상이 개설돼왔다. 100곳 이상이 폐업하더라도 매년 꾸준히 100여곳 이상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요양병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적정성 평가다. 복지부가 인력, 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해 수가 가감지급 사업에까지 연동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급기야 9개 요양병원은 적정성 평가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심평원은 패소했다.

이들 요양병원은 심평원이 3차 적정성 평가 때 처분 전 이의제기를 받지 않는 절차상의 문제로, 4차는 전수조사를 하지 않은 평등권 문제로 소송을 걸었다. 심평원은 곧바로 항소했지만, 손해볼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위 20% 기관 중 소송을 건 9개 기관만 삭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적정성 평가와 의료기관 평가 인증을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5단계 인증을 적용해 상위기간에는 인센티브를, 하위 기관에는 디스인센티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노인요양병원협회는 “서열화와 점수에 대한 경쟁으로 사실상 의료기관별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고 질향상 보다는 점수잘받기 위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토로했지만, 복지부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내년 4월 5일 시행되는 요양병원 시설기준 강화에 대한 의료법 시행규칙도 병원으로선 악화일로다. 주 내용은 휠체어 등 이동 공간 확보, 바닥 턱 제거 또는 턱 경사로 설치(모든 시설), 복도의 경우 병상이 이동 가능한 공간 확보, 안전을 위한 손잡이(복도, 계단, 화장실, 욕조), 의료인 호출을 위한 비상연락장치 설치(입원실, 화장실, 욕실), 욕실은 병상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확보, 적정한 온도의 온수 공급, 2층 이상 건물은 침대용 엘리베이터 또는 층간 경사로 설치 등을 해야 한다.

기존 요양병원은 시행에 1년 유예기간을 뒀지만, 아예 병원을 이전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 한 요양병원장은 “기하급수적으로 허가를 해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요양병원들을 대거 문 닫게 하고 있다”며 “병원이 난립하려는 조짐이 보일 때 진작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제가 다 발생하고 난 이제서야 손을 쓰고 그것도 병원에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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