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동반성장 절실…피해는 국민이 감수

의협 노환규 회장이 5대 대형병원을 매출과 보건의료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비유하며 의료계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노환규 회장은 10일 동반성장연구소 주최로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 6회 동반성장포럼에서 ‘의료계의 동반성장 잠시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를 주제로 이 같이 강조했다.

노 회장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의료기관 양극화 현상이 상급의료기관에 이르면 더욱 심해진다고 밝혔다. 이 중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상위 5개 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1년 매출의 7.7%를 차지하고, 한 해 수천명씩 간호사를 채용해 지방 병원들이 간호인력부족등급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사인력도 흉부외과의 경우 전국 25명 전공의 중 15명이 빅 5병원으로 가고 있는 실정이고 매년 배출되는 신규 전문의들도 1/3이 넘는 인력이 빅5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전임의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형병원 집중으로 △일차의료기관(동네의원) 붕괴 △중소병원 및 지방병원 도태 △의료접근성의 저하 및 의료의 질 저하 △의료비 상승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원가 이하의 낮은 의료수가 등 잘못 설계된 건강보험제도와 선택진료비 및 차등수가제의 차별적용 등 정부의 정책적 실수, ‘비싼 것이 좋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값비싼 의료를 제공하는 병원을 선호하는 국민의 선택이 대형병원집중 현상과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원인이라는 것.

이에 그는 “의료계의 양극화에 의한 의료불균형의 피해자는 병원만이 아니라 국민이다. 현재 의료기관들은 질적 경쟁보다 양적인 경쟁과 과잉투자로 출혈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경영 손실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형병원들이 중소병원 및 의원들과의 상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리 없다”고 말했다.

해법으로 △건강보험료 적정수준 인상 및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선택진료비 급여화 및 의원급 의료기관 확대 △행위별 수가 개선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 등을 제시했다.

OECD 평균에 못미치는 현행 건강보험료를 상향 조정해 보장률을 높여야 규모의 경쟁이 아닌 질적 경쟁이 가능하며, 선택진료비를 급여화시켜 의료수가를 정상화시키고 이를 중소병원 및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해야 수익창출 및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행위별수가 개선의 일환으로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중증질환 치료비를 대폭 상향조정하고 외래진료비를 하향조정해야 하며, 병원급 의료기관의 외래진료 억제를 위해서 경증환자의 외래진료를 놓고 경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과 병원은 국민 보건과 건강증진을 담당하는 주역으로 정부의 하부기관이 아니라 정부와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 있다는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료계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의 시각 역시 수익성과 이용률 등의 기업논리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대국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라는 공익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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