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들의 위기감이 심각하다. 일차의료기관들은 가뜩이나 낮은 수가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진료과를 대거 포함해 환자들을 수용하는 상급종합병원도 할 말은 있다. 인건비 비중이 평균 45%에 이르고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직원들을 수용하고 있는 만큼 일자리 측면에서도 심각성을 말하고 있다. 과연 잘 나가던 상급종합병원이 왜 이렇게 극한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일까?

진료비 비중은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

수치상으로 보면 전체 진료비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히 늘었다.

'2013년 상반기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가 종합병원급은 30.8%에서 31.5%로 0.7%p 늘었고, 자진반납한 춘천성심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기관수는 44개에서 43개로 1곳 줄었음에도 점유율은 16.2%에서 16.4%로 0.2p, 급여비도 2조8993억원에서 3조328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의원급은 5만6858개가 급여비 5조2425억원을 차지, 전체 진료비 점유율이 28.6%에서 28.3%으로 0.3%p 감소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개인 운영 병의원이라면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환자를 많이 볼수록 그만큼의 수익은 본인의 몫이 된다. 그러나 인건비와 재료비가 많이 소요되는 상급종병은 다르다. 보건산업진흥원 조사자료를 보면, 기본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수익대 의료원가율이 97.7%에 달한다. 이는 100원을 벌면 고작 2.3원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상급종합병원 19곳과 종합병원 54곳, 병원 7곳 등 모두 80곳의 지난해 수지현황을 조사한 결과, 의료수입은 2011년에 비해 5.2% 증가한 반면, 의료비용은 인건비, 전기, 가스, 기타 연료 물가인상 등으로 6.4% 늘어났다.

아직까진 버틸만 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4대 중증질환 보상성 강화와 3대 비급여 급여화 정책 탓이다. 당장 포괄수가제에 이어 초음파 급여화마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정책이라 분위기는 더욱 좋지 않다. 올해 실적이 나와봐야 알지만, 현장에서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임상초음파학회 김용범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은 피부에 와닿을만큼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며 "특히 높은 비용으로 검사를 했던 심장초음파의 경우 관행수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으며, 횟수마저 제한적이라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MRI, PET, 로봇수술 등이 급여화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혜택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병원 전체 매출의 최대 15~20%까지 차지하고 있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의 급여화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지난 2011년 기준 전체 비급여 항목 중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5.9%에 달했다"며 "특히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비급여 항목 중 상급병실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7.7%, 선택진료비는 28.4%를 차지했다"며 손을 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3대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한 사전포석인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은 주 타깃이 되고 있다. 상급종병 31곳이 병원비를 과다 청구해 69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복지위 모든 의원들이 이 자료를 탐낼 정도로 상급종병은 국정감사에서 병원계를 대표한 본의아닌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 복지위 김용익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31개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청구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병원이 비급여 진료비 등을 과다 청구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함 64억1700만원, 의료급여 5억1100만원 등 총 69억2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밝혔다.

부당금액은 대부분 비급여 본인부담금(96.5%)으로, 급여기준을 초과한 병원비를 임의로 비급여 처리해 환자에게 징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봤다. 이중 치료재료비용 과다징수가 46.5%, 약품비용 과다징수 18.7%, 검사료 15.8%, 선택진료비 8.5%, 기타 4억5700만원7.1%, 산정기준위반 3.4% 등이었다. 비급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상급'지키기 안간힘..행정소송도 속수무책

이에 병원들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A병원 보직자는 "비용 절감과 토요진료 등에 나서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 꺼진 연구실 복도는 적막하기만 하고, 직원들을 쥐어짜기만 한 업무과부하로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개원의들로부터 '수가 인상 주장에 참여하라', '토요진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당장 제 코가 석자일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일단 사투를 벌여서라도 지켜야 하는 것은 3주기인 내년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다. 즉, 내년 말에는 상급종병의 새로 판이 짜여지는 만큼 중증도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상급종병의 의료수익대 의료원가율이 97.7%이지만, 종합병원급으로 떨어지면 100.4%라는 평균치가 나와있기 때문에 더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의료수익으로 2.3원을 벌던 것이 오히려 종합병원으로 떨어지면 0.4원의 적자를 볼 수 있는 구조다.

B병원 보직자는 "빅 5병원들로 환자가 쏠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이들 병원을 빼면 상급종병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모든 병원을 묶어서 보면 일부 병원은 망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동네의원을 활성화한다는 대안으로 상급종병의 중증도를 높이고 의뢰기준을 상향한다고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적 지원없이는 상급종병 역시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한편으로 일부 병원에선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제도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흩어져있는 푼돈이라도 쥐어보자는 의지도 엿보인다. 원외처방약제비 환수 소송이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제20민사부는 순천향대병원과 공단 간에 진행된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서 병원 측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에서 공단이 병원 측에 지급을 명한 2억7200여만원에 추가로 9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원외처방으로 인한 공단의 손해더라도 병원 측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이다. 앞서 진행된 경희대병원·백병원·강북삼성병원·성애병원의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서 병원 책임을 80%로 인정한 것과 달리 고무적인 결과다.

재판부는 "공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지 않음에도 공단을 비롯한 공권력 행사 권한을 가진 측에서 입법 또는 제도 운영상 오류를 범해 빚어진 것"이라며 "사적 영역에서 병원 측에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것은 행정 편의적 해결방법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다른 병원들의 줄소송, 유리한 방향의 승소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지난 2011년 44개 병원들은 영상수가 인하 무효 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복지부의 패소로 돌아갔지만, 6개월 간의 영상수가 인하 금액을 아직 어떤 병원도 청구하지 않았다. 빅5병원 중 한 곳은 35억원, 700병상의 한 병원도 12억원 등의 큰 돈이지만 청구를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다.

C병원 관계자는 "기획조사 결과 발표와 국정감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 청구했다가 정부 괘씸죄에 걸려들 수 있다며 조심하고 있다"며 "법의 심판을 받아 정당한 것도 청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원은 앞으로 더욱 쇠퇴의 길을 갈 것"이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패소의 이유가 절차 상 하자의 문제였을 뿐, 실제 영상검사비용이 병원이 환자들에 과부담을 주고 있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무언의 압박마저 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영상수가 인하 재추진은 물론 중복검사와 재검사 금지 법안마저 나오면서 더욱 눈치볼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병원 몇 곳이 문 닫을 때까지 그저 쥐어짜기식의 정책이 이어지고, 상급종병이 그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이란 우려가 가득하다. 정부, 국민, 국회, 같은 의료계 여론 등 어느 것 하나 기댈 곳 없는 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환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주 타깃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D병원 원장은 "가뜩이나 낮은 수가에서 불리한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데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까지 손을 대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병원들이 의료가 아닌 다른 수익창출 방안을 꾀해야 한다"며 "구조조정과 병원 축소 등의 전략을 취하고, 적자여도 운영하던 필수의료도 대폭 축소될지도 모른다.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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