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방암은 비교적 젊은 여성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최근 폐경 후 여성 환자 비율이 높아져 서구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더불어 조기 발견율 증가로 유방보존술을 받는 환자 비율도 크게 늘면서 발병과 치료 모두에서 선진국과 비슷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유방암학회(이사장 송병주·회장 윤정한)는 10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25일 '2013 한국 여성 유방암 백서'를 발간, "50대 이상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비율이 30~40대 젊은 유방암을 추월했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술법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 발병률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간 유방암 환자 발생 수는 1996년 3801명에서 2010년에 1만6398명으로 15년 사이 약 4배 증가했으며, 조발생률 역시 1996년 16.7명에서 2010년 67.2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학회는 유방암 환자 수 증가 원인으로 폐경 이후 유방암 환자 수 급증을 꼽았다. 그 동안 한국 유방암은 폐경 후 여성 환자가 많은 서구와 달리 폐경 이전 40대 이하 젊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실제로 국내 유방암 연령별 발병 빈도를 살펴보면 40대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2011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유방암 환자 중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비율이 51.3%나 돼 최초로 폐경 전 여성의 발병률을 역전했다. 유방암 환자의 중간나이도 2000년 46세에서 4세 증가한 50세를 기록했다.

윤정한 회장(전남의대 교수)은 "폐경 후 여성 유방암 비율의 역전 현상은 이전부터 예견돼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30~40대 젊은 유방암 환자의 발병률은 감소세를 기록한 데 반해 50대 폐경 이후 유방암환자의 발병률은 계속 증가하며 전체적으로 발병 연령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2006~2010년 연령별 유방암 환자 발생 비율을 보면 50대 환자 발생 비율은 25.7%에서 29.1%로 상승하고, 60대 환자 발생 비율도 13%에서 14%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40대 환자의 발생 비율은 40%에서 37%로 감소했고, 30대 환자 비율 역시 14.3%에서 12.7%로 줄었다.



허민희 통계이사(관동의대 교수)는 이같은 추세 변화의 원인으로 늦은 첫 출산과 수유 경험 없음, 이른 초경 및 늦은 폐경, 비만, 음주 등 유방암 위험 요인에 대한 노출이 많아진 점을 꼽았다. 이어 "폐경 후 여성의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원은 지방조직인데, 비만한 여성일수록 지방조직이 많기 때문에 에스트로겐의 수치도 높아져 유방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폐경 후 여성일수록 비만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유방암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희망은 있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조기 발견율이 증가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치료방법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유방암을 5대 암으로 선정하고 표준 암 검진 권고안을 개발해 시행 중이다. 2011년도 건강검진 통계 연보에 의하면, 유방암 검진 수검자는 매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유방암은 5대 암 중 가장 높은 수검률(51.5%, 324만2910명)을 보였으며, 이 중 검진으로 유방암 의심 판정을 받은 수검자는 0.2%(5381명)였다.

검진율의 상승으로 조기 발견율 또한 크게 늘었다. 한국유방암학회 자료에 따르면 0기 또는 1기 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2000년 32.6%에서 2011년에는 56.3%까지 증가해 과거에 비해 조기 유방암 환자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이사는 "유방암 검진으로 발견된 유방암은 증상 발견 후 진단된 유방암에 비해 좀 더 조기에 진단되고 사망률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는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 발견율이 증가함에 따라 수술방법또 크게 달라졌다.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유방보존술은 2배가 증가했으며, 유방재건수술은 8배나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유방암 수술 환자들 중 70% 이상이 유방전절제술을 받아 여성의 상징을 잃는 심리적 고통을 동반하였다. 그러나 유방보존술의 빈도가 계속 증가해 2000년에는 27.9%에 불과했던 것이 2011년에는 65.7%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의 환자가 유방암으로 진단받더라도 자신의 유방을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절제술 환자의 재건수술 또한 급증했다. 한국유방암학회의 연도별 유방재건술 건수 변화를 보면 2000년에는 한 해 99건에 불과했던 유방재건수술이 2010년에는 8배 이상 증가하여 812건을 기록했다. 학회는 유방재건술 보편화는 환자들이 여성의 상징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의 증가로 국내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허 이사는 "한국의 유방암 5년 생존율은 1996년~2000년에는 83.2%였으나 2001년~2005년에는 88.5%로 약 5%가량 호전됐고, 2006년~2010년에는 91.0%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생존율을 기록했다"면서 "이 수치는 선진국보다 높거나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