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 1위는 뇌혈관질환이며 심장질환이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러나 뇌혈관질환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심장질환은 고지혈증이 급격히 늘면서 증가하고 있어 향후 두 질환의 순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심장질환 예방 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되면서 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1차 예방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사들을 위한 한국인 심뇌혈관질환 위험평가 프로그램을 개발을 마쳤으며 이를 통해 학회 주력 사업인 '심뇌혈관 1차예방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학회가 개발한 '내 혈관 나이는?' 프로그램은 국내 역학 데이터를 이용해 한국인에게 맞는 심뇌혈관 질환 위험도를 관련 로직을 통해 계산하고, 그 결과를 심혈관 나이와 뇌혈관 나이로 시각화한 그래프를 통해 보여주는 방식의 소프트웨어다. 13일 학회 임원 50여명을 대상으로 시연회를 마쳤으며 10월 11~13일 열리는 추계학술대회 기간 모든 회원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김영식 이사장은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은 이미 우리나라에 흔한 만성질환으로 중요한 의료문제이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질병을 갖고 있으면서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거나 치료를 받더라도 목표 수치에 이르지 못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뇌중풍과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을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약물시판후조사연구회 김영식, 이정아(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최근 전국 26개 병원의 가정의학과를 방문한 고지혈증 환자 18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질강하제를 처방한 후 6개월 후의 목표 달성률이 심장질환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낮아 조절이 잘 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위험수준에 따라 비교했을 때 심혈관질환 저위험군 환자는 10명 중 9명에서 LDL-콜레스테롤 치료목표가 달성됐지만 고위험군 환자는 10명 중 7명에 그쳤고, 초고위험군 환자들은 10명 중 2~3명 밖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단일 질환으로 사망원인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뇌중풍과 심장질환의 발생을 예방하려면 개인별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평가가 선행돼야 하며, 개인의 위험수준에 따른 맞춤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선 현장에서 모든 환자의 위험수준을 일일이 계산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1차 예방에 대한 환자 인식이 낮다는 점이다.

학회는 이번에 새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발을 주도한 한림의대 백유진 교수(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는 "나이, 성별, 키, 몸무게, 복부둘레,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과거력, 가족력, 흡연력, 음주력, 운동력 등 총 19개 자료를 입력하면 국내역학 데이터를 이용하여 개개인의 위험도를로직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그래프를 통해 심혈관 나이와 뇌혈관 나이로 시각화하여 보여주는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하고 해당 위험요인에 대한 교육자료 및 예방적 치료와 연계하도록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또 대사증후군 유무를 알려주고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등 관리가 필요한 주요 임상지표의 목표수치 제시, 해당 질환의 약물 치료 여부 판단, 아스피린 복용 권고 등 일차진료 의사들이 진료실 현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필드 매뉴얼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져 의사 입장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심뇌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이 필요한 사람 중 31%만 복용하고 불필요한 사람 중 18%가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내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이번 프로그램 구축은 환자에 대한 교육효과와 의사에 대한 진료보조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고 의사와 환자가 양방향으로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해 큰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전문적인 지식 없이 이 프로그램을 오남용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회원에게 먼저 배포하며, 피드백 수렴 결과에 따라 배포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업데이트 버전은 따로 제공되지 않으며, 3~4년 주기로 새로운 데이터를 반영해 새로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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