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등 각종 법조항 병원경영 현실과 거리멀어

병원장들의 일상적인 원무행정이 적지않은 경우 불법(?)으로 치부됨으로써 법앞에 알몸으로 서 있는 모습이지만 뚜렷한 대책도 없이 속만 태우고 있다.

병원을 법대로만 운영하면 "의료의 질 향상과 병원경영"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 결과가 더 많고 경영악화로 이어질 경우 병원의 존폐까지 책임져야 하는 등 격무와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너가 아닌 월급장이 원장의 경우, 도산한 서울 K병원의 K원장은 병원의 채권·채무 관계로 송사에 휘말리기도 하는 등 "권한"은 별로 없고 "책임"만 져야해 "빛좋은개살구"로 회자되기도 한다.

이는 현행 의료관련 정책과 법, 그리고 현실이 정상적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료기관의 대표"인 원장은 각종 잘못된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까지 져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의 "임의비급여 관련 10개 병원장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4년간의 재판끝에 지난 8월 30일 대법원에서 병원장 10명 전원이 무죄판결을 받아 "죄 없음"이 확인됐지만 이 기간중 원장들은 사기혐의의 범법자로서 사회적지탄과 함께 재판으로 인한 시간·정신적 고통, 해외학회 참석시 법원허가를 받아 출국하는 등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당시 재판부의 판결은 "의료수가의 조정과 보험급여 처리의 방침 등은 "수가관리위원회"를 통해 결정·조정되고 있는데 원장은 이 위원회 위원도 아니며 소집권한도 없어 각 환자별 진료비 징수와 비급여 계산 등에 관여되었다고 볼 수 없음을 고려할 때 사기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

결국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이 죄인 아닌 죄인으로 4년여를 가슴 졸이며 보냈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의료법에 명시된 환자 5명당 간호사 2명 근무는 우리 의료 현실상 불가능한 상태며, 모자보건법에 의한 여자전공의 분만휴가 3개월 규정도 자칫하면 의료기관 대표자가 범법자가될 가능성을 크게 내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여성 전공의에게 90일의 분만 휴가를 주는 것이 강제조항으로 규정됐고, 이를 어기는 병원장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돼 있어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제 2의 "10개 병원장 사건"이 될 공산이 크다.

지정진료비 제도도 문제가 발생하면 기관을 대표해 법적 책임문제에 휩싸일 수 있다.

현행 특진의사의 80%에 대해 지정진료비를 지급하도록 했지만 세부규정이 없어 병원별로 내부규정을 정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듯 병원장으로선 교도소의 담장 위를 줄타기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치료재료에 대한 사용여부. 많은 재료대가 행위료에 포함되어 별도산정할 수 없도록 돼있는데 치료재료는 신재료 등 기술 발달과 감염예방을 위한 1회용의 증가추세로 인한 비용증가가 발생케 되는데, 수가에서 인정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제살깎기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또 환율변동과 관련 수입의존도가 높은 재료대 가격이 변동했을 경우 별도보상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술료에 포함된 재료대는 진료수가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원가상승 요인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치료재료비를 임의적으로 받거나 1회용을 재사용한다면, 카테타의 재사용으로 구속된 부산 침례병원 원장과 같은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이같은 법적 문제외에도 원장은 경희의료원 유명철 의료원장의 경우처럼 "노사문제"의책임도 져야 하고 병원내 교수 또는 구성원간의 불협화음, 의료사고의 책임문제까지 많은 부분에서 민·형사와 도덕적 책임까지 져야할 입장에 있다.

이와관련 한규섭 서울대병원 기획실장은 "병원은 환자·의사 등 다양한 구성원과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며, 이같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현실을 무시한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결국 "전과자 원장"을 양산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고 지적했다.

성익제 병협사무총장도 "잘못된 정책과 제도로 인해 병원장의 위상이 날로 추락하고 있다"며, "병원장들을 법과 제도적으로 보호해주고 병원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정책을 펴 국민건강을 지키는 선봉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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