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로 이송된 환자의 1/3은 경증 환자며, 이들에 대한 불필요한 진료로 소모되는 보건의료비용은 연간 1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응급의학정책연구센터 Craig Newgard 교수팀은 Health Affairs 9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위험 외상환자 24만 8342명 중 34.3%에 해당하는 8만5155명이 중증외상센터로 이송돼 중증도 분류(field triage) 가이드라인에 따른 환자 구분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6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포틀랜드와 밴쿠버, 솔트레이크시티, 시애틀, 덴버, 새크라멘토 등 대도시 지역의 응급의료서비스(EMS) 기관 자료를 수집했다. 7개 지역 94개 EMS 기관에서 122개 병원에 이송된 환자 약 30만명의 자료를 분석했고, 이 기간동안 급성 치료에 소요된 비용은 10억달러 이상이었다.

대상자 중 4.1%는 심각한 부상을, 10.4%는 중증도, 85.5%는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경미한 부상 환자 중 1/3이 레벨1, 2 외상센터로 이송됐고, 이들이 모두 외상센터가 아닌 응급실로 이송됐을 때 의료 비용은 41% 절약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레벨1 외상센터에서 환자 1명을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1만3500달러(한화 약 1467만원), 레벨2 외상센터 1만달러로 외상센터가 아닌 일반 응급실 7500달러와 비용이 크게 차이난다. 경증 부상을 입은 환자가 중증외상센터를 방문한 경우로 제한해도 진료 비용은 일반 응급실보다 4833달러 비싸다.

Newgard 교수는 "이번 연구는 EMS 시스템이 어떻게 환자를 적절한 병원에 이송시키느냐에 따라 막대한 의료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저위험 환자가 과평가돼 중증외상센터에 이송된 반면 고위험 환자의 40%는 저평가돼 적절하게 이송되지 못한 것을 확인, "시스템의 비효율성은 의료 비용을 상승시킬뿐 아니라 환자의 아웃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로 구급요원의 역할 한계를 꼽았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 중증도 분류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매 5년마다 이를 업데이트 하고, 구급요원들이 잘 따를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지만 EMS에서 모두 다 감당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Newgard 교수는 "저위험 환자가 중증외상센터로 이송되는 가장 큰 원인은 병원과의 거리에 따라 환자가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다른 연구에서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환자가 중증도 기준에 부합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구급요원이 중증외상센터로 환자를 이송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환자가 이송 요청을 하면 먼저 선호하는 병원이 있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이 때 환자가 해당 기관의 의사와 친분이 있거나 중증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쪽으로 곧장 이송된다.

Newgard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뾰족한 답은 없다"면서 "중증외상센터에서 경증 환자 이송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있지만 이는 자칫 특정 환자가 연속성 있게 치료 받는 것을 방해하거나 병원간 이송 요청이 증가하거나, 장거리 이송으로 인해 구급차 출동에 지연을 빚는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중증외상센터 입장에서는 경증 환자를 다시 일반 응급의료시설로 돌려보내는 것이 이득일 수 있지만 반대로 외상센터가 아닌 병원 입장에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Newgard 교수는 복합 부상을 입은 환자가 중증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이 25% 개선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저위험 환자를 중증외상센터에서 치료했을 때 아웃컴에 대한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중증외상센터에서 더 잘 치료할 것으로 예상되고, 질높은 관리를 받았을 때 입원 기간을 줄이고 직장 복귀를 앞당겨 잠재적으로 의료비 상승을 상쇄시키는 효과도 낳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러나 데이터 없이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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