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영양조사“유병률 10% 이상에 경증 다수”



40세 이상 흡연 남성 4명 중 1명?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이사장 유지홍)에 따르면, 2008년 국민건강영양 조사에서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인구의 13.4%가 COPD 환자다. 폐기능 검사 상 FEV1/FVC 0.7 미만 기준을 만족시키는 경우다. 2011년 자료를 보면, 여전히 13.4%의 유병률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15.6%, 2008년 13.4%, 2009년 11.0%, 2010년 13.1%, 2011년 13.2%로 잠시 동안 미세한 하강곡선을 보이다가, 근래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①

특히 2011년 남성의 COPD 유병률은 20.3%, 흡연 중인 경우는 24.7%로 위험인자에 따라 유병률 상승곡선이 널을 뛴다. 흡연을 하는 40세 이상 성인남성 4명 중 1명은 COPD 환자일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여기에 고령과 가족력까지 더해지면 COPD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임상현장의 COPD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렇게 건강검진 상 실시된 폐기능 검사를 통해 진단된 환자의 94%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진료지침 기준의 가·나군으로 경증, 즉 초기단계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단되는 환자들 대부분이 중등도 이상이라는 것이다.

일선에서 COPD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 고려의대 이상엽 교수(고대안암병원 호흡기내과)는 “폐기능이 심하게 손상되기 전까지는 기침·객담 등 경미한 증상만 있기 때문에 환자가 내원하지 않다가,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폐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중등증 이상의 상태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진료지침 기준으로 다군에 해당하는 중증 환자들이 그나마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숨어있는 환자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다수를 차지했던 경증·초기단계의 COPD 환자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환자들이 중증 천식 등 다른 질환으로 잘못된 진단을 받아 적절할 치료가 이뤄지지 않거나 아예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림의대의 정기석 교수(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진료지침위원장, 한림대성심병원장)는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전체 인구의 8% 정도로 보고 있는데, 심평원 코드 상 COPD로 등록돼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이의 반의 반도 안된다”며 수면 아래 방치돼 있는 환자들의 문제를 지적했다.②

진단이 문제의 핵심
이상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경미한 증상의 COPD 환자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질환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병의원에서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해 방치되다가 심각한 증상이 발현되는 시점에서야 2·3차 기관을 찾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COPD 문제의 핵심이 진단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FEV1/FVC 0.7 미만 기준을 적용한 연구결과들에서 COPD의 유병률은 대체적으로 10% 대다. 하지만 의사로부터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성인인구의 6% 미만으로 유병률이 뚝 떨어진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폐기능 검사에 의한 유병률과 진단받은 과거력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COPD가 전세계적으로 낮게 진단되고 있으며 인지도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COPD로 확인된 353명의 환자 가운데, 의사로부터 진단받았던 적이 있었던 사람은 9명(2.4%)에 지나지 않았다. 치료를 받은 경우는 8명(2.1%)으로 더욱 열악하다. 한국 COPD 환자들의 대부분 역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③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