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형 규 가톨릭의대 교수 /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임상경과는 COPD 환자에서 정상인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동반질환에 의해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COPD와 관련된 동반질환은 폐암, 당뇨병, 골다공증, 우울증 등 많지만 이중 특히 심혈관질환은 가장 흔하며 가장 중요한 동반질환이다.

COPD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이 잘 생기는 기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COPD 환자에서 증가되어 있는 전신 염증반응, 저산소증 등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동반되는 심혈관질환에는 허혈성 심질환, 심부전, 심방세동, 고혈압 등이 있다. 1100명 이상의 COPD 환자를 대상으로 3년간 관찰한 결과,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이 정상인에 비해 COPD 환자에서 4배 이상 많이 발생하였고, TORCH 연구에서는 COPD 사망 원인 중 27%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었다.

또 다른 대규모 역학연구에서 COPD의 중증도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은 서로 관련돼 있는 것이 관찰되었는데 경증과 중등증은 각각 26%와 28%, 중증 이상의 COPD에서는 13%를 차지하였다. 중증 이상의 COPD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망 비율이 적은 것은 중증 COPD 환자가 상대적으로 COPD로 인한 사망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COPD 역시 심혈관질환의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관상동맥 확장술을 시행받은 환자 중 COPD 환자는 3년 사망률이 정상 환자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동반된 심혈관질환은 COPD 환자의 급성악화에도 영향을 미쳐서 급성악화로 사망한 환자의 37%는 심혈관계 원인으로 사망하였으나 호흡부전으로 인한 사망은 14%에 지나지 않았다. COPD 급성악화가 발생한 5일 이내 심근경색은 2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급성악화에 의한 사망에도 심혈관 동반질환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COPD 환자를 치료하면서 심혈관질환이 동반되어 있는지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COPD 환자를 처음 진단할 때부터 동반질환에 대한 진단을 같이 해야 한다. 정확한 병력청취와 이학적, 실험실 검사가 중요하며 문진을 하면서 심혈관질환과 동반된 증상이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운동시 호흡곤란, 흉통 등 심혈관질환에 의한 증상은 COPD 증상과 매우 비슷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좌심실 부전과 우심실 부전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심장 초음파 검사가 호흡곤란의 감별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메틸잔틴을 제외한 COPD 치료약물은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의 유무에 상관없이 COPD 진료지침에 맞게 치료하면 된다. 하지만 고용량의 베타 길항제는 허혈성 심질환이나 심방세동이 있는 경우 피하는 것이 좋으며 흡입용 베타2 항진제를 사용한 심부전 환자에서 사망률과 병원 입원이 증가했다는 관찰연구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은 가장 흔한 동반질환이며 심부전은 COPD 환자의 30%에서 발견되며 심부전 환자의 30%도 COPD를 갖고 있다. COPD와 동반된 심혈관질환을 치료 할 때에는 COPD가 없는 환자에서 적용되는 일반적인 치료 지침에 따라 치료하면 된다. 비특이적 베타 길항제는 COPD 환자에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심장 선택적 베타1 길항제는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COPD 환자에서는 심혈관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며 임상경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동반된 심혈관질환을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COPD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고 증상을 호전시키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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