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컨설팅업체는 대학병원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각종 실행전략에 관여했다. 하반기 전략, 내년 전략 등 새로운 시기를 대비하기 위한 보고서 도출이 진행됐고, 그에 맞춰 각 부서와의 협조가 내려졌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컨설팅업체 직원들이 마치 상사인 양 팀장, 과장급을 부하직원처럼 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런데도 참고 참은 실무부서 직원들은 결과물을 보고 난감했다. 얼마전 A업체가 기존에 진행한 다른 병원의 컨설팅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유사한 전략들 위주로 나왔기 때문이다. 원장은 결과대로 추진하라고 하지만, 실무진은 “우리 병원인지, 다른 병원인지 병원명만 바꾸면 될 것 같다. 여기에 많은 예산을 들이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 차라리 내부 직원들의 말을 들어달라”고 하소연했다.

#B컨설팅업체는 비급여 진료가 많은 의원들의 컨설팅을 도맡았다. 직원수가 한참 40여명에 달할 정도로 사세확장을 해왔다. B대표는 경영 강의를 많이 했고 꼬박꼬박 주요 이슈와 관련한 뉴스레터도 보냈다. 개원의 몇몇을 고객으로 두고 있었지만, 원장들은 이상했다. 홈페이지, 인테리어 등 각종 부문의 컨설팅을 진행했지만 전담 직원이 수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B업체는 수개월 간 월급이 밀렸고 해당 지역에서도 노동부에 신고가 가장 많이 들어온 악덕기업으로 분류돼 있었다. 대다수의 직원들이 사직했고 이들은 아직도 B대표는 활발히 활동을 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피해는 고객인 원장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C컨설팅업체는 타영역에서 의료 영역으로 조금씩 파고 들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경기침체로 성장여력에 한계가 있지만, 병의원은 개원 진입장벽이 있고 아직 경영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병원에 새로운 고객을 맡으면서 제시한 것이 성과표다. 고용된 의사들에게 진료수익을 줄세우기하고 상담실장에도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재료 비용을 절감하고 비급여 수가를 올리는데 치중했다. 몸값이 높으면서 생산성이 떨어진 직원은 정리해고도 시키게 했다. 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고민없이 과도한 실적으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하고, 직원들도 환자를 그저 돈으로 대해야 높은 성과가 달성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원장은 그저 변화에 따른 저항이라고 보고 그대로 추진 중이다. 결국 의료에 대한 이해없이 진행된 과도한 성과와 목표는 병원에 암울한 분위기를 깔리게 했고 직원들은 이직만 꿈꾸고 있다.

의사이자 경영자인 원장들은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수가는 한정적이고 여러 가지 병원을 옥죄는 정책들만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결정한 것이 약간의 투자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컨설팅에 의존해 전략을 세우거나 다음 단계를 모색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컨설팅을 받아본 결과 여러 가지 부작용이 제시됐다. A와 같은 경우는 다른 병원과의 차별화를 위해 컨설팅을 받았지만, 컨설팅 결과물에서 차별화를 얻지 못했다.

해당병원 직원은 “컨설팅업체가 상주하는 몇 달동안 직원들을 무능력하게 보거나 마치 부하직원 부리듯이 하면서 기밀문서까지 요구했다. 여기서 받은 자료를 다른 병원에 들고 가서 실적으로 포장할 뿐”이라며 “차라리 컨설팅비용으로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고 실행하게 한다면 실제적인 전략이 나오면서도 큰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B업체도 아직 존재하고 있지만, 해당업체 출신 직원들은 없어져야 할 곳이라는 강력한 입소문을 내고 다니고 있다. 결국 제대로된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고 영업의 ‘한탕주의’에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B업체 전 직원은 “직원들은 고통 속에 내몰았으면서도 대표는 부르조아처럼 지내 더 고통스러웠다. 모병원으로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개별 자문료도 받는다고 하지만, 직원들의 이의제기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아직도 공연보러 다니고 호텔 음식먹는 식의 자랑하는 사진들이 SNS 등의 계정을 통해 올라오고, 사람들이 그 모습에 속고 있다”며 “컨설팅 업체의 실체가 어떤지, 믿을만한 결과물을 내는지에 대해 면밀히 확인한 다음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C업체는 의료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결국 과도한 수익에만 연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곧 전체 의료시장 발전에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해당 병원 한 의료진은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쥐어짜는 것만이 제대로 된 경영인지 의문이다. 직원들은 성과와 실적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어려울수록 정도를 걷고 환자를 위한 기본적인 신념을 지키면서 그 위에 세우는 것이 경영컨설팅의 기본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컨설팅업체에 대한 불신으로 몇몇의 다른 컨설팅업체들도 경기불황과 맞물려 더욱 힘들어지는 시기라고 말한다. 물론 결과물을 성실하게 도출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기본에 충실한 업체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도 일부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병원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기존과 같은 컨설팅 기법으로는 자생하기 어렵다는 업체들의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컨설팅이 단순히 홈페이지 광고나 키워드 광고, 홍보성 기사를 내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원장의 경영철학을 돌아보게 하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하게 돕고 결과물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에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빅데이터가 유행하면서 제대로 데이터 분석조차 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컨설팅을 한다고 더 나서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저 돈 버는 방법, 환자를 끌어오는 방법 등에 연연하게 하거나 저가만을 내세운 일부 업체들이 전체 컨설팅 시장 자체를 망가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컨설팅을 진행한 원장들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쏟아졌다. 한 대학병원 원장은 "컨설팅 결과에 의존하는 것은 금물이다. 컨설팅은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보다 적합한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것이고,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병원에 맞춰 재해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경영이 어렵다고 컨설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스스로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과 미래 전략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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