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자보 운영 평가 왈가왈부하는 것 '시기상조'?
 “적어도 100일 이후 심사실적이나 의료계 불만 정립될 것” 확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동차보험 위탁심사를 시작한지 2달이 지났다.

사실상 청구를 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기 시작한 것은 한달이 막 지나가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짧은 기간 동안 이의제기만 400건이 넘어섰다.

무엇이 문제인걸까?

현재 의료계에서 갖는 자보 위탁의 불만 사항은 3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청구에서 심사, 지급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 △그간 인정해줬던 MRI·CT횟수에 대한 지나친 삭감 △치료재료 관행수가 불인정 등이다.

이와 더불어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가 20곳의 보험사들이 마련한 재정으로 운영되는만큼 '보험사들, 즉 업계의 의견이 반영돼 의료적인 이익보다는 실익추구에 급급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도 깔려있는 상태다.

시간지체 원인은 '사고접수번호' 탓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는 보험사에서만 다뤘던 것을 '보험사->심평원'이라는 2단계 체제로 변경됐기 때문. 또한 20여개 보험사가 제각기 다른 '사고접수번호' 운영체계를 사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대두됐다.

이들 업체는 9~23자리까지 제각기 다른 방식을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병의원에 청구시 여기서 가장 많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달간 자보 청구에서 대표적인 오류도 '사고접수번호 미기재 또는 오기재'였다.

초기 청구서 반송률이 30%에 달한 부분도 '사고접수번호'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때문에 보험사에서는 심평원에 바로 넘기지 못하고 일주일씩 가지고 있다가 병의원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사례도 종종 있다.

김재선 자보센터 실장은 “현재는 반송률이 20% 정도로 줄었지만, 첫 시작때는 30%에 달했다”면서 “병의원들도 어느 회사꺼를 청구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수긍했다.

이같은 이유로 20곳 보험사와 심평원 자보센터가 수차례 만나 논의를 펼쳤지만, 개선점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김 실장은 “현재 심평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병원·의사협회 등에 지속적으로 공문을 보내 회원교육을 지시하고, 개별병의원 등에 안내문 등을 제공하는 것 뿐”이라며 “업계가 50여년의 관행을 버리고 통일된 하나의 사고접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보센터는 체계 개선을 위해 보험업계, 국토해양부와 협의하여 좋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예전엔 해줬는데, 왜 안해주느냐”

가장 예민한 'MRI·CT 횟수'도 의료계의 불만이 들끓는 부분이다.

의료계에서는 자동차사고가 단순 질병과 달리 여러가지 살펴볼 점도 많고, 후유증도 큰데 건강보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용상 자보센터 부장은 “처음에 심사권이 위탁된 것도 이같은 관행적인 과잉검사 때문이고, 꼭 필요한 환자에게 찍지않고 아무 이유 없이 찍으면 조정될 수 있다”면서, “이를 그대로 다 받아들여준다면 지난 50년 자보에서 잘못했던 것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미 국토부, 금융위 등 6개 부처에서 합의를 이뤄 심평원에서 위탁이 이뤄진 사항인 만큼 물러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지나친 삭감에 있어 이의나 불만이 있다면 '인정할만한' '근거가 있는' 소견을 달아서 이의신청을 하라고 말했다.

또 '건보' 기준으로 삭감하는 말은 완전한 오해라고 못박았다.

황 부장은 “국토부에서 지정했던 기준에 의거해서 심사한다”면서 “건강보험 기준으로 심사한다는 것은 단순한 오해에서 기인한 것이며, 보험사에서 할 일을 심평원에서 한다는 것 외에 이전과 달라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진료수가 기준에 따라 세부적용에 의거해서 자보업계에서 했던 그대로 심사한다고 못박았다.

더불어 보다 자세한 심사를 위해 2주전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현장에서 일하는 교수, 의사들 80여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사례별로 자문을 받아서 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의료계 세 가지 불만 중 마지막은 '치료재료'에 대해 관행적인 수가가 아닌 실구입가만 인정하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예전엔 그 가격으로 해줬는데, 왜 안해주느냐” “실거래 구입 목록을 따로 제출하려니 불편하다” 등의 불평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심평원에서는 “이는 원래 자보 기준대로 하는 것이며, 그간 보험사들이 임의로 인정해준 것이 문제”라면서, “단순히 원래 정해진 규정대로 돌아가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구입목록표를 반드시 확인할 수 있도록 첨부하도록 의료계에 당부하면서, 황 부장은 “그간 각 보험사들이 지급은 빨랐을지는 몰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아직 이렇다저렇다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더 지켜보면 이득 알 것”

7월1일부터 쉴세 없이 울려댔던 자보심사센터의 전화기가 9월1일, 두 달만에 조금 잠잠해졌다.

9월까지는 유예기간이므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심평원에서는 잘 정착됐다고 믿는 분위기다.

김재선 실장은 “1만여건 중에 400건의 이의신청을 두고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 어느 정도 제도 변화의 장단점이 파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시행을 안 한곳 많고, 대형병원처럼 자보환자가 얼마 없는 곳은 청구 안 하고 있는 기관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자보에 대한 정형화된 기준 역시 올해 안으로 도출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사례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이를 토대로 판례같은 기준들을 만들 것”이라며 “예를 들어 헌법의 판례처럼 대원칙은 존재하되 다양하고 특수한 상황들에 대해서 의학적인 측면을 주로 해서 새로운 기준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