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사글립틴·알로글립틴 "심혈관 위험 없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이 대규모 연구에서 심혈관 위험성을 높이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로시글리타존 퇴출이후 당뇨약 전반으로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잔존했는데 이번 연구발표를 계기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 두 제제의 안전성을 검증한 대규모 연구가 잇달아 발표됐다. 각각의 연구명은 SAVOR TIMI 53과 EXAMINE이다.

최종 결과, 삭사글립틴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등 종합적인 심혈관 발생률은 7.3%로 위약(7,2%)과 거의 같았다. 또 알로글립틴도 11.8%로 위약(11.3%)과 큰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부작용으로 보고됐던 췌장염 과 암 발생률 또한 차이가 없었다.

이번 두 연구는 2008년 로시글리타존 퇴출 사건이후로 미국FDA가 이후 승인하는 당뇨약에 대해 안전성 검증 데이터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면서 이뤄진 대규모 연구다. 따라서 수천, 수만명을 대상으로 혈당 강하 효과가 아닌 안전성(심혈관 사건)을 우선적으로 검증했고 그 결과 위약과 유사하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특히 연구에 참여한 환자 대다수가 한 가지 이상의 심혈관 위험 요소를 갖고 있는 고위험 그룹이었고 이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스타틴, 항고혈압약, 아스피린, 항혈소판제(항응고제) 등을 중복적으로 복용하고 있었다. 특히 알로글립틴 연구의 EXAMINE의 경우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군도 포함됐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성래 홍보이사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보면 상당수가 고위험 심뇌혈관 환자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해 추가적인 위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이점은 심혈관 위험성이 높은 당뇨병환자에게도 dpp-4 억제제를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거의 모든 환자들이 많은 심혈관계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뇨약을 하나 추가한다고 심혈관 예방효과가 추가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라면서 "그런 점에서 DPP-4 억제제가 심혈관 위험성을 추가로 높이지 않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두 연구에서는 심혈관 위험성외에도 그간 DPP-4 억제제에서 보고됐던 췌장염과 암도 관찰했다. 삭사글립틴의 경우 췌장염을 증상에 따라 급성, 만성 등 세부적으로 관찰했는데 모든 군에서 위약과 유사했고, 암 발생도 3.9%로 오히려 위약보다 낮았다. 또한 알로글립틴도 췌장염, 암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외 주요 심각한 저혈당도 없었다.

김 교수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던 췌장염과 암에 대한 관계도 풀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나오면서 앞으로 나올 유사한 연구도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현재 리나글립틴은 CAROLINA연구를, 시타글립틴은 TECOS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조건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위험군이 참여한다는 공통점은 같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는 "근래의 임상시험에서 대조군 역할을 하고 있는 기존 치료군이 관리가 잘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나오는 신약들에게 있어서도 심혈관 혜택입증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남은 관심은 앞으로 DPP-4 억제제에 대한 처방 확대여부다. 전문가들은 사상 유례없는 환자모집단으로 심혈관 사건을 검증했다는 점은 일선 개원의들에게 처방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라면서도 이미 처방 패러다임이 DPP-4 로 전환돼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어 이번 연구가 제약사들의 호재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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