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여성 중 심한 변비 환자는 반드시 대장내시경 받아야

익숙해서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변비가 대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추정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 24개 병원에서 지난 3년 간 대장암 수술을 받은 1만 7천 여명의 환자에게 대장암 발견 전 대장 관련 증상의 변화 유무를 조사한 결과 7명 중 1명이 변비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김종훈)은 9월 '대장앎의 달'을 맞아 가천의대 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건국대병원, 건양대병원, 고대안암병원, 국립암센터, 노원을지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상계백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양병원, 원자력병원, 원주세브란스병원, 인천성모병원, 인하대병원, 조선대병원, 충남대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등 총 24개 병원에서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여 간 대장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총 1만7415명을 분석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대장암 진단 전 대장 관련 증상 변화를 경험한 환자는 1만1085명(63.7%)이었으며, 그 중 2609명(23.5%, 복수응답)은 변비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그림 1>.



특히 여성 및 고령의 대장암 환자일수록 주요한 증상 변화로 변비가 나타날 확률이 높았다. 대장암 발견 전 대장 관련 증상 변화를 경험한 여성 환자 4628명 중 1114명(24.1%)이 변비 증상을 보여, 전체 남성 환자 중 변비 증상을 보인 비중(6440명 중 1494명, 23.2%)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또 60세 이상 환자 6367명 중 1542명(24.2%)이 변비 증상을 호소해 60세 이하 환자(총 4,705명 중 1,064명. 22.6%)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비중을 보였다<그림 2>.

대장암 진단 병기별로 증상 변화의 경험 여부를 분석했을 때, 대장암 병기가 높을수록 변비 증상을 경험한 비율도 증가했다<그림 3>. 대장암 발견 시 1기 이상의 병기를 가졌고, 대장 관련 증상 변화를 경험한 환자는 총 1만831명(1기 1842명, 2기 3185명, 3기 4241명, 4기 1563명)으로 변비의 경우, 1기 17.5%, 2기 21.1%, 3기 26.1%, 4기 29.4%로 병기가 높을수록 변비 증상을 경험한 비율이 증가했다. 하지만 대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 혈변, 복통의 경우 1~2기에서 높은 비중을 보이다 3~4기부터 비중이 낮아지거나 병기와 상관없이 불규칙한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대장항문학회 김광호 이사장(이화의대 교수, 이대목동병원 외과)은 "혈변, 복통 등은 대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져 있어 갑작스러운 증상 변화에 대장암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대장암 조기 검진이 가능하다"며 "이에 반해 변비는 대장암의 주요 증상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낮아 증상이 있어도 방치하거나 민간요법 등으로 대처하는 등 전문의를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가 대장암 중 직장암 환자 4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밝혀졌다. 클리블랜드클리닉 변비진단표(CCSS)를 이용해 직장암 환자의 변비 정도를 측정한 결과 병기가 높을수록 CCSS 점수가 높았으며, 4기의 경우 심한 CCSS 수치가 '8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기 평균 3.5, 2기 평균 4.7, 3기 평균 5.4, 4기 평균 7.5). 이는 변비가 심해도 환자가 병원을 잘 찾지 않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변비가 심할수록 직장암 발병 후 생존율이 낮아 CCSS 수치가 8점 이하일 경우 발병 후 5년 내 생존율이 81.4% 였으나, 8점 이상일 경우 63.9%에 불과했다.

대장암과 변비의 연관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연구에 따라 결과가 달라 컨센서스 확립은 어려웠다. 지난해 미국 소화기병학회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는 2.7배, 대장용종 환자는 2.8배 변비 위험이 높았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유럽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고, 일본에서 실시된 대규모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제의대 배병노 교수(상계백병원 외과)는 "연구마다 디자인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변비 유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가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사용되는 클리블랜드클리닉 변비진단표의 경우 주관적 판단에 따라 환자가 점수를 매기게 되기 때문이다. 대규모 연구에서 변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평균 점수는 3.4점, 변비가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8점 이상으로 나타나 3.5점을 정상, 8점을 심한 변비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론적으로 대장에 변이 계속 남아 있으면 변의 독소가 대장 점막을 자극해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데이터 발표를 주도한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우용 섭외홍보위원장(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외과)은 "변비가 대장암의 위험요인인지에 대해선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학회는 이번 발표를 통해 대장암 환자의 변비 증상 유무, 대장암 진행 병기에 따른 변비 경험 여부 등을 다각도로 살펴봄으로써 대장암과 변비의 연관 관계를 알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결과를 통해 여성, 특히 60세 이상의 대장암 환자에게서 변비를 경험한 경우가 많은 것을 알았다"며 "대한대장항문학회 권고안에 따라 50세 이상이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되며, 특히 변비가 심한 60세 이상 성인이라면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대장항문학회는 '201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일환으로, 서울 경기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무료 검진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4일부터 30일까지 전국 60 여개 병원에서 대장암 무료 건강강좌와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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