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입사해 병원과 함께한 30년

고대구로병원 김우경 원장에게 올해는 매우 뜻깊다. 지난 1983년 처음 시작한 병원생활이 올해로 30년이 되는 해다. 때마침 병원도 개원 30주년을 맞았다. 김 원장은 "내인생이 병원의 스토리(역사)"라고 말한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그와 병원은 지금 최정상에 와있다. 그를 만나 병원과 동고동락한 소회를 들어봤다.

무엇보다 눈물이 맺힐만큼 감회가 새롭다. 늘 활기찬 그에게도 30년전을 되돌아보는 일은 숙연해진다.

"300병상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구로동은 개발도 안되고 비가오면 물이 많아 '부인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이는 못산다'는 우스갯 소리를 할 정도로 척박했는데 그런 지역에서 지역주민들의 보건을 맡아 지금까지 온 것을 생각하면 책임과 보람을 느낍니다"

1983년, 그는 젊디젊은 성형외과 전공의였다. 성형외과는 개원과 함께 시작했다. 당시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서 성형외과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귀국한 백세민 교수를 중심으로 김수신 교수와 함께 3명으로 출발했다.

개원초만해도 인력이 부족했지만 해외기술을 도입한 터라 의료진 능력은 최고 수준이었다. 두개악안면수술, 미세수술 등으로 선도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년만에 월간 수술 100건을 돌파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수부외과 및 미세수술 분야에서 탁월한 진료성과를 달성했다.

그가 집도한 세계 최초로 성공한 '열손가락 절단 재접합술'은 지금도 종종 회자된다. 환자는 인근 구로공단의 근로자였다. 이일을 계기로 구대구로병원은 수지접합분야에서 최고라는 소문이 났다. 그렇게 발전한 성형외과는 현재 유방재건, 창상, 소아두개기형 분야에서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병원이 눈부신 성장과 함께 김 원장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2009년 제14대 원장으로 발탁된 것. 원동력은 끈임없는 소통과 리더십. 그는 선배들이 해왔던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과감히 버리고 대화를 시도했다. 쉽지 않았다. 결국 노력은 의사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됐다. 이를 인정받아 2009년부터 지금까지 병원을 이끌고 있다.

원장으로 지내는 동안 대외적으로 굵직한 성과도 이끌어냈다. 2010년에는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의 중심병원이 됐고, 2011년에는 임상센터 설립과 함께 국제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올해에는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내년 3월에는 암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이중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의 경우 1600억원이라는 역대 사상 최고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연구중심병원은 내로라하는 빅5 병원들도 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 당연히 병원의 위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금상첨화로 병원의 흑자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우리 병원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의료수입이 가장 높은 병원이라고 자부하고 있다"면서 "의료원이 적자를 냈지만 수익을 많이 내면서 의료원의 수익을 채워주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러한 모든 원동력에 대해 그는 스스로 운이 좋은 놈(사람)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교수들의 자발적 성과다. 원장이나 행정책임자는 잠재력을 북돋아서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원동력을 거듭 재촉하자 "모든 과(과장)를 다 만난다. 병원 발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나름의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말미에는 또다시 자신은 운이 좋은 놈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의 잇딴 위상강화와 수익확대로 연일 웃음이 떠나지 않을 것 같지만 고민도 있다. 내년 개원하는 암병원의 성공기원이다. 그는 "암병원 개원 결정 당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힘들었다.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면서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결정된 일인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개원 30주년 개원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병원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지켜본 장본인이라서 남다른 느낌을 갖는 모양이다. 보통 하루면 끝나는 개원식을 무려 일주일간 연다. 이번 행사의 키워드도 소통이다.

따라서 외부인과 더불어 전 직원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꾸몄다. 교양강좌부터 학술대회, 화합행사, 주간행사, 상설부스가 마련되는 등 축제를 방불케한다. 그는 "업무(진료)도 보고 행사도 치뤄야하니 일주일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학교만 졸업해 최연소 밀레니엄 힐튼 이사가 된 박효남 조리부 상무이사와 엘리오컨설팅회사인 앤컴퍼니 박개성 대표도 직접 초빙했다. 남는 공만을 활용해 병원 역사관도 조그많게 만들었다.

이번 행사 준비로 인해 머리와 눈썹이 하얗게 셌다는 김우경 원장. 연신 힘들어서 죽겠다면서도 웃음은 떠나지 않는다. 행사 이후 다시 검게 바뀔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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