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CE·ACE 항고혈당요법과 암 위험증가 관련 성명 발표
"암 위험증가 근거 미약하거나 없어···가이드라인 따라 치료 계속해야"


"현단계에서 항고혈당 약물요법과 암 위험증가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는 불충분하다. 동시에 이들 약물이 암 발생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근거 또한 제한적이다. 임상의들은 당뇨병 치료에 확신을 갖고, 기존 가이드라인 권고에 따라, 승인된 항고혈당 약물의 처방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암 발생 위험이 높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신중한 혈당강하제 선택이 요구된다."

최근 이슈로 등장한 당뇨병 치료제와 암 위험증가의 연관성 논란에 대해 미국 내분비 학계가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와 미국내분비학회(ACE)는 최근 '당뇨병과 암에 관한 합의성명'을 발표, "암 위험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재 사용되고 있는 특정 혈당강하제를 중단할 정도의 근거가 미약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근거로는 항당뇨병 약물치료가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거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에서 낮은 수준의 잠재적 암 위험에 대한 우려보다는 치료혜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성명의 결론이다.

다만 전향적 임상연구들이 암 발생 위험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장기간 진행되지 못해 아직 결론이 이른 만큼, 현재의 데이터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미국암학회(ACS)와 미국당뇨병학회(ADA)가 지난 2010년 '당뇨병과 암에 관한 공동성명'을 통해 "당뇨병이 간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등 일부 암 위험증가와 관련돼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제와 암의 연관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뇨병과 비만 환자에서 다양한 암종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이 보고된 이후, 항고혈당제 역시 다수의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근거들은 제한적이거나 일관되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부분이 관찰연구나 메타분석에 기반했고, 때로는 결과들이 상충하면서 암 위험증가 의혹이 뒤집히는 사례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인슐린글라진과 암발생 위험의 잠재적 연관성에 관한 4개의 코호트 연구결과가 동시에 발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으나, 몇 년 뒤 공개된 ORIGIN 임상연구에서 근거 없음을 보고하면서 논란을 종식시켰다.

최근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 부작용 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GLP-1 유사체와 DPP-4 억제제로 대변되는 인크레틴 기반 요법이 급성 췌장염 위험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될 수도 있다는 것이 시사됐다. 이로 인해 췌장암 위험증가와의 연관성으로까지 의혹이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아직 동물실험 등에 근거한 것으로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 수준의 이론적 가능성이다. AACE와 ACE의 성명은 두 계열 약제와 관련해 "인간에서 췌장암 위험증가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성명은 또 메트포르민은 암 위험과 관련해 중립적 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로시글리타존과 SGLT2 억제제는 암 위험 근거가 없는 약제로 명시했다. 피오글리타존은 만성 고용량에서 잠재적 방광암 위험을 언급했으나, 최근 들어 연관성의 통계적 유의성이 없어지거나 매우 낮은 위험이 보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슐린 요법과 관련해서는 초고용량에서 암 위험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성명은 이 같은 평가를 토대로 "임상의들이 잠재적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환자들을 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겠지만, 현재의 근거들로 인해 진료현장의 약물처방에 변화가 가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메트포르민

성명은 현재의 역학 데이터에 근거할 때, 메트포르민 치료가 암 발생 및 사망위험과 관련해 중립적(neutral) 또는 긍정적(decreased)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13개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당뇨병 또는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에게 메트포르민 치료를 적용할 경우 여타 약제와 비교해 암 사망률 상대위험도가 2% 높았으나, 이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 치료 환자에서 대장암·간암·폐암 위험이 유의하게 낮고, 전립선암·유방암·췌장암·위암·방광암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지만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성명은 "전반적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메트포르민이 고혈당 치료에 안전하게 사용돼 왔다"며 "메트포르민 치료의 암 관련 임상결과에 대한 전향적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TZD

티아졸리딘디온계(TZD) 혈당강하제 요법에 대해서는 "주로 피오글리타존과 방광암에서와 같은 잠재적인 위험과 동시에 대장암·폐암·유방암 등에서는 보호역할이 관찰된다"며 긍정·부정적 연관성을 모두 언급했다.

피오글리타존과 방광암에 관련해서는 "최근의 데이터에서 (둘 사이 연관성의) 통계적 유의성이 근본적으로 없어지거나 매우 낮은 위험이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크레틴 요법

FDA 부작용 데이터에 대한 분석에 근거해 GLP-1 유사체와 DPP-4 억제제로 대변되는 인크레틴 기반 요법이 급성 췌장염 위험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될 수도 있다는 것이 시사됐다. 이로 인해 인크레틴 요법과 췌장암 위험증가의 연관성에 대한 이론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성명은 "췌장조직에서 암이 발생하려면 급성 질환에 의한 산발적 염증보다는 장기적인 만성 염증이 있어야 한다"며 "인크레틴 요법의 출시 시기를 고려할 때 암 발생과의 연관성에 대한 결론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성명은 "인크레틴 요법과 급성 췌장염의 연관성에 대한 사례가 몇 건 보고됐지만, 인과기전(causal mchanism)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규명이 없었다"며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급성 췌장염보다는 장기적인 만성 췌장염의 병력이 췌장암 발생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인크레틴 요법과 췌장암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SGLT2 억제제

가장 최근에 새로운 당뇨병치료제 계열에 이름을 올린 SGLT2 억제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다파글리플로진은 유방암·방광암 위험증가와의 연관성이 시사됐으나, FDA 자료에서 암 위험의 증가는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없었으며 추가적인 입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계열 내 또 다른 약물인 카나글리플로진은 어떠한 암 징후도 없었으며, 현단계에서 암 발생 위험이 시사되지 않는다"고 성명은 전했다.

▲인슐린

성명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인슐린과 암 위험증가의 연관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바로 ORIGIN 연구다. 성명은 이 연구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암 위험과 관련해 인슐린 요법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ORIGIN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서 6년 정도의 치료를 통해 인슐린글라진과 표준요법의 심혈관 임상결과를 비교·평가했다.

암과 관련한 평가도 함께 이뤄졌는데, 암 발생 빈도는 두 그룹 모두 연간 100명당 1.32명으로 같은 양상을 보였다(hazard ratio 1.00, P=0.97). 암으로 인한 사망도 연간 100명당 0.51명 대 0.54명으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치료혜택 우선···주의 요구

성명은 이상의 근거를 종합해 "암 발생에 있어 항당뇨병 요법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거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된 전향적 임상연구들이 암 발생까지의 기간을 고려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길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 명확한 근거가 나올 때까지는 임상의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성명은 최종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갖춰질 때까지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에서 낮은 암 위험도에 대한 우려보다는 치료혜택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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