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 외상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해 서울대병원에 남아 외과 펠로우를 했습니다. 결국 꿈을 포기하지 못해 2006년 미국에 가서 외상을 공부했습니다.
아덴만 사건 이후로 외상의 필요성이 부각되자 2011년 다시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 불려왔는데 정권이 바뀐 뒤에 센터가 없어졌습니다. 올해 5월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외과 전문의, 응급재난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8일 GE헬스케어가 마련한 '헬씨메지네이션 칼리지' 강의에 나선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외과 김영철 박사는 오래전 의대생 시절부터 외상외과 전문의가 꿈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배울 곳도, 전담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미국에 가기 전에는 그의 관심을 뒤로하고 어쩔 수 없이 유방암과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

급기야 건너간 미국에서 임상 펠로우십을 쌓다가 2010년 브룩클린 메디컬센터 외상센터에 정식 스탭으로 취직하게 됐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의 외상센터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여해달라는 부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총기사고를 우려해 전직 대통령까지 관심가질 정도로 큰 사안이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외상사고로 100만명이 넘는 사망과 부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중 50%가 넘는 61만명이 외상센터의 진료가 필요한 인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망 인원도 2만8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사망률은 지역 차이에 따른 격차가 매우 크다. 서울, 경기권이 가장 낮으며, 전라권 등 의료 공백이 있는 지역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예방가능한 사망률은 미국 15%, 캐나다 18% 등인 반면 한국은 현재 32.6%에 달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립중앙의료원, 부산대병원 거점센터를 세우면서 지난해부터 외상센터 총 15곳을 지정했다.

권역별 외상센터 구성을 보면 외과, 신경외과 등 28명의 의사, 60~80명의 간호사, 행정가, 코디네이터, 매니저 등 100명 가량이 필요하다. 여기서 외상외과 전문의는 전체적인 수술에 대한 판단과 컨설팅을 맡는다.

권역별 외상센터는 현재 시설, 인력을 위해 센터당 80억원을 지원하며, 환자가 많으면 8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입원실, 장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정사업이 끝나면 지역 외상센터 선정이 이뤄지며, 지역자치단체 재정상태에 따라 여건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외상이 응급이송체계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만큼, 외상센터 지원 외에 외상시스템 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병원전단계 응급처치율 36.8%, 병원전단계 적절처치율 3.1%, 부적절이송률 78.7% 등 소방중심의 응급의료시스템으로는 외상 치료율 향상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애리조나 주의 국회의원이 총기사고를 당하면서 외상센터를 키우게 됐다. 미국에서도 가장 외상시스템이 잘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리조나 시스템은 현장에서부터 환자가 그대로 이송돼 프로토콜을 잘 따르는데 있다. 즉, 외상센터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아예 이송 단계부터 의사가 구급차에 직접 타서 즉각적인 응급처치를 할 수 있지만, 한정된 자원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이에 따라 원격외상시스템을 구축해 응급환자 생체정보를 인식하는 장치를 마련해 즉각적인 처치와 함께 화상 연결을 통해 병원에 있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실시간 처치와 제대로된 이송이 가능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로선 구급대원을 잘 만나면 살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수준이다. 사망률을 보면 1시간 안에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현장에서 적절한 치료,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가능한 치료를 할 수가 없다”며 “현장에서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사망률을 낮춰야 하며, 현장에서 제대로된 이송과 처치를 한다면 사망률을 더욱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엄격한 시스템에 따라 현장을 분류해 정확한 이송과 환자 분산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병원 전단계의 의료지도가 필요하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제공된 정보를 토대로 외상 전문의가 빠른 시간 안에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은 환자 이송 전부터 모든 정보를 받은 다음 즉각적인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있다. 연결된 기관과의 이기주의를 버리고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정책이 아닌 환자를 위한 통합된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할 때”라며 “외상시스템은 지역별 진료 질 격차를 좁힐 수 있으며, 타 병원, 전세계 병원들과의 외상 컨퍼런스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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