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빅데이터로 연세대서 코호트 연구 진행 결과 발표

한국인 130만명을 19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흡연으로 인한 후두암·폐암 등의 발병률이 최대 6.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는 최소 1조원 이상에 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를 토대로 담배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지선하 보건대학원 교수가 27일 건보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의 흡연자 질병발생 위험도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1992~1995년 일반검진을 받은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과 피부양자(30세이상) 약 130만명의 질병정보를 19년간 진행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코호트 연구다.

이들 중 암은 14만6835명, 심·뇌혈관질환은 18만2013명이 발생했고, 이를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나눠 질병 발생 차이를 분석했다.

남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질병 발생위험도가 후두암의 경우 6.5배, 폐암 4.6배, 식도암 3.6배 더 높았고, 여성은 후두암 5.5배, 췌장암 3.6배, 결장암은 2.9배 더 많았다.

흡연이 해당 질환의 발생에 기여하는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남성의 경우 후두암의 79.0%, 폐암의 71.7%, 식도암의 63.9%가 흡연으로 인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흡연자가 금연을 했을 때 얻는 이득에 대해서도 조사됐다.

금연한 남성 흡연자 15만7903명을 8년간 파악한 결과, 금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폐암과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급격히 감소했다. 또 6년 이상 금연자의 경우 계속 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률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2011년 기준으로 흡연으로 인해 초래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1조6914억원으로 계산됐으며, 이는 2011년 진료비 46조원의 3.7%에 해당하는 규모에 달한다.

지 교수는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20~30년 동안 장기간에 걸쳐서 보이는 현상이므로 과거 1980~1990년대 높은 흡연율로 인한 영향은 앞으로 보다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질환발생도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1단계적인 자료”라며 “이와 더불어 유관 기관들의 자료를 채워서 정책평가 자료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토론자로 나선 정미화 남산법무법인 변호사는 이같은 분석 자료가 앞으로 공단이 담배회사에 거는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그간 구체적인 피해금액을 추정하지 않아 개인 대 담배회사 소송에서 비용구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면서 “이제 최소한의 피해금액이 나왔으므로 근거자료로써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간 정부가 담배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태도를 바꾸고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만큼 속히 공단에서 소송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정 변호사는 이번 결과가 흡연자와 질병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특정한 피해 발생여부를 연구한 내용은 아니므로, 입증자료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종대 이사장 역시 “흡연은 개인 차원에서 질병 발생과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모든 가입자가 담배로 인해 추가적인 보험료를 내게 한다”면서 “국민을 대표하는 보험자기관으로서 소송을 포함, 흡연을 제지하기 위한 모든 방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동의했다.

또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공단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실증적 연구를 수행한 사례"라면서, "앞으로 건강보험 빅데이터가 국민의 질병예방과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에 귀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활용성을 넓혀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단은 빅데이터를 통한 음주 관련한 연구도 진행했으며, 이 결과는 오는 11월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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