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중재 효과 약물보다 우수하거나 동등

음악은 만국공통어로 시대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왔다. 마음의 건강이 몸의 건강으로까지 이어지듯이 음악은 사람의 신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고대 그리스에서는 운동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올림픽 기간 내내 음악을 연주했다.

이같은 효과는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도 적용된다. 많은 환자가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는 부정적인 생리반응으로 이어져 상처 회복을 더디게 하고 감염 위험을 높이며 마취 유도를 어렵게 하고 수술 후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수술 전 진정제나 항우울제를 투여하기도 하지만 종종 부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환자 회복에 걸리는 시간을 연장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비약물적 중재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그 대표적인 예가 음악 중재다.

다수 연구에서 수술 전 음악 중재가 환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심박수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미다졸람보다 우수하거나 동등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난 6월 코크란 연합이 발표한 체계적 고찰에서도 음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서 음악 중재는 훈련을 받은 음악치료사에 의해 개인별 맞춤 음악 중재를 받는 음악치료가 아니라 의료인이 미리 녹음된 음악을 들려주면 환자가 수동적으로 듣는 음악의료(music medicine)다.

미국 드렉셀대 Joke Bradt 교수팀은 코크란무작위연구레지스터(CENTRAL)를 비롯 MEDLINE, EMBASE, AMED 등 다수 서비스를 이용해 언어 제한 없이 DB를 검색, 1950년부터 2012년까지 수행된 모든 무작위 또는 준 무작위 연구를 찾았다. 최종 분석 대상은 2051명이 참여한 26개 연구였다.


통상적 치료만 받을 때보다 효과

분석 결과 음악 감상이 수술전 불안감 감소 혜택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상태-특성 불안 척도(STAI)로 측정했을 때 통상적 치료와 음악 감상을 동시에 받은 실험군의 불안감은 통상적 치료만 받은 대조군에 비해 평균 5.72유닛 감소했다. 또 적은 수치지만 음악 감상은 심박수와 이완기 혈압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수축기 혈압과 호흡수, 피부 온도를 줄이는 경향은 보이지 않았다.

상처 치유나 감염률, 퇴원까지 걸린 기간, 환자 만족도 등을 포함한 연구는 없었고, 대규모 연구 1건에서 음악 중재가 미다졸람보다 수술 전 불안감 감소에 더 효과적이며 생리적 반응 감소 효과는 동등했다고 보고됐다. 그 연구는 스웨덴 쇠데르텔리에병원 Sven Bringman 박사팀이 2008년 스웨덴외과주간에서 발표하고, 다음해 Acta Anaesthesiologica Scandinavica에 발표한 것으로 음악 중재와 미다졸람의 효과를 직접 비교했다.

Bringman 박사팀은 우회술이나 판막치환술 환자 372명을 무작위로 나눠 177명에겐 수술 전 음악을 들려주고 195명에겐 미다졸람 0.05~0.1㎎/㎏을 투여한 뒤 수술 전후 각각 STAI 점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음악 중재군의 점수는 수술 전 34점, 수술 후 30점으로 미다졸람군 36점, 34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다수 연구에서 맹점(blinding)이 부족해 편파성 위험이 높다는 한계가 있었다. 음악 치료 관련 연구에서 아웃컴의 눈가림을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개 주관적인 아웃컴을 사용하거나 음악 중재를 다른 치료 중재법과 비교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편파성 위험을 고려해 이들 결과를 분석하는데 조심스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부작용이 없다는 점은 여전히 음악 중재에서 큰 혜택으로 작용한다. 이에 Bradt 교수팀은 "이번 체계적 고찰은 음악 감상이 수술전 불안증에 혜택이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음악 중재와 불안감 감소를 다룬 다른 코크란 연합의 체계적 리뷰 3건 결과와도 일치한다"면서 "음악 중재가 진정제나 항우울제 대안으로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음악도 선별해 들려줘야

음악은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스트레스와 공격성을 유발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선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이 어떤 사람에게 혜택을 주며, 그렇지 않은 음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심혈관 전문의인 독일 바훔대 Hans-Joachim Trappe 교수는 바흐와 모짜르트 음악이 삶의 질 개선에 가장 큰 효과를 주며, 이탈리아 작곡가의 곡은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International Journal of Critical Illness and Injury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장르별, 작곡가별로 음악 감상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음악 감상에 대한 반응은 템포와 연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반응의 질은 음악가와 비음악가 간 차이가 없고, 음악적 선호도에 대한 영향도 거의 받지 않는다.

Trappe 교수는 "환자 건강에 가장 혜택을 주는 장르는 클래식음악"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은 불안이나 우울 증후군, 심혈관 장애, 통증, 스트레스, 수면박탈 등에 영향을 미친다.


멜로디가 조화로운 대중가요는 환자를 활기차게 하고, 좋은 기분으로 유도하며 치료에 대한 동기를 높이고 전신을 자극한다. 반면 명상음악은 잔잔하고 조용한 사운드로 진정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가장 추천하지 않는 음악 장르는 헤비메탈과 테크노음악이다. 이들 음악은 격분감(rage)이나 실망감, 공격적인 행동 등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심박률과 혈압을 모두 상승시킨다.

힙합과 랩은 사운드 자체로는 영향력이 떨어지지만 리듬 구조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사(words)는 종종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곤 한다. 감각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는 재즈에 관한 연구는 매우 적은데, 수행된 연구 모두에서 '추천하지 않음' 판정을 받았다.


클래식 중에서도 강·약 풍부한 곡으로

같은 클래식음악이라도 세부 장르에 따라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비록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진 소규모 연구지만 이탈리아 파비아대 Luciano Bernardi 교수팀은 2009년 Circula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음악에 따라 생리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에게 무작위로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아다지오 △바흐의 칸타타 169번 ‘하나님만이 내 마음 아시리라’ △베르디의 나부코 중 아리아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들려주거나 조용한 상태에 있게 하고 심박률과 호흡수, 혈압, 중대뇌대동맥 혈류 속도, 피부 혈관 운동 등을 기록했다.

그 결과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가 풍부한 음악이 심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악곡과 오케스트라곡의 크레센도는 심혈관 또는 호흡기 신호와 연관성을 보였고, 조화로운 크레센도는 특히 피부혈관수축과 혈압에 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강조점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바흐의 곡을 들은 사람에서는 피부혈관수축이 유도되고 혈압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연관성은 각 개인과 전체 그룹 평균 모두에서 관찰됐다.

또 베르디의 ‘아리아’를 10초간 들려줬을 때 심장박동이 자연스러운 상태와 가장 일치했다. 이런 반응은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에 질적인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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