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진료 외치는 김수경 원장

최근 개원가에는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 등으로 일차의료기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저수가나 의료공급체계 왜곡과 같은 문제로 살아남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이같은 냉혹한 환경 속에서도 적정진료, 양심진료를 펼쳐 지역주민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원장이 있어 화제다.

16년째 인천 연수구에서 지역주민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한솔내과의원 김수경 원장이 그 주인공. 그의 경영 노하우는 간단했다.

바로 '착한경영'이다.


 적정진료, 꼼꼼한 원칙 지켜

최근 저수가로 인한 손실을 메우고 최신 기기나 인테리어 등 초기 투자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비급여에 지나치게 손을 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가 먹고 살기 위한 최후의 수단'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느냐' '수가를 적정하게 올리지 않는 한 적정진료는 어렵다'는 긍정적인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반면 '의사의 품위를 지키면서 환자를 위한 최소 진료를 해야 한다'는 인술론도 존재한다.

김 원장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진정으로 '의사'가 '의료'를 통해 생활이 풍족해지고 싶다면 적정진료가 답이라고 말한다.

다소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당장 1~2년이 아닌 평생 환자를 보며 살아갈 의사라면 적정진료가 가장 효율적인 경영이라는 주장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만 해야 결국 진짜 자기 환자가 많아지는 것이다. 진료량이 아닌 질로 승부를 봐야 '자신'을 찾는 환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내 환자가 다른 병으로, 혹은 증상이 심해져서 전원이나 전과를 요구하더라도 비용이 안 들면서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비법들을 알려줍니다.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자기 환자라면 다시 찾을 것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습니다.”

실제 의원을 둘러보면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대기하는 환자가 많은데도, 진료실은 여유롭기만 하다. 환자를 많이 보든 적게 보든 다른 의원보다 상담시간이 2~3배 정도 더 길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워낙 성격이 꼼꼼한 탓에 환자에게 알려주지 않고 넘어가면 며칠간 생각이 난다. 그래서 다음 진료때는 훨씬 더 많이 알려준다. 그러니 대기환자가 많이 밀리더라도 상담을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대기 환자들이 '진료를 빨리 보라'고 아우성이었지만,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긴 진료가 좋다는 것을 알고 이해해주기 시작했다고. 지금은 환자들이 기다림을 오히려 즐거움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상담, 교육도 남다르게

긴 상담 시간 뿐 아니라 진료실 풍경도 재미있다.

교육이나 차트를 꼼꼼하게 관리한다는 그는 환자마다의 특성을 살려 생활요법을 알려준다. 아무리 여러명의 환자를 보더라도 그 환자의 상태부터 과거병력, 심지어 가정사까지도 모두 놓치지 않는다.

“환자를 기억하지 못하면 같은 내용의 교육을 할 수도 있고, 호전되는 과정이나 특이점 등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혼자만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사용해서 환자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는 “주기적으로 와서 교육을 받는데 매번 하는 얘기 또 하면 얼마나 지겹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만의 환자 교육을 위한 준비과정을 공개했다.

준비는 간단했다. 그도 환자처럼 '끊임 없이 배우는 것'이다.

최신 지견이나 새로운 경험들을 배우려고 바쁜 와중에도 세미나나 소규모 모임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으며, 동네의사들과도 자주 어울리면서 지역적 특색에 따른 환자의 패턴이나 최근 보는 환자들의 특징 등을 익히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환자가 계속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를 교육받아야 하는 것처럼 의사 역시 끊임 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오래된 단골 환자가 많아 이들에게 늘 새로운 지혜를 전수해주려고 시리즈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묶어 각 환자 상태에 맞는 내용들을 교육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진료 모습에 강원도 토박이인 그에게 지역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알음알음으로 자리잡은 인천에서 2~3년은 족히 고생했다는 그는 “'환자에게 베푸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나만의 의사관(?)이자 인생관을 계속 생각하면서, 적자가 나든 근근히 운영하든 개의치 않고 환자만 봤다”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그렇게 꾸준히 '착한 경영'을 실천하다보니 지역사회에서 굳건히 자리잡는 의원이 됐고, 이제는 입소문을 타고 연수구 뿐만 아니라 다른 구나 심지어 안산시, 시흥시 등에서도 환자가 종종 방문하게 된 것이다.

최근의 고민은? '의대생 교육'

한때 의대교육에 뜻이 있던 그는 예비 개원의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특강을 해왔었고, 지금도 기회가 되면 각종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에게 여전히 '의대생 및 예비 개원의에 대한 교육'은 관심사이자 걱정거리다.

그는 하나만 알고 열을 모르는 후배들이 답답하면서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예전에야 개원만해도 출세하는 호사시절이었으나 이제는 끊임없는 경쟁해야 하는 구도로 바뀌었다. 또한 소위 '공부를 가장 잘한다는' 친구들만 들어오면서 예전과 달리 요즘 학생들은 도제식 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점차 기초의학이 외면을 받고 사제지간에 대한 관심도 부족해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게다가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어 사무장 병원 등 쉽게 불법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했다.

또한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에게 기대거나 의지하지 못해 개원 후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면서 측은해했다.

그는 “우리 때와 달리 요즘 의대생들은 고교시절까지 1등만 해온 아이들이고, 집안도 부유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며 “교수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동료를 경쟁적으로 바라보는 등 인성적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생의 패턴이 변한만큼 교육 역시 이들이 진정한 의사로 크는 데 일조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기성세대들이 나서서 의학교육 외에도 인문, 경제, 경영 등 다양한 공부를 시켜야 하고, 의학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교수와 학생 간 끈끈한 연결고리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한의사협회나 관련 학회, 또는 의대에서 예비 개원의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 진행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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