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억 예산 소요, 저선량 CT 병원 부족으로

암 사망자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기록함에도 국가 암검진 사업에 포함되지 못했던 폐암이 앞으로도 국가 암검진 사업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대암 검진의 50% 이상이 소요되는 엄청난 예산과 국내 병원 상황이 폐암 건강검진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악성신생물(암)에 의한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국가 5대암 검진 항목에 포함된 간암은 22.5명, 위암은 20.1명, 대장암 15.4명, 유방암 3.7명, 자궁암 2.6명이었는데 폐암은 31.3명으로 다른 암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임에 따라 폐암을 국가 암검진 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국가암검진에 포함된 암은 대장암, 위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이다. 정부는 국가 암검진의 대상질환이 되려면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고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진방법, 해당 암의 치료법, 검진으로 인해 암에 기인한 사망률 감소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조건 등 중 폐암은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검진방법이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발생률과 사망률 등이 높은 암이지만 국가 암검진 사업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폐암은 X-ray 촬영으로는 조기에 발견할 수 없고, CT도 폐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검사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폐암의 조기 진단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중 몇 년 전 저선량 CT를 이용하면 흉부 X-선을 이용한 검진군에 비해 폐암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미국 National Lung Screening Trial(NLST)의 발표가 나았다.

폐암에 의한 사망률은 저선량 CT군은 247명이었으며, 흉부 X-선군은 309명에 달해 저선량CT를 이용한 폐암 검진이 20%의 폐암 사망률 감소를 보인다는 연구였다. 폐암이 국가 암 검진 항목에 포함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설레임이 일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좌절로 바뀌었다. 저선량 CT를 사용해 폐암 건강검진을 진행하려면 엄청난 예산과 저선량 CT를 보유한 병원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 몇몇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저선량 CT를 보유한 병원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폐암학회 김영환 이사장은 폐암이 국가 암 검진에 포함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이사장은 "국가암검진사업단과 계속 논의를 하고 있지만 폐암은 국가 암검진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현재 5대암 검진을 하는데 정부가 사용하는 예산은 약 6천억원이다. 폐암을 암 검진사업에 추가 시키려면 3천억 정도가 필요한데 지금처럼 예산을 줄이는 분위기에서는 불가능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만일 정부가 3천억의 비용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병원들 상황으로는 폐암에 대한 국가 암검진 사업을 진행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폐암을 조기진단 하는데 유용하다는 저선량 CT가 있어야 하는데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이 저선량 CT가 아닌 과거 CT를 갖고 있다"며 "무리하게 암검진 사업을 진행하면 저선량 CT가 있는 곳으로 환자들이 무리하게 몰리게 되면 진료자체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산과 저선량 CT 등의 문제로 폐암 국가 암 검진 사업이 주춤하게 됐지만 폐암학회는 언제가는 진행될 사업을 위해 준비작업은 하겠다는 방침이다.

9월 초부터 국가암검진사업단과 폐암 암 검진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어떤 식으로 암 검진사업을 벌여야 할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작업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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