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간된 서적 ‘피터드러커가 살린 의사들‘이 의료계의 화제로 등장했다. SNS에서 일명 ’피터닥’으로 불리며 구입 인증샷이 연달아 올라오는가 하면, 벌써 3쇄 인쇄가 들어갔다. 의료계에서는 3000권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라는 속설이 있지만, 최대 3만권 판매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무더위의 한가운데 있던 지난 주말, 주저자인 디씨전 제원우 대표를 만나 출간된 소감과 그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를 처음 해본다는 그는 본인 외에 자녀에도 특별한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깜짝 등장했다.


-피터닥은 누구를 위해 쓰게 됐나?

1차적으로는 의료계가 타깃이지만, 차츰 일반적인 경영서로 확대해가고 있다.

우선 개원의, 교수, 간호사 등을 비롯해 병의원 관계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개원의는 당연히 경영을 알아야 하고, 교수라도 학회와 보직을 맡다 보면 경영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간호사 역시 수술방 하나를 맡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리더십을 바로 세워야 한다.

병의원 원장, 구성원들을 보면 올바른 방향의 경영이나 관리의 지혜를 갖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생각없이 임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을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연하다는 것을 잊고 지내다가 이 책을 통해 주의 환기를 시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병원을 운영하는 목표가 돈 좀 더벌고 싶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을 자르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 엄청나게 공부했던 이유가 월 천만원, 오백만원 더 벌기 위해서도 아니다. 피터닥 1권에서 제시한 ‘비전병원’의 개념은 개원을 하더라도 비전을 세우고 의미있는 큰 뜻을 품고 경영을 하라고 조언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 나가거나 직원들의 행복과 자아실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저 수익만 좇다보면 기계처럼 인생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병원을 경영하면서도 기본적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주체성을 갖자는데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피터닥을 쓰기 위한 과정은 어땠나?

지난 10년간 경영컨설팅을 해왔다. 흔히 말하는 컨설턴트와 본인의 컨설턴트는 분명히 역할이 다르다. 본인은 컨설팅을 하면서 고객사, 개원의 등에 경영에 대한 뚜렷한 리더십, 경영철학 등을 가르쳤다. 그러나 보통은 경영을 위한 세부적인 활동을 컨설팅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상담하는 기법을 배우는 것이 엄밀히 경영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10년 간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고객들을 만났다. 숫자는 적지만 덩어리가 큰 일을 많이 맡았다. 한 번 고객이 지속적인 고객이 되는 경우도 많았고 컨설팅이 끝나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편으로는 많은 이들을 위해 일하지는 못했다. 의료계에는 영세한 개원의들이 많은 만큼,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그동안의 노하우를 토대로 선물을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나온 책의 10배 정도의 분량인 1만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원고의 대장정부터 시작했다. 혼자 2년간 쓰다가 우연히 원고를 접한 GF소아청소년과 김우성 원장이 가치있다 말해주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경영이란 무엇이라고 보는가?

평소 컨설팅의 사명은 경영을 천시하는 분위기를 막고, 경영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있다. 경영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영은 단순히 돈의 관리가 아니다. 작은 구멍가게 하나를 하더라도 올바르고 지혜로운 철학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는 데 있다. '당신은 왜 사는지', '병원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줄 아는 것이 바로 경영의 중요성이다.

-9명의 개원의 공동저자에 대해 소개해달라.

컨설팅을 하면서 인상적으로 지켜봤던 9개 의원 원장과 함께 참여했다. 책을 완성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GF소아청소년과 김우성 원장 외에도 속편한내과 김영선 원장, 창피부과 김창식 원장, 보아스이비인후과 오재국 원장, 분당밝은안과 이호천 원장, 소리귀클리닉 전영명 원장, 리더스피부과 정찬우 원장, 고운미소치과 차상권·백석기 원장 등이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진 고민에 대한 경험담과 비전을 실었다. 현재 이들과 매달 만나 ‘비전병원연구회’로 활동하고 있다. 서로가 가진 비전을 응원하고 비전병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를 심어준다. 영혼을 갖고 꿈을 더 키우기 위한 활동으로 서로는 서로에게 일종의 '정신적인 지지자' 역할을 맡게 된다.

앞으로도 비전병원의 씨앗을 전파할 것이다. 성공이 꼭 돈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다. 비전병원은 지속가능하면서도, 영속적인 병원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선언문인 셈이다. 한계 국면에 접어든 의료계는 혁신이 필요하며, 경영의 혁신이 곧 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이런 비전을 의대생이나 후배들에게도 전파할 수 있어야 한다.

-향후 좀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피터드러커 경영 시리즈를 내고 싶다. 대학교수든, 급여과 원장이든, 아예 다른 분야든 도움될 만한 책을 계속 쓸 것이다. '개원 레시피'도 추가로 써볼 생각이다. 예를 들어 ‘공동개원 레시피’면 미팅 방법, 계약서, 분배 원칙, 충돌 예방법, 자산평가법 등을 요리책처럼 쉽고 간편하게 읽으면서도 개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엮어보겠다.

컨설턴트 10년만에 '전문가'라는 호칭을 많이 듣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라고 불리더라도 현실에 안주하면 안된다. 교육철학자 숀(D.A. Shone)에 따르면 반성적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이 가장 큰 성취를 이룬다고 한다. 끊임없이 사고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학습을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컨설팅을 하면서 이런 학습이론을 몸에 익히게 됐다. 앞으로도 대중을 향해 스스로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볼 것이며, 경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욕망과 취향에 대한 사고를 요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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